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스마트폰이 나타났다. 진원지는 인도다. 주인공은 스마트폰 제조 스타트업 ‘링잉벨스’. 이 회사는 2월 중순 새 스마트폰 ‘프리덤251’을 선보이고 사전 주문을 받는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건 프리덤251의 가격이다. 판매가는 251루피(약 4천원). 무모한 것인가, 무지한 것인가.
사양을 보면 4천원이라는 가격이 송구스러울 정도다. 프리덤251은 960×540픽셀의 4인치 화면에 1.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메모리에 8GB 저장장치를 내장했다. 카메라는 앞면이 320만 화소, 뒷면은 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심(SIM) 2개 장착, 32GB까지 확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SD카드 슬롯도 포함돼 있다. 배터리 용량은 1800mAh다. 이 정도면 아무리 짜게 셈해도 제작비가 40달러가량 든다. 그러니 프리덤251은 ‘팔 때마다 손해 보는’ 스마트폰이다.
링잉벨스 스마트폰을 사면 제품 가격보다 비싼 291루피(5020원)의 배송료가 붙는다. 그게 대수인가. 단돈 1만원에 이런 스펙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프리덤251이 사전 주문을 받는다고 했을 때, 인도이동통신사업자협회(ICA)는 자국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링잉벨스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중국산 싸구려 스마트폰에 로고만 지웠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호사가들은 “시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입소문 마케팅에 열중한다”며 입방아를 찧었다.
그런데 ‘4천원 휴대전화’가 실제로 판매된다. 인도 영자신문 는 모히트 고엘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빌려 “링잉벨스가 6월30일부터 사전 구매자를 대상으로 1차 공급분인 20만 개의 프리덤251을 배송하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링잉벨스가 구매 희망자를 대상으로 곧 2차 사전 주문을 받을 것”이란 소식도 덧붙였다. 이전에도 모질라재단이 파이어폭스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 ‘클라우드FX’를 2014년 인도에 1999루피(33달러)에 내놓은 적은 있지만, 이보다 90%가량 낮은 가격의 스마트폰이 나온 건 처음이다.
제조원가만 따진다면 프리덤251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링잉벨스의 ‘4달러 휴대전화’에 몇 가지 추측이 따라붙는다. 입소문으로 고객을 확보한 뒤, 다른 제품을 팔려는 교묘한 마케팅이란 주장이 그렇다. 링잉벨스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제조사로부터 돈을 받아 손실을 보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기 물량이 얼마간 나오다가 곧 중단될 것”이란 회의론도 따라붙는다. 이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인도 기업의 ‘돈키호테급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싼 차’를 표방한 ‘타타 나노’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우리돈 250만원 정도의 소형차였다. 저소득층과 저개발국을 겨냥했다. 그러나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만 남기고 판매 부진으로 생산라인에서 사라졌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인도 인적자원부가 ‘10달러 노트북’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설립자가 주축이 된 ‘100달러 노트북’ 보급 운동이 한창 불붙을 무렵이었다. 2년여 만에 공개된 이 초저가 PC 역시 단순한 연산장치 모듈에 가까운 제품으로 드러나며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인도의 ‘초저가 정보기술(IT) 혁명’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4천원 스마트폰’은 돛을 올렸고,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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