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폭포를 만나도 주저하지 않는다. 몸통을 곧추세우고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솟구친다. 물살을 써서 자기 몸의 두세 배인 2~3m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뛰고 또 뛰며 끝까지 몸을 던질 줄도 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떠돌다 강 상류로 돌아오는 삶을 살며 진화해온 결과다. 우리나라 연어는 동해에서 출발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 베링해에 갔다가 알래스카만까지도 떼지어 헤엄쳐 다닌다. 바다에서 4년을 살다 고향에 돌아오면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씨를 뿌리며 생을 마감한다.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온갖 난관을 이겨온 연어. 이제는 점점 수가 줄어 대서양연어는, 멸종위기에 가까운 150만 마리로 추정된다.
<연어의 시간>(마크 쿨란스키 지음, 안기순 옮김, 디플롯 펴냄)은 연어의 눈을 통해 인간이 환경에 가한 폭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은이 마크 쿨란스키는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 또한 생존할 희망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연어의 삶은 육지와 바다 생태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연어가 살기 좋은 강에는 나무가 많아야 한다. 뜨거운 강에서 살지 못하는 새끼 연어(프라이)는 나무 그늘에 기대어 생존한다. 성체 연어는 육지에선 곰·늑대에게, 바다에선 범고래·바다표범 등에게 먹이가 돼준다. 알을 낳고 죽은 연어는 바다에서 섭취해 몸에 저장한 영양분을 강에 건네주며 나무와 미생물을 키운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이 유발한 오염이 연어를 질식시켰다”고 주장한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연어를 탐구하며 내린 결론이다. 우선 수력발전댐은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을 가로막았다. 1880년대만 해도 라인강에서 잡은 네덜란드산 연어의 양은 45만㎏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았다. 100년이 지나 라인강에선 연어를 찾기 어려워졌다. 네덜란드는 수력발전댐을 짓고 연어를 무차별로 남획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댐을 지어 강을 막았다.
인류는 뒤늦게 연어를 살리려 애쓴다. 지난 30년 동안 과학자들은 연어가 댐을 더 잘 통과할 방법을 연구했다. 바위로 경사로를 만들거나, 통로를 파는 방식이다. 미국은 엘와댐(33m)을 2012년에, 글라인스캐니언댐(64m)을 2014년에 철거했다. 댐을 부수자 강에서 모래가 나오고 삼각주가 생기고 연어가 돌아왔다. 우리가 연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시적이고 영웅적인 삶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연어 한 종을 잃을 때 얼마나 많은 생물종을 잃을까… 우리가 지구를 구할 수 있으면 연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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