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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안 보면 못 보는 것 쓸래요”

제10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파지’ 최준영씨 인터뷰
등록 2018-12-08 10:47 수정 2020-05-03 04:29

“처음 쓴 소설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기뻐요. 소설을 계속 쓰라는 응원을 받은 것 같아요.”

제10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자 최준영(29·필명)씨가 12월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날 함께 온 친구들의 축하 속에서 상을 받은 최씨는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KTX 승무원 보면서 구상</font></font>

대상 수상작 ‘파지’는 파업 참가자로 낙인찍힌 생산직 여성 노동자가 회사에서 겪은 모욕과 차별을 그린 소설이다. 35살 박예서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 진철 두 명의 이야기가 맞물려 그려진다. 예서는 생산직에서 영업팀으로 발령이 나고 옮긴 부서에서 자리도 없이 지낸다. 동료 직원들의 따돌림을 당하며 회사 탕비실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커피 심부름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한다. 그곳에서 예서는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파지 취급을” 당한다.

최씨는 케이티엑스(KTX) 해고 승무원들의 12년 투쟁을 다룬 기사를 보고 ‘파지’를 쓰게 됐다고 한다. “KTX 승무원들이 복직하기까지 12년이 걸렸잖아요. 그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어떻게 싸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겪어온 시간을 알고 싶었어요.” 최씨는 KTX 승무원들 복직 투쟁뿐 아니라 쌍용차 사태 등 힘든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을 찾아봤다. “파업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에게 파업은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수단인 걸 알았어요.” 파업 참가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받은 상처나 아픔이 얼마나 큰지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단다.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최씨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창작 열망을 품고 회사를 그만뒀다.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을 배우고 싶어 올해 여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소설가 김현영의 소설창작 강좌를 들었다. “강좌가 끝나는 날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그때 김현영 작가님에게 ‘제가 앞으로 계속 소설을 써도 될까요?’라고 물었어요. 작가님이 ‘준영씨 글은 따뜻하니 계속 쓰면 누군가에게 닿지 않을까요. 계속 쓰세요’라고 했어요. ‘계속 쓰라’는 말이 ‘계속 써야 한다’는 말처럼 들렸어요. 큰 힘이 됐어요.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최씨는 손바닥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내년 1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우리 곁의 문우에서 이제는 작가의 길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처음 응모에서 대상 수상까지</font></font>

최씨는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하기 전에 예전 수상작을 찾아 읽었다. “그때 본 작품 중 ‘경주에서 1년’ ‘상인들’ ‘치킨런’이 기억에 남아요. 이야기가 생생하고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한 이들은 스킬을 뽐내기보다는 정말 글을 쓰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는 분들 같았어요.” 그들의 작품에 감동받고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단다.

처음 응모한 손바닥문학상에 수상까지 한 최씨는 앞으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을 담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세상을 조금 더 찬찬히, 깊이 바라보아야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말이다.

<font color="#008ABD">글</font>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font color="#008ABD">사진 </font>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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