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열렸던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의 모습. 한겨레 이정아
멋진 중거리슛을 내리꽂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근호(29·상무)가 경기장 구석으로 내달렸다. 지난 6월18일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를 하며 어지럽게 엉켰다. 조명이 축구장을 환하게 비췄다.
월드컵 기간에 골만큼 주목받는 이야깃거리는 바로 월드컵 스폰서 기업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축구장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광고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계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골을 넣은 한국 축구팀의 배경을 채운 광고판의 주인공에 중국의 대표적 태양광모듈 생산업체 ‘잉리솔라’도 있었다. 월드컵 광고는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아디다스·코카콜라·에미리트항공·소니·비자카드 등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6개 기업이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갖는 ‘FIFA 공식 파트너’로 알려졌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후원을 하는 ‘월드컵 스폰서’에도 맥도널드·존슨앤드존슨 등 소비재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8개의 월드컵 스폰서 기업 가운데 태양광모듈 생산업체가 있다는 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월드컵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잉리솔라의 비밀도 자연스레 풀린다. 올해로 14년 된 잉리솔라는 중국 허베이성에 본사를 둔 업체로 2007년 미국 뉴욕 증시에도 상장한 대형 태양광 기업이다. 잉리솔라가 월드컵 스폰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업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마라카낭 경기장과 쿠이아바에 있는 판타나우 경기장의 태양광 설비를 맡았다. 잉리솔라가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마라카낭 경기장 지붕 위에 1556개의 태양광 패널로 만든 발전소로 240가구가 한 해 동안 쓸 전기를 만들며, 판타나우 경기장 옆에 만든 태양광 시설은 경기가 있는 날 필요한 전력의 30%를 담당한다.
브라질의 전력 사정을 보면 잉리솔라의 월드컵 진출 이유가 좀더 명확해진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처럼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브라질은 현재 전체 전력의 65%를 수력발전에서 얻고 있다. 그러나 가뭄 등으로 전력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브라질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잉리솔라가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0년 남아프라카공화국 월드컵이다. 당시 축구장에 나타난 광고로 월드컵 기간에 뉴욕 증시에서 잉리솔라의 주가가 50% 가까이 올라 유명세를 탔다.
어쩌면 축구와 태양광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독일·스페인 등 유럽의 축구 강국이 태양광 산업의 선두주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태양광 업체의 축구 마케팅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국내의 대표적 태양광 업체인 한화그룹은 과거 유럽 축구클럽의 스폰서로 나선 바 있다. 한화솔라는 손흥민이 뛰던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함부르크SV의 공식 스폰서로 나선 적이 있으며, 이청용 선수가 뛰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스폰서를 하며 유니폼 등에 회사 이름을 알리는 마케팅을 했다.
그런 점에서 태양광 불모지인 중남미 축구장에서 뛰고 있는 중국 태양광 기업의 행보가 궁금하다. 과연 잉리솔라는 남아공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번 월드컵의 숨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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