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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적자생존,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21WRITERS①]

[한겨레21이 사랑한 논픽션 작가]<대통령의 글쓰기> 쓴 강원국 작가 인터뷰
등록 2022-03-28 11:00 수정 2022-03-29 01:58
사진=류우종 기자

사진=류우종 기자

좋은 경험은 잘 갈아놓은 토지와 같다는 말이 있다. ‘글쓰기 베스트셀러 작가’ 강원국(60)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경험으로 입증된 방법론으로 채운 글쓰기에 대한 그의 책과 강의는 실용적이다. 학창 시절 “글 쓰는 게 두려웠다”던 그다. 그런 그가 연단한 글쓰기 비법은 설득력이 있다. 글쓰기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수많은 이에게 격려가 되기도 한다.

학창 시절 “글 쓰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일 것이다. 만성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출판 시장에서 글쓰기에 관한 그의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후 스테디셀러가 됐다. 오늘의 강원국을 있게 한 <대통령의 글쓰기>는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는 30만 부라는 이례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6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개명 뒤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 때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게 취미’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10만 부 넘게 팔리는 ‘역주행’을 한 덕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한 2014년 이미 <한겨레>와 <조선일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연이어 출간한 실용문 쓰기 안내서 <회장님의 글쓰기>(2014)도 3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글쓰기를 넘어 ‘품격 있는 말하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2021)도 5만 부 나가는 등 그가 쓴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한 책 다섯 권은 총 50만 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책뿐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그에게 글쓰기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 이뿐 아니다. 그는 방송과 유튜브, 언론·사보 기고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글쓰기 방법을 ‘전도’하고 있다. 가히 ‘국민 글쓰기 강사’라 할 만하다. 강원국 작가를 2022년 3월7일 경기도 과천 그의 집에서 인터뷰했다.

-글쓰기와 관련해 ‘원소스 멀티유스’로 매우 분주하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강연이에요. 전국 시청, 군청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 일반기업, 대학 등에서 강의합니다. 주중에 강의가 없는 날이 거의 없어요. 한 달에 30~40회 정도 강연합니다. 1회당 2시간 정도 하고요. 간간이 방송 출연도 합니다. 오늘은 TBS 유튜브 방송 <유정다방>에 출연해요. 대통령의 말과 글에 대해 얘기할 듯합니다.”

그는 현재 고정적으로 KBS 라디오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국의 공부하면 뭐 하니’라는 글을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강원국의 말빨글빨>도 운영한다.

-프리랜서로 많은 일을 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은요?

“역시 책 쓰기예요. 새 책 출간 간격이 아무리 길어도 2~3년을 넘기면 안 되는 거 같아요. 강의도 방송도 모두 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책이 나오면 책을 중심으로 강의의 큰 주제가 바뀌는데 한 주제로 오래가면 식상하잖아요. 제가 지금 프리랜서로 일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그사이에 책을 여섯 권(공저 한 권 포함) 냈으니까 책 출간에 평균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거죠.”

글쓰기 위해 말하기를 강조

그는 초창기 ‘글쓰기’ 3부작(<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에 이어 최근엔 ‘말하기’ 책(<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을 잇따라 출간했다. ‘말하기’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 그는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이 책은 내가 말하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썼다. 책이건 강의이건 말하기 시장이 훨씬 크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함께 해달라는 주문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선 말하기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글쓰기 저자들에 견줘 그의 독창적인 지점이다.

-글쓰기와 말하기의 연관성이 큰가요?

“글을 잘 쓰려면 말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한 것을 글로 써보고, 그 글을 누군가에게 말해봄으로써 피드백을 받고, 그걸 반영해서 또 글을 쓰면서 글과 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이죠. 제가 강의하면서 글쓰기에 대해 말하잖아요. 그 말을 정리해서 글을 쓰니까 제 글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강원국은 저술가와 강연자 생활을 시작한 2014년 이전엔 연설문을 쓰는 ‘스피치라이터’로 살았다. 1990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1997년부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연설문을 썼다. 2000년 8월부터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실 경제분야 행정관으로 대통령 연설문을 썼다. 이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총 8년 동안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김우중 전경련 회장의 말을 위한 글인 연설문을 쓴 경력도 주요하게 작용했을 거 같은데요.

“아, 그 경험도 중요합니다. 연설이라는 게 말과 글 두 가지 모두에 걸쳐 있으니까요. 근데 그때는 연설문을 쓰면서도 지금의 (글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생각을 못했고요.(웃음) 지금 와서 보니까 제가 쓴 연설문이 쓸 때는 글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말로 사용되는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지적해준 것은, ‘글을 이렇게 쓰지 마’가 아니라 어찌 보면 ‘말을 이렇게 하면 안 돼’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대통령은 이미 말로 글쓰기를, 글쓰기로 말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셨던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으로 미뤄볼 때, ‘나는 말하기를 잘 못하지만, 말하기에 대해서도 말할 자격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쓰기와 말하기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그의 결정적 체험이 한 가지 더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임기가 끝난 뒤인 2009년 9월 <한겨레>와 청와대 생활 8년과 관련해 인터뷰했다. 보도 이후 출판사 여러 곳에서 책을 쓰자는 요청이 왔다. 당시 그는 터무니없는 일이라 여기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청와대에서 겪은 일화, 연설문이 나오는 과정,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런 물음에 그의 답변은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내용도 풍성해졌다. 말하면서 기억이 또렷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정제와 숙성’ 과정을 거쳤다.

2013년 11월 다니던 출판사에 휴직원을 제출한 뒤 하루에 200자 원고지 30장씩 쓰는 목표를 세우고, 한 달 보름 만에 331쪽짜리 <대통령의 글쓰기> 단행본 한 권을 뚝딱 완성했다. 그는 “5년간 제가 말해온 내용이라 말한 걸 글로 옮겼을 뿐이에요. 그냥 술술 잘 써졌어요”라고 말했다.

*강원국, 말이 글이 되고, 글이 말이 되게 하는 ‘국민 글쓰기 강사’ [21WRITERS②]로 이어집니다.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1779.html

출간 목록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4)

강원국 작가를 세상에 알린 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배운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방법을 담았다.

<회장님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4)

보고서, 기획서, 연설문, 마케팅 글쓰기 등 실용문 쓰기 방법과 더불어 회사 생활의 처세술까지 덤으로 담긴 책.

<강원국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8)

막막한 글쓰기 안개가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로 걷히는 느낌을 주는 책.

<나는 말하듯이 쓴다>(위즈덤하우스, 2020)

작가의 경험에 기반해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론을 말하기에서 길어 올린 책.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웅진지식하우스, 2021)

말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는 깨달음을 담은 책. 라디오 방송(KBS1 ‘강원국의 말 같은 말’ 2020년 2월~2021년 3월) 원고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엮은 책.

강원국 제공

강원국 제공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21이 사랑한 논픽션 작가들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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