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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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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카드 소액결제 “치사하고 더럽다”

수수료 면제 슬쩍 없어진 지 6개월…
서울시가 최대주주인 한국스마트카드와 카드회사가 또박또박 수수료 떼가네
등록 2009-07-24 10:33 수정 2020-05-03 04:25

“카드밖에 없는데, 역삼역까지 됩니까?” 불볕이 이글대던 지난 6월25일, 서울 강남 삼성빌딩에서 역삼역을 가려고 불러세운 택시기사에게 직장인 김기본(35·가명)씨가 묻는다. 올해 택시 승차 거부만 두 번을 당한 탓이다. 한 번은 탔는데 “안 되니 내리라”였고, 한 번은 애당초 “안 간다”였다. 모두 카드택시였지만, 기본요금 거리는 카드 결제로 못 간다는 것이다.

택시기사가 손님의 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기본요금 거리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잖다. 한때 내지않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택시기사가 손님의 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기본요금 거리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잖다. 한때 내지않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현금 계산이라면 발생하지 않을 추가 비용

“가주시죠, 더워 죽겠는데….” 기사는 뜸을 들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선 500여m. 카드를 받아든 기사 박아무개씨가 미안했던지 한마디 건넨다. “예전엔 택시비가 기본요금일 땐 수수료를 안 뗐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 슬쩍 받더라고요. 서울시가 택시 손님들 소액결제도 부담 없이 하면 된다고 엄청 홍보했는데, 다시 수수료 떼어가는 줄은 아무도 몰라요. 요즘 돈 많이 버는 택시 있답디까?”

김기본씨가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해 “펑크를 내고 싶다” 원망하고, 그래서 돈 내면서도 태워달라 사정하고, 그러니까 태워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 너머엔 승차를 거부하는 기사 말고도, 제 갈 길만 편하라고 ‘상향등’을 들이대는 여러 이권들이 얽혀 있다.

5천원 미만의 택시비에 대한 카드 수수료 면제가 없어진 지 6개월이 됐다. 올 1월부터 택시비의 2.4%를 일괄적으로 떼고 있다. 2400원 기본요금만 받아도 57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택시사업자들은 “치사하고 더럽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편의를 키우고 카드 사용을 장려한다는 취지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온전히 택시사업자에게만 전가된다는 데 불만이 크다. 수수료는 한국스마트카드(교통서비스 결제대행사)가 0.66%, 카드회사가 1.5%를 갖는다. 나머진 세금이다. 현금 계산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추가 비용을 기사가 대고, 이를 카드사·대행사가 나눠먹는 꼴이다. 기사들이 소액결제 수수료의 감면 또는 면제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동안 소액결제 수수료를 면제했다. 카드택시가 2007년 3월 생겼으나, 확산이 더디자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서울시도 초기부터 카드 단말기(15만원)와 월 관리비(1만원)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조차도 장래 수익을 위한 투자 상술로 비판받는다. 택시기사로 보이는 한 블로거는 지난 3월 “서울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시설 및 운영비를 충당함으로써 한국스마트카드는 아무런 시설 투자도 없이 택시기사가 부담한 수수료만 또박또박 챙기면 되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둘이 “이익을 스와핑하는 관계”라고도 주장했다.

실제 한국스마트카드의 기업공시를 보면, 제1주주가 지분 35%를 가진 서울시다. 이 회사의 수수료 관련 매출 또한 2007년 537억3천만원에서 지난해 672억8천만원으로 20%가 뛰었다. 소액결제 수수료를 면제했는데도 그렇다. 그러고선 올해 그 ‘서비스’도 없앴다.

한국스마트카드 강현택 부장(택시사업팀)은 “소액 수수료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재정 부담이 되어) 이벤트를 끝냈다”고 말했다. 이벤트 기간에 카드사에 줘야 할 1.5%의 수수료도 직접 대납했다. 1억6200만원이다. 서울시 택시정책팀 실무자는 “올 초 면제 기간을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부분에서) 큰 폭의 적자를 보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수수료, 낮추거나 면제하면 어떤가

수수료 면제 논란이 있든 없든, 대형 카드사야말로 1.5%의 수수료를 ‘또박또박’ 챙겨가고 있다. 교통카드 기능 때문에 카드 사용자도 늘었으므로, 교통서비스 결제 수수료는 마케팅 비용으로 간주해 소액결제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카드사는 물론 콧방귀도 안 뀐다.

서울의 카드택시는 늘고 있다. 올 초 3만7900대에서 지난 6월 말 5만1천 대로 뛰었다. 전체의 72%다. 하루 택시 수입의 24~25%가 카드결제다. 하지만 소액결제 비중은 파악되지 않는다. 당장 버스나 지하철 요금 결제 수수료는 1.8% 남짓이란 사실에도 택시사업자는 상실감을 느낀다. 그런데 또 방금 태운 어떤 승객이 승차 거부를 당한 적 있다며 “펑크를 내고 싶었다”며 동료 기사 욕을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 알려왔습니다
제770호 딸랑이거 ‘택시카드 소액결제 치사하고 더럽다’ 기사와 관련해 한국스마트카드 쪽은 “소액결제 이벤트는 종료 시점이 사전에 수차례 택시운송사업자와 종사자들에게 고지됐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아무런 시설 투자도 없이 택시기사가 부담한 수수료만 또박또박 챙기면 된다”는 기사 안 인용구에 대해 “카드택시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100% 초기 시설 투자를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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