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현 대령의 그날, ‘공’과 ‘과’ 무엇이 앞서는가

2025년 2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군복 차림의 조성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가운데)이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통솔한 12·3 내란의 실행 행위인 폭동(다수인이 결합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하는 것)을 구성하는 핵심 범죄사실은 무장 병력의 국회 진입이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당시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지시에 따라 병력을 국회로 보낸 작전부대 중 한 곳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다.
윤석열은 2024년 12월4일 0시32분~0시36분 당시 수방사령관 이진우에게 세 차례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야, 4명이 1명씩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냐’라고 말했다. 김용현으로부터도 같은 취지의 명령을 받은 이진우는 0시42분께 직할 부대장에게 ‘국회의사당 본관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를 받은 부대장이 조성현(육군 대령) 당시 수방사 제1경비단장이다. 제1경비단은 예하에 대테러 부대(제35특수임무대대와 제2특수임무대대)를 두고 있다.
조성현 전 단장은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 1분 뒤 이진우에게 전화해 하달된 지시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우리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다. 육군특수전사령관(곽종근)과 소통해보시라’는 취지의 건의였다. 당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병력도 국회에 진입한 상태였다. 2024년 12월9일 당시 12·3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검사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조 전 단장에게 물었다. “왜 수방사령관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곧바로 이행하지 않았나요.”
“그것은 제가 법은 모르지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분명히 들었습니다. (…) 그런 상황이 2특임대대(제2특수임무대대)의 후속 부대를 서강대교 북단에서 대기시킨 이유에 포함됩니다.” 조 전 단장의 진술이다. 당시 후속 부대 병력 50명을 이끌고 12월4일 새벽 1시4분께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했던 윤덕규 2특임대대 지역대장은 12월24일 특수본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같은 날 새벽) 1시20분경 단장님이 전화 와서 ‘상황이 이상하다. 잠깐 기다려봐. 국회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 일단 너희는 국회로 들어오지 말고 근처에 아무 곳이나 주차할 수 있는 데서 대기해’라고 하셨다”고 진술했다.
이진우가 조 전 단장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을 무렵 제1경비단 예하 제35특수임무대대(35특임대대) 선발대 병력 15명이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조 전 단장은 이진우의 위법한 명령을 35특임대대 선발대에 하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2025년 9월16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피고인 이진우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 공판 때 군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단장에게 ‘이미 국회 경내에 진입한 35특임대대 선발대에 국회의사당 본관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피고인 이진우의 지시를 하달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하달하지 않고 사령관님에게 다시 여쭌 것입니다.” 조 전 단장이 답했다.
조 전 단장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할 때 열린 변론에서도 위와 동일한 취지로 증언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 그의 증언은 헌재에서 사실로 인정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그의 대통령직 파면이 합당할 만큼 위헌·위법한 행위임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가 됐다. 이처럼 이진우의 위법한 명령을 35특임대대 선발대에 하달하지 않고 2특임대대 후속 부대에는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한 조 전 단장은 헌법가치 수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9월 국가안전보장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준장으로의 특별진급을 고사했다.
