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 선진국의 어느 시민은 불현듯 주어진 의무를 두고 짜증 내고, 분노하고, 저항했다. 마스크 쓰기랄지 ‘거리두기’ 의무는 아무튼 국가가 개인의 행위를 제약하는 것이며, 그것은 아무튼 파시즘을 떠올리게 하고, 그건 아무튼 꽤 그럴싸한 통찰처럼 여겨졌다. 마침내 ‘그런 조치들과 함께 사느니 차라리 코로나19로 죽겠다!’는 피켓을 들었다. 이런 시대 전문가는 주로 ‘아무튼’을 되짚고 파고들고 바로잡는 작업을 한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의무란 무엇인가-마스크 시대의 정치학>(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펴냄)을 펴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시민의 의무에 저항하는 일을 ‘탈의무행위’ ‘탈연대행위’로 적는다. 국가의 변화를 되짚으며 저항의 앙상함을 비판한다. 배경을 파고든다. 바로잡으려 애쓴다.
탈의무행위가 저항하는 대상인 ‘국가’는 역사적, 공간적으로 변해왔다. 현대의 (선진) 국가는 ‘돌봄 및 (위험) 대비 국가’다. 지배가 아닌, 국민 행복과 약자 보호 의무를 짊어지고 요구받는다. 물론 잘해내지 못할 때가 잦다. 개인의 기본권과 모두의 안녕을 책임져야 할 의무 사이에 적절한 선은 끊임없이 논쟁해야 한다. 다만 “질병 감염에 특히 쉽게 노출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라는 요구에서 ‘파시즘’의 징후를 읽는 것은 한마디로 역사의 슬픈 코미디다.”
그런데도 왜 국가는 예전보다 한층 더 무절제한 분노의 대상인가. “국가를 서비스 제공자로 보기 시작하고, 자기 자신은 언제나 최상의 서비스가 주어지기만 바라는 고객 또는 소비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시민 아닌, 소비자에게 연대의 바탕은 옅다. “탈의무의 가장 깊은 뿌리는 멍청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의무를 내팽개치라고 끝없이 가르치는 경제다.”
‘사회적 의무 복무’를 대안으로 제안한다. 고등학교 졸업 뒤 1년, 은퇴하고 1년 동안 주 15시간 정도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사회적 실천의 공간을 억지로라도 마련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이 제도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로, 지은이 스스로도 여기지 않는다. 다만 “모든 구성원이 자유는 최대한으로 누리면서 의무는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면 민주주의는 통제 불능의 혼돈 상태에 빠지고 만다”는 우려만은 절절하다.
마스크의 시대가 용케 지나간다 해도 시민의 의무에 대한 철학자의 고민은 여전히 중요하다. 시민의 의무는 코로나 방역 이후에도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거리두기 규칙과 얼굴에 천 조각 하나 걸치는 것에조차 그렇게 분노한다면 임박한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훨씬 더 강력한 제한과 행동 변화를 요구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질비오 게젤 지음, 질비오게젤연구모임 옮김, 출판사 클 펴냄, 2만원
1900년대 초 경영자이자 경제이론가였던 질비오 게젤은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를 주장한다. 토지는 국유화한 뒤 임대하고, 화폐는 축장 기능을 없애고 교환 기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이다. 불로소득에서 비롯한 불평등을 고민하는 현재에도 의미 있는 고전이다.
로먼 마스·커트 콜스테트 지음, 강동혁 옮김, 어크로스 펴냄, 1만9천원
도시에는 랜드마크 건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교통표지판, 맨홀 뚜껑, 공원 벤치, 신장개업 가게의 풍선인형 등 대도시를 이루는 잘 보이지 않으나 중요한 99%의 구조물을 탐색한다. 특정 인구를 간과한 시설물의 변화, 도시의 풍경을 만든 제도를 통해 도시는 어떻게 이뤄졌으며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생각한다.
정재윤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8500원
백제는 고구려나 신라에 견줘 ‘잊힌 왕국’에 가깝다. 백제사를 30년 동안 연구한 지은이가 무령왕 탄생 1560년, 무령왕릉 발굴 50년을 맞아 신화가 아닌 역사로 무령왕을 다시 부른다. 이국의 섬에서 태어난 소년이 무령왕이 되는 과정, “강국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데 이르기까지 과정을 흥미롭고 치밀하게 그린다.
저스틴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구본권 감수, 문예출판사 펴냄, 1만8천원
교육을 둘러싼 ‘기술 낙관주의’의 한계를 짚는다. 학교의 돌봄 문제, 자동 채점이 불가능한 인문학적 질문들, 교육 불평등 앞에서 에듀테크는 완벽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교육 혁신을 위해선 교사, 학생, 가정, 학교 이사회, 지역사회, 정부 등 교육생태계를 이루는 주체들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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