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감정·마음·영혼의 재충전…와코비아은행 실험 결과 업무 성과 13%포인트 높여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일이 많다고 푸념하던 동료에게 말했다. “나는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시간이 모자란다.”
그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그 자리 내내 나는 “워커홀릭” “사장님만 좋아할 사람” 같은 각종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일이 많더라도 즐거운 일이기만 하다면, 시간을 더 투입해서 많은 일을 다 해치우며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더 투입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힘들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라
그런데 내 생각은 틀렸다. 시간이 모자란 게 아니었다. 모자란 것은 에너지였다. 힘들지 않게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에서 ‘뉴욕 에너지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슈워츠의 글을 읽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다.
이 글에 따르면, 와코비아은행은 2006년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회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에너지 회복이 업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와코비아은행 12개 지점에서 일하는 106명에게 에너지를 회복하는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실시했다. 한 달에 한 번 20~25명씩, 고위 간부부터 하위직급 행원까지 교육이 진행됐다.
슈워츠는 그 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업무 성과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추적했다. 비교가 가능하도록, 비슷한 지역의 비슷한 직급의 은행 직원들을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회복 프로젝트 대상이었던 직원의 업무 성과는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더 빠르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뒤 3개월 동안 직원들이 창출한 와코비아은행의 세 가지 주요 대출상품의 수입이 전년에 견줘 얼마나 늘었는지를 비교해보니, 교육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3%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예금 수입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0%포인트나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충전해야 하나?
슈워츠는 에너지를 되살려주는 네 가지 원천을 소개한다. 몸, 감정, 마인드, 영혼이 그것이다.
첫째, 몸은 일을 원기왕성하게 벌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물리적 에너지를 준다. 먹고, 자고, 쉬는 일을 제대로 해야 몸이 건강해지고, 여기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인스턴트 식품을 얼마나 먹는지, 수면 시간은 충분한지, 일하는 도중 10~20분씩 휴식 시간을 갖는지 등의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진 뒤 답을 모으면, 그 조직의 몸 건강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둘째, 감정은 에너지의 질을 떠받치는 원천이다. 감정을 더 잘 통제하는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더라도 에너지의 질을 잘 관리할 수 있다. 이걸 하려는 사람들은 우선 일하는 동안 다양한 시점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갖는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 긍정적 감정을 갖고 있을 때 일이 잘 이루어지고, 그렇지 못할 때 일이 잘 수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직원의 몸만큼이나 감정을 잘 관리해야 높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마인드는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를 만나서 회의를 하다가도 휴대전화가 울리면 받아야 하고, 문자가 오면 답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순간적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원래 하던 일을 마무리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고 25%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도 일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한 시간 동안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신하는 대신, 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처리하면 생산성이 크게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획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관리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생산성 혁신의 핵심
넷째, 영혼은 의미와 목적을 통해 에너지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몸과 감정과 마인드가 모두 갖춰지더라도, 일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않으면 최대의 에너지가 나오기 어렵다. 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이상을 현실과 조율하는 사람이 생산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조직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빼내려고만 들지 말고, 더 많이 투자하려고 해야 한다. 동기부여야말로 생산성 혁신의 핵심이다. 당신이 이끄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대신 그들에게 에너지를 주라. 당신에게 일이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면, 시간을 더 투입하는 대신 에너지를 충전해보라. 그래야 조직에도 더 많은 생산을 해낼 에너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이라도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질문을 던져보시라. “아침을 자주 드시나요? 가장 즐기는 활동을 할 시간이 있으신가요? 반성이나 창조적 기획을 하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타인이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계신가요?” 부정적인 대답만 나온다면, 그걸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돕는 게 회사를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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