그런 조 전 단장을 권창영 특별검사(종합특검)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형사입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법의 확대 해석’ ‘과욕’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종합특검은 12·3 내란 당시 조 전 단장의 행적과 상황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 전 단장이 한 일은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조 전 단장이 계엄 선포 뒤 이진우의 지시에 따라 예하부대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킨 것은 사실이다. 조 전 단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이진우에게 지시 재검토를 요청한 뒤 이진우로부터 받은 변경된 지시, 즉 ‘특전사가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면 국회 본청 입구를 사람들이 막고 있으니 길을 열어주라’는 지시를 당시 35특임대대 선발대에 하달했다고 2025년 9월16일 군사법원에서 증언했다. 수방사의 구체적인 역할만 달라졌을 뿐 변경된 지시 역시 궁극적으로 국회 활동을 방해하는 임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병력의 국회 투입은 12·3 내란의 실행 행위인 폭동에 해당한다. 조 전 단장은 결과적으로 그 폭동의 중요한 임무를 맡아 수행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내란죄는 폭동만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형법은 국토 참절 또는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한다. 내란죄는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범죄로, 그 목적이 객관적으로 실현됨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때 목적의 실현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 이를 12·3 내란 상황에 대입한다면,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무장 병력의 국회 출동이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위법한 목적에서 하는 일이라는 점을, 확실히는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고 인식하고 그런 결과를 용인한다면(받아들인다면) 미필적 인식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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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이 작성한 조 전 단장의 진술조서, 조 전 단장의 법정 증언 등을 종합하면 조 전 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에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됨)이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2024년 12월9일 참고인 조사 때 ‘2024년 12월3일 전에 북한의 특이 동향(북한의 도발이나 오물풍선 등)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지’를 물은 검사에게 “그 당시 위기가 높다고 평가되지 않았다. 일상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임대대 2개 지역대를 강원도로 훈련을 보낼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비상계엄 선포(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께) 전인 당일 밤 9시48분께 이진우로부터 ‘상황이 있는 것 같으니 (병력을) 소집할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이후 밤 10시5분께 ‘합참(합동참모본부) 훈련에 의해 불시 소집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전주에 합참 검열이 있어서 검열 결과 취약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훈련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16일 참고인 조사에서도, 2025년 9월16일 군사법원에서도 동일하게 ‘훈련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종합특검은 조 전 단장이 휴대전화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인지했다고 진술한 점, 윤석열이 담화에서 밝힌 계엄 선포 이유가 거대 야당의 횡포이기 때문에 국가긴급권 발동이 요청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는 점, 그런 상황에서 국회로 출동하라는 이진우의 지시를 조 전 단장이 따른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조 전 단장이 윤석열의 국헌 문란 목적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윤석열이 정치적 목적으로 계엄을 남용한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을 방호하는 수방사의 핵심 부대 지휘관인 조 전 단장은 국회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이진우 지시에 따라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조 전 단장이 비록 출동할 때 “계엄과 국회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국회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것은,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냐는 취지의 설명이다.
앞서 12·3 내란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내란특검)도 이런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란특검은 종합특검과 달리 조 전 단장을 입건하지 않았다. “이진우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최종적으로 이진우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하고 휘하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지시함으로써 본인이 야기한 불법 상태를 짧은 시간 내에 스스로 제거한 점, 이로 인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조기 종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가능한 점, 위법한 지시를 그대로 따른 다른 지휘관과 달리(위 표 참조) 행동한 조 전 단장의 행태를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불입건하였다”는 것이 내란특검의 설명이다.
학계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상관의 불법한 명령에는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판시로 확인된 대법원 판례(87도2358)의 입장”이라며 “중간에 병력을 국회에 진입시키지 않은 점은 책임 판단(비난 가능성)에서 고려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애초부터 수사와 재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인적으로 다소 안타까운 면이 있겠지만, 위법한 명령에 따르는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에 있는 ‘중지범’(중지미수) 조항을 언급하며 “조 전 단장이 비록 처음에는 내란 폭동에 가담한 것은 맞지만, 나중에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도저히 위법한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해서 범행의 진행을 스스로 중단했다”며 “더는 윤석열의 내란(국헌 문란)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을 반드시 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은 없다. 그런 판단을 하라고 검사한테 기소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형법은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자의로 방지한 경우에는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이런 법적 효과를 특별히 부여하는 이유는 범죄인에게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도에 그만두도록 계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만일 중간에 범행을 그만두는 경우에도 통상의 미수범과 마찬가지로 형의 임의적 감경만 인정된다면 범죄인은 특별히 범행을 중지할 계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중지범은 범죄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신동운, ‘형법총론 제17판’, 법문사, 2025)
2024년 12월9일 검사가 참고인 조사 말미에 조 전 단장에게 물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요.”
“사후적이지만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의 미성숙한 판단 때문에 부대를 위태롭게 한 부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부하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것이 걱정일 뿐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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