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당신은 회사의 목표를 아는가

등록 2007-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직원들이 자기 업무에만 몰입하는 ‘기능적 조직’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이주의 용어

목표관리제(Management by objectives)
기능적 목표(Functional objective)
변화 목표(Change objective)

광고

회계담당자는 영업부서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에 전혀 무관심하다. 영업사원은 전산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전산관리자는 회계담당자가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모두의 관심사는 그저 제때 월급이 나오고 해마다 월급이 얼마나 오르느냐다. 많은 기업에서 사원들은 이렇게 회사 경영에 대해 사실 별로 관심이 없이 살아간다.

조직의 모든 사람이 그저 자기 업무에만 몰입하고 전체 조직의 목표에 대해 무관심하더라도 일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각 부서가 매일 수행하는 일상 업무를 모두 합쳐놓기만 하면, 기업 전체는 아무 문제 없이 세워둔 전략 방향대로 굴러가게 될까?

광고

변화 목표가 생길 때 한계에 부딪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통찰이었다. 드러커는 1954년에 낸 저서 (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목표관리제’(Management by objectives)라는 화두를 던진다. 기업의 기존 조직이 지닌 기능만 합쳐서는 기업이 전략을 갖고 움직이기가 어려우므로, 각 부서가 기업 전체 전략과 부합하는 각각의 목표를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관리 방법이다.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 전체뿐 아니라 부서 하나하나에도 목표를 주고 그 성과를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목표관리제에서 개개인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다. 반대로 개개인이 스스로 목표 설정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전체 회사의 전략에 대한 토론과 이해가 뒤따르게 유도한다.

광고

목표관리제 이전의 조직은 모두 기능적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이었다. 경리담당자는 장부만 정리했다. 영업사원은 고객을 만나서 매뉴얼대로 응대했다. 전산관리자는 전산 시스템만 들여다봤다. 조직의 각 부서의 기능을 합치면 기업이 수행해야 할 모든 업무 영역이 됐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 일만 책임졌다. 회사 전체의 전략을 이해하는 사치를 부릴 필요는 없었다. 이게 바로 기능적 조직이다.

기능적 조직은 기능적 목표(functional objective)를 수행한다. 즉,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게 목표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기능적 조직의 한계는 변화가 필요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외상 매출금 수준을 관리하는 목표를 생각해보자. 어떤 회사의 외상 매출금은 늘 매출의 20% 수준이었다. 그 20% 수준의 외상 매출 비중을 더 높아지지 않게 그대로 유지하는 데는 기능적 조직이 감당할 수 있다. 하던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만 하면 되는 일이니 그렇다.

그러나 금융환경이 바뀌면서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 달라져서, 외상 매출액 비중을 10%로 줄이기로 했다고 생각해보자. 기존 기능적 조직 그대로는 이런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이 변화를 위해서는 회계, 경리, 영업, 전산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가 모두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기능적 조직 체계에서는 부서 사이의 벽 때문에 동시에 움직이기가 힘들다. 부서장이 갖고 있는 자원은 자기 부서의 자원뿐이기 때문에, 여러 부서가 관련된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변화 목표(change objective)가 생길 때 기능적 조직은 한계에 맞닥뜨린다.

이때 나오는 것이 ‘경영혁신팀’이니 ‘변화관리팀’이니 하는 한시적 목표형 조직이다. 예를 들면 앞서의 외상 매출 비중 감소와 같은 특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각 기능적 조직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구성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목표가 이루어지면 해체되고 파견 인력은 원래 부서로 돌아가게 된다.

늘 목격하는 사실 하나. 변화목표를 가진 조직이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기존 기능적 부서는 이 조직에 눈을 흘기기 마련이다. 기획, 경리, 회계, 영업, 전산관리 등 기존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원래 하던 일이다”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기능적 조직 위에 덧입혀진 한시적 조직은 조직 중복 등의 문제점을 낳기 마련이다. 기능적 조직은 그 자체로 완전한 구조를 지녔다. 회사의 모든 업무를 형식적으로라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 목표를 수행하는 한시적 조직은 중복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여기다 한시적 조직은 그 한시성 탓에 구성원들의 헌신을 끌어내기 어렵다. 각기 원래 소속이 다른 구성원들은, 기존에 소속된 부서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변화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타난 게 매트릭스 조직이다. 1976년, 더글러스 셔윈 당시 필립스 부사장은 를 통해 매트릭스 조직을 제안했다. 이미 자신의 회사에서 실험을 끝낸 상태였다.

매트릭스 조직은 기능적 조직처럼 회사 업무 전체를 포괄하는 조직을 유지한다. 대신 대부분 업무, 특히 변화목표를 가진 업무는 부서 안에서 수행하지 않고, 여러 부서원이 팀원이 되는 프로젝트팀으로 만들어 수행한다. 그 조직 구성원들을 소속부서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회사 전체를 프로젝트 그룹들의 집합체로 변신시키자는 제안이었다.

당신은 소속된 조직의 목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 목표를 정하는 데 얼마나 참여했는가? 목표에 대한 이해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목표관리제의 정신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당신의 성공 여부를 가를지 모른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2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