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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천 년 전 페르시아에서 쓰인 시다. 천 년. 이렇게 오래된 목소리는, 별자리로 가득가득한 하늘 같다. 압도되고 만다. 먼 과거에서 출발한 빛들이 오늘의 근심 위로 커튼을 쳐주는 밤. 고전을 읽을 때면 어떤 밤도 조금은 밝아지곤 한다. 이 빛에 힘입어, 어둠 속에서도 걸을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어느새 잡초와 잡목이 우거지고,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중세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염의 시집 (필요한책 펴냄)가 처음 페르시아어 원전을 저본 삼아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19세기 영국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영역본을 한국어로 다시 옮긴 가 출간된 적이 있는데, 피츠제럴드의 번역은 원문과 다른 곳이 많고 일부 시는 본인이 창작해 넣기도 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드러났다. 영문학 교과서에 편입될 만큼 “피츠제럴드판 루바이야트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발전했지만, 페르시아어 원형으로서의 ‘로버이여트’를 만나고 싶은 열망들도 (그만큼) 커져만 갔다.”(번역을 맡은 이란 테헤란대학 최인화 교수)
4행시를 뜻하는 ‘로버이’는 페르시아 고전문학의 독특한 시형이다. 1·2·4행의 각운은 같고 3행의 각운은 자유롭다. ‘로버이여트’는 로버이의 복수형이며, ‘루바이야트’보다 페르시아어 발음에 더 가깝게 표기한 것이다. 내용 면에선, 당대의 파격이었다. 영원보다 순간을, 내세보다 현세를 노래했다. 술이 금지된 이슬람 세계에서 수많은 ‘음주 권장시’를 남겼다.
“하이염이여, 술에 취했다면 즐기거라/ 달처럼 고운 이와 함께 있다면 즐기거라/ 세상사 그 끝은 무(無)인 것이니라/ 너 지금 존재하지만 없는 것과 같으니, 즐기거라”(116번 로버이) “한밤중 네게 불시의 죽음이 닥치기 전에/ 잘 익은 붉은 술 내어오라 이르라/ 한심하고 무지한 자여, 너는 땅에 묻었다가/ 다시 꺼내어 보는 황금이 아니란다”(80번)
하이염에게 술은 “백 개의 종교와 마음만큼 가치 있고 중국의 땅덩이만큼 가치 있다.” 술잔이 선생이다. “한 사람이 오면 다른 한 사람을 앗아간다/ 찼다가 비워지는 게 우리네 인생”임을 가르친다. 그래서 술은 “영원한 삶”이다. 영원은 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아, 세상 모든 것들 다 네 것이다 여기어라/ 네 기쁨의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졌다 여기어라/ 그리고 하룻밤 그 초원 위에 내려앉았다가/ 아침 무렵 사라지는 이슬인 듯 여기어라”(103번) “마음이여, 세월이 널 슬피 만들고/ 네 맑은 영혼 별안간 육신에서 분리되리라/ 네 흙에서 새싹 돋아나기 전에/ 풀밭에 앉아 하루 잠시라도 즐기라”(13번)
시는 단순하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 단순함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강렬하다. 허무주의가 환멸을 허물자 생생한 ‘오늘’이 육박해온다. 이런 하이염에게 사로잡혔던 이들. 보르헤스, T. S. 엘리엇, 윌리엄 모리스, 유진 오닐… 그리고 체 게바라. 쿠바 시인 오마르 페레스 로페스가 체의 아들로 최근 알려졌다. 체에게서 오마르 하이염의 를 선물받은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오마르’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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