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돈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세운 핵발전소는 더욱 그렇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누가 얼마나 물어줄 수 있나’라는 ‘돈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핵발전소 23기 가운데 동해안에만 15기의 원자로가 돌아가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핵발전소는 원자력보험으로 ‘돈의 위협’을 피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원자력보험으로는 발전소 시설 등에 대한 ‘원자력 재산보험’과 핵연료 등을 운반할 때 생기는 사고에 대비하는 ‘원자력 운송배상 책임보험’,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원자로의 문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배상해주는 ‘원자력 손해배상 책임보험’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보험 상품은 모두 ‘한국원자력보험 풀(Poll)’에서만 판다. 국내 9개 손해보험사와 서울보증보험, 코리안리 등 모두 11개 보험사가 출자해 만든 컨소시엄 성격의 보험회사다. 규모가 큰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을 분산하려고 보험사들이 ‘품앗이’를 하는 것이다. 이 업체는 영국·프랑스·스위스 등 30개국의 ‘원자력보험 풀’에 재보험을 들어 위험부담을 줄인다.
보험료 단위부터 다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매해 200만달러(약 22억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원자력손해배상법에는, 한수원이 핵발전소 사고 1건마다 최대 3억에스디아르(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까지 물도록 정해놨다. 약 5340여억원 수준이다. 손해배상액이 3억SDR를 넘을 경우 “국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원전 사업자(한수원)에게 원조한다고 나와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일본처럼 주민들이 방사능에 노출되고 재산상 피해가 일어날 때 지급하는 ‘원자력 손해배상 책임보험’ 한도액은 최대 500억원이다.
원자력보험에 적용하는 보험요율은 알 수 없다. 가장 영향력이 큰 ‘영국 원자력보험 풀’이 정하고, 국제적으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100만분의 1로 두고 보험을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세계 436기의 핵발전소는 약 11년마다 한 번꼴로 사고가 있었다. 일본 이 2011년 일본 원자력 손해배상 책임보험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보도를 보면, 일본 핵발전소에서 중대사고가 날 확률을 ‘2100년분의 1번’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보험도 들썩이고 있다. 도쿄전력은 사고로 2011년에만 2조5249억엔(약 34조28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했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모른다. 그런 탓에 지난해 1월 일본 원자력보험 풀로부터 계약 연장을 거부당했다. 후쿠시마의 불똥은 우리나라에도 넘어왔다. 해외 재보험사들이 한수원이 내는 보험료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손해배상 책임보험 한도액을 최대 5천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본·독일처럼 배상 책임 한도액을 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됐든, 후쿠시마의 재앙이 원자력보험 업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을 넘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럴 때 국가 단위로 적용하는 ‘원자력보험’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88기(일본 54기, 한국 21기, 중국 13기)의 원전이 빽빽하게 들어선 동북아시아의 세 나라 모두 ‘원자력손해배상조약’(CSC)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가 터져도 옆 나라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말이다. 이래저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김성환의 에너+딕’은 에너지 분야의 이슈와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 격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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