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n+1

등록 2023-04-17 14:37 수정 2023-04-21 17:13
두 마리 고양이에는 n+1 법칙에 의하면 3개의 화장실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뉴(왼쪽)와 이어.

두 마리 고양이에는 n+1 법칙에 의하면 3개의 화장실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뉴(왼쪽)와 이어.

기르는 고양이 ‘이어’가 오줌병에 걸렸습니다. 화장실 안에서 오래 머무는데 그것도 시원하지 않아 계속 들락날락합니다. 나중에 깔개에, 상자에, 욕조에, 화단, 흙, 이불에까지 한 바퀴 돌아가며 볼일을 봅니다. 종일 빨래를 돌리면서 “아, 이렇게 봄맞이를 시키네” 합니다. 보호자에게 일이 많아지면서 생긴 병인 것 같습니다. 제때 알아채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자, 심한 지경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수의사에게 상담하자, 고양이 마릿수에 1을 더하는 ‘n+1’ 법칙을 알려줬습니다. 저는 “화장실이 아주 큰 것이 두 개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양이 화장실을 더 놓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기르는 두 마리 고양이(다른 한 마리는 ‘뉴’입니다)의 관계가 어떠냐, 방광염 걸린 고양이가 싸우면 지냐 등을 물어본 뒤 말씀하셨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있으면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고양이들이 영역 다툼을 많이 한다. 이기는 고양이가 화장실을 차지해, 지는 고양이가 화장실 가는 걸 불편해하면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 오줌 누는 횟수가 많고 지려, 몸에 오줌이 조금씩 남게 되니 깔끔쟁이 뉴가 이어를 야단치듯이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급하게 화장실을 하나 마련했고, 오줌병은 호전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n+1’이 묘합니다. 두 마리 고양이에는 화장실이 세 개지만, 네 마리라도 화장실은 다섯 개면 됩니다. 고양이가 많아지더라도 화장실은 고양이 수에 하나밖에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한낱 인간의 시선으로 고양이의 세계를 이해하는 게(1459호 출판 기사 참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교훈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아무리 욕심 많은 고양이라 하더라도 통제하려는 것은 기껏해야 하나 더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1950년대 확립된 경제학이 복잡다단해진 21세기에 전승되고, 그것이 특히 지구 전체에 나쁜 적이라는 게 드러났음에도 맹신되는 것의 대안으로 ‘도넛 경제학’을 제안합니다.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일곱 가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목표를 바꿔라, 큰 그림을 보라, 인간 본성을 피어나게 하라, 시스템의 지혜를 배워라, 분배를 설계하라, 재생하라 그리고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20세기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을 상정합니다. 필요에 상관없이 가격이 싸지면 삽니다. 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계산적이며 경쟁적이고 끊임없이 욕망합니다. 정말 인간은 그런 걸까요. 당신이 욕망하는 것은 어쩌면 이 신화에 사로잡혀서일지도 모릅니다. 20세기를 벗어나 21세기를 삽시다.

(우리 집 고양이 뉴는 두 개의 화장실을 소변용, 대변용으로 쓰기 때문에 딱히 욕심이 많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틈새 자랑)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