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해고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다가 숨진 정우형씨의 아내 이인숙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 차린 남편의 분향소를 다섯 달 넘게 지키고 있다. 정씨는 2022년 5월12일 자신이 운영하던 에어컨 수리점에서 ‘원직복직’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를 읽고 또 읽고 했는데 저희 가족한테는 아무 내용도 남기지 않았어요. 그냥 오랜 시간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밖에 없어요. 수천 번 수만 번 생각했을 텐데, 제 남편이 남긴 뜻은 ‘삼성의 노조파괴공작 피해자들이 잊히면 안 된다’ 이거였어요. 삼성에 의해 버려진 존재들임을 인정하고, 함께해달란 뜻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남편 정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천안센터에 설치·수리 기사로 근무했다. 2015년 해고를 쉽게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맞서 회사 쪽과 싸우는 중에 음독했다. 정씨는 회사를 떠난 뒤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며 회사 쪽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했다. 도중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에 설치·수리 기사들을 불법파견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8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노사협상을 했으나, 정씨는 복직하지 못했다. 정씨의 이름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조합을 와해하는 전략을 수립, 시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건에도 등장한다. 2022년 1월, 다른 해고자 3명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했다. 그해 4월 정씨는 ‘노조 한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자행한 범죄에 대해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써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우편으로 보냈으나 수취거부로 반송됐다.
생전에 정씨는 명예를 회복할 길은 복직뿐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고인은 5개월째 냉동고에 누워 있다. 가족과 동료들은 삼성 쪽의 사과, 고인을 포함한 해고자의 복직 등이 이뤄진 뒤 장례를 치르기를 바란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승화사진관: 박승화 선임기자가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주위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칼럼을 4주마다 한 번씩 연재합니다. 사진관에 걸린 사진처럼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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