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판이 모두 한글로 쓰인 서울 종로구 체부동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그중에서도 순우리말로 된 ‘쉼’이란 제철 생선 식당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말과 우리글로 된 문화예술 작품이 ‘케이(K) 컬처’란 이름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라 밖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나누려다보니 노래·영화·드라마 등 대중예술 작품에는 외국어가 상당 부분 섞여 있다. 코로나19란 감염병이 가로막던 방역 울타리도 차츰 낮아지는 요즘, 도시 공간은 더 이상 내국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거리와 일터를 메우고 있다.
이런 다문화 시대에도 우리글인 ‘한글’을 널리 쓰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하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나고 자랐다는 서울 종로구 서촌 ‘세종마을’엔 음식문화거리가 있다. 이곳의 간판은 모두 한글로 쓰였다. ‘쉼’ ‘서른즈음에’ ‘잔치집’처럼 순우리말 간판도 있지만, ‘풍금’ ‘부자밥집’ ‘한성컴퓨터크리닝’과 같이 한자어와 영어를 한글로 적은 간판도 꽤 눈에 띈다. 우리 말글살이에 이미 깊숙이 들어온 외래어라도 한글로 적어놓으면 한결 낯익고 친근하다. 또 시각적 통일성마저 느껴진다.
2022년 10월9일은 제576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도시의 골목길을 걸어본다. 로마자와 한자의 범람 속에, 한글 간판과 안내판 그리고 그 안에 순우리말 표현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글을 소재로 한 조형물도 발길을 잡아 세운다. 남의 글자를 빌려 자신의 말을 적는 나라가 부지기수다. 우리글로 우리말은 물론 남의 말을 이리도 쉽게 적으니, 한글이 더없이 미쁘지(믿음직스럽지) 아니한가.
사진·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쓰인 한글로 만들어진 조형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감상하는 실감형 콘텐츠 ‘광화시대’의 일부다. 마침 뒤편에 ‘타다’라고 적힌 차가 세워져 있다.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들머리 전봇대에 한글의 문자체계를 나열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가 적혀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걸린 한글 간판.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3층에 자리잡은 ‘호랑이’ 카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자리한 음식점 ‘우직 서울’ 간판 아래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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