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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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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관련 이상 보고 했지만 ‘이상 없음’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은 어떻게 보고되고 있을까
등록 2021-08-28 17:31 수정 2021-08-29 10:50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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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쳤습니다. 2021년 5월 말에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11주 만에 2차로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했지요. 약간은 각오(?)했던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은 거의 없었습니다. 솔직히 백신을 맞기 전 약간 걱정했습니다. 아픈 것 자체가 겁나서가 아니라, 아파도 해야 할 일의 목록이 결코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몸이 아프면 더 서러워지니까 말이죠. 하지만 접종 부위 통증도 몸살도 열도 없이 첫 이틀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 3일째 되는 날, 몸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지 3일째, 주기와 상관없는 부정출혈이 찾아와 일주일 넘게 지속됐습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시작된 월경은 출혈량도 생리통도 평소보다 훨씬 심했고, 평소에 먹던 진통제도 잘 듣지 않았고요. 물론 이런 증상은 백신과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의 생리 주기와 형태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으니 이것이 꼭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할 인과적 근거는 명확지 않음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백신 접종 직후 이런 증상을 겪으니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이런 증상도 백신의 이상반응 중 하나일까요?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은 어떻게 보고되고 있을까요?

임상시험 때는 발생 빈도 10% 내외, 실제 0.3~0.7%

통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의료기관에서 15분 정도 대기해야 합니다. 백신으로 인한 급성 면역반응은 대부분 15분 이내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신을 접종하고 3일 뒤 보건소에서 문자메시지가 옵니다(7일 뒤, 14일 뒤 추가로 오기도 합니다). 이상반응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메시지죠. 그 메시지에 포함된 URL을 클릭해 들어가면 그림1 같은 화면이 보입니다. 질병관리청에서 수집·관리하는 이상반응 항목이지요. 현재까지 질병관리청이 수집하는 접종 뒤 이상반응은 발열, 접종 부위 통증·부기·발적, 구토 증세, 몸살 증세, 피로감, 알레르기 반응 등 총 7가지 항목이며 그 밖의 증세는 ‘기타 항목’으로 따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문자를 받아 기타 항목을 누르고 이상반응을 신고했습니다.

인터넷이나 주변의 경험담을 보면, 백신을 맞으면 누구나 심하게 앓거나 고생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시무시한 경험담이 많거든요. 그런데 실제 이상반응을 집계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온도 차이가 꽤 크다고 느껴집니다.

최근에 업데이트(2021년 8월19일 발간, 8월11일 기준)된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옐로카드리포팅(Yellow Card Reporting·이상반응 조사보고서)1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당일 기준 약 4천만 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영국 전체 인구가 약 6700만 명임을 고려하면 18살 이상 성인은 대부분 접종한 셈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고요. 영국에서 그동안 보고된 옐로카드는 34만6천여 건으로, 총 이상반응 수는 113만8천여 건입니다(한 명이 여러 부작용을 동시에 보고하는 경우가 많기에 차이가 납니다). 백신에 따라 이상반응 보고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1천 회 접종에서 3~7회의 옐로카드가 보고(0.3~0.7%)된 셈이니 생각보다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하는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의 최근 소식(2021년 8월18일 발간, 8월14일 자정 기준, 24주차)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이상반응 신고는 14만345건으로 이상반응 신고율은 0.45%인데, 영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백신 출시 전, 화이자에서 지원자 약 4만4천 명에게 임상시험을 했을 때 보고된 이상반응 발생이 10% 내외임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보고율입니다. 물론 아주 경미한 증상이라 생각해 굳이 이상반응 신고까지 하지 않은 이들도 있고, 이상반응 신고 방법을 잘 몰라 누락된 이들은 반영되지 않은 데이터이니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차이 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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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관련 이상 보고했지만 ‘이상 없음’

양쪽 보고서를 모두 살펴보니 차이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인 이상반응 외에 기타 증상으로 경련·홍반·연조직염·피부손상·관절염 등 수많은 이상 증상이 보고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 보고서에선 해당 기간에 월경장애와 부정출혈을 겪었다는 여성의 신고가 3만여 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리포트에선 이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국내의 이상반응 보고 시스템에서 월경 장애로 신고하면 그림2 같은 메시지가 뜹니다. 즉, 국내에서는 여성들이 보고한 월경 관련 이상은 아예 보고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백신을 접종한 뒤 월경 주기가 바뀌었다거나 월경 과다 혹은 부정출혈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미국과 영국에서 백신 접종 초기부터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상당 기간 동안 이는 백신과 상관없고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현상이라고 치부했지요. 하지만 여성들은 지속해서 그런 이상반응을 신고했고 그중에는 심리적 원인이 아닐 수 있는 증거, 예를 들어 자궁 내 흐로몬 피임 장치를 이식한 여성(보통 이를 이식하면 월경이 극도로 줄어듭니다)이나 폐경을 맞은 노년 여성, 심지어 트랜스남성(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했으나 호르몬 치료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는 이)에게서도 부정출혈이 있었다는 보고가 나오자 더는 이를 묵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 뒤 월경 이상을 여전히 접종 전에 공식적으로 경고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잠재적 부작용으로 보고 조사를 시작했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이 현재까지 관련 데이터 14만 건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덜 심각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통증

이전에도 많은 연구논문이 환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정도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음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았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의료진을 만날 때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통제 처방률도 더 낮았다고 합니다.2 이는 암묵적으로 여성은 통증에 대한 역치가 더 낮고 같은 통증이라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여겨지기에, 여성의 증상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통증에 대한 역치가 더 낮고 아픔을 더 크게 느낀다면, 도대체 그 수많은 어머니는 아이를 낳을 때 어떻게 기절하거나 미치지 않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성별에 따른 고통의 역치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여성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응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월경 이상의 보고가 등장하고, CDC가 공식적인 부작용 경고도 아니고 그저 의심 수준의 하나로 인정하는 데만도 6개월 이상 걸렸으니 말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신으로 인한 월경 주기 변동이나 다른 이상은 대개 일시적이기에 대부분 월경 주기가 한두 번 지나는 동안 원래대로 돌아오긴 합니다. 생식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전혀 없고요. 그러니 백신으로 인한 월경 이상이 공식적인 이상반응으로 인정되더라도 이 증상 때문에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상 증상이 있더라도 백신을 맞음으로써 얻는 이익이 거부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니까요.

불편함을 불편으로 인지하는 것에 인색하게 구는

여기서 핵심은 때로 불편함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이후, 여성들의 미래 계획에는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월경 주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는 여름휴가나 해외여행부터 중요한 시험이나 행사가 있는 날 하필 월경 주기가 겹쳐서 낭패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수영 강습조차 한 달에 몇 번은 의지와 상관없이 할 수 없는 날이 있지요. 그것이 죽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지라도 일상을 살아가는 데 꽤 귀찮고 번거롭습니다. 그것이 그나마 규칙적이기라도 하면 기본 대비는 할 수 있는데, 주기가 틀어지거나 갑자기 출혈이 생기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는 이런 불편함을 불편으로 인지하는 것조차 인색하게 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별일 아니니 참으라는 거죠. 불편을 참는 건 어디까지나 그 불편을 당하는 자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타인이 참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는 종류의 것임에도 말이죠. 불편함을 인정하면 그걸 받아들여야 할지, 벗어나야 할지, 감내해야 할지, 해결해야 할지가 분명해집니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응이란 언제나 이 분명함 다음에야 오는 법이죠.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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