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축구장 155개(111만m²) 크기란다. 지난해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인 독일 큐셀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에 세운 태양광발전소 말이다. 한 해 동안 37.4G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 발전소에는 태양광 집적모듈만 7만4천 장이 쓰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축구장’과 비교할 만큼 큰 태양광발전소가 있을까. 물론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지난 7월 르노삼성 부산공장 안 유휴지에 만든 태양광발전소(축구장 42개 크기·30만m²)다. 조만간 그 기록도 깨진다. 12월 전남 고흥군 금산면 폐석산에 만들어지는 ‘거금에너지테마파크’에는 축구장 80개 크기(56만m²)의 태양광발전소가 문을 연다. 규모만 보면, 포르투갈 못지않은 듯하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 가운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에 한참 뒤진다. 포르투갈은 전체 에너지의 21.3%를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5%(2011년 기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성적표다. 이 가운데 쓰레기에서 나오는 폐가스 발전 등을 제외하고 나면 1.4%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쯤 되면, 존재감 없는 ‘신재생에너지’다.
5년 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이 발표됐을 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11%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녹색성장’의 열풍과 달리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2차 에기본 권고안에서도 5년 전 못 이룬 목표인 11%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으로 정했다. 전문가들은 에기본 논의 과정에서 최근 경남 밀양의 송전탑 사태에서 나타난 갈등 등을 생각할 때, 앞으로 동·서해안에서 끌어오는 발전 시스템을 지역분산형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지역분산형 발전 시스템에 걸맞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있다고 지적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거금에너지테마파크’의 태양광발전소도 건설비만 68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는 정부의 금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는 ‘발전차액지원제’(FIT·Feed in Tariff)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있다. FIT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잉여 전기를 비싼 값에 사들여 초기 투자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FIT를 유지하다가, 지난해부터 발전소가 직접 신재생인증서(REC)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구매기관에 판매하는 R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두 제도 모두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FIT는 정부 예산에 부담을 주고, RPS는 원자력·화력에 주로 투자하는 발전사업자라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은 주체가 대부분 대형 사업자나 전력회사인 것도 RPS의 한계와 관련이 깊다.
그런 탓에 최근에는 전력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적용할 수 있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IT와 RPS의 장점을 융합하는 제도 말이다. 서울시가 현행 RPS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 예산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1kWh당 50원을 지원하는 ‘서울형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에너지’를 찾는 시기인 셈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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