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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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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만 관리 하나 고객은 관리 안 하나

다른 카드 연체에 이용 정지시키고 대출 한도까지 깎으며 ‘확인사살’하는 하나카드
등록 2009-05-29 11:32 수정 2020-05-03 04:25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5월15일 하나카드는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5월14일부터 카드 이용이 정지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카드 콜센터에 전화해 물었더니 “하나카드에서 연체한 건 아니지만, 신한카드에서 연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체금 갚았는데도 교통카드는 ‘삐삐~’

5월19일 하나카드는 기자에게 “다른 카드사의 연체로 카드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정작 연체한 카드사는 이용한도를 낮추지 않았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5월19일 하나카드는 기자에게 “다른 카드사의 연체로 카드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정작 연체한 카드사는 이용한도를 낮추지 않았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아차 싶었다. 지난 4월 자동차보험을 갱신했는데, 자동차보험 회사가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2만원을 할인해준다고 해서 신한카드에 가입해 보험료를 결제했다. 하지만 카드 결제 통장을 월급통장인 하나은행 계좌에 미처 연결해놓지 못했다. 신한카드에 확인해보니 연체 금액은 10만1234원, 연체 이자는 2080원이었다. 연체 이자가 많이 나온 것에 좀 놀랐지만 내가 깜빡한 실수여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연체를 모두 갚았다.

그날 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갔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대자마자 ‘삐삐삐∼’ 소리가 났다. 교통카드를 두 장 갖다댔나 싶어 지갑을 뒤져보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건 하나카드의 ‘마이웨이 카드’ 한 장뿐이었다. ‘연체를 다 갚았는데 금요일이어서 카드사에서 확인을 못했을 수 있겠다’ 싶었다. 1회용 교통카드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5월18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교통카드 단말기에선 다시 ‘삐삐삐∼’ 소리가 났다.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다. 불편하고 화가 났다. 하나카드에 연체한 것도 아닌데, 게다가 연체 금액을 갚은 지가 언젠데 여전히 처리가 되지 않나 싶었다.

5월19일 오전 하나카드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 직원은 “신한카드에 요구해 완납증명서를 팩스로 하나카드에 보내면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에 전화를 걸어 완납증명서를 팩스로 하나카드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뒤 하나카드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하나카드. 정혁준님, 카드 사용 가능하십니다. 감사합니다.”

귀찮고 번거로웠다. 그렇지만 애초 내 실수였으니 참았다. 19일 점심 때쯤 여의도에서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탔다. 그런데 또다시 ‘삐삐삐∼’ 소리가 났다. 아직 카드 사용 승인이 처리되지 않았나 싶어 하나카드에 이를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그날 저녁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역에서도 ‘삐삐삐∼’ 소리가 나 다시 1회용 교통카드를 사서 집으로 왔다. 교통카드 기능은 다음날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용자를 화나게 하는 건,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하나카드는 ‘확인사살’까지 했다. 5월19일 하나카드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객님의 총한도가 조정되었음을 안내해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나카드에 전화해 물어봤다. 콜센터 직원은 “카드이용 한도가 한 달에 100만원이었는데 연체 때문에 앞으로는 한 달에 80만원으로 줄였다. 현금서비스도 월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 직원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는 얼마나 깎았을까?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직원은 “고객님의 총한도는 월 440만원인데, 한도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신한카드에 미안했다. 신한카드는 거의 쓰지 않고 월급통장도 하나은행으로 쓰고 있는데, 신한카드는 기자가 돈을 떼어먹을 사람이 아니라고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연체 해소 통보에 3~5일 정도 시간 걸려”

이에 대해 하나카드는 “연체 정보 공유에도 시간이 들고 연체 해소 정보는 카드사 간 통보에 3~5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카드이용 한도를 내린 것에 대해선 “다른 카드사의 연체 정보가 있을 경우 카드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돈을 떼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서 금융회사로서 지녀야 할 ‘품격’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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