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명. 정말 많은 분이 출연하셨네요.”
한겨레TV 공개방송이 열리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벙커 2층 회의실에서 제작진을 기다리던 박연신 작가의 한숨 섞인 말입니다. 평균 5명의 출연자를 섭외하기 위해 전화로 설득하고, 시간을 조정하며 대본을 작성하는 박 작가는 녹화 현장에 언제나 무거운 다크서클을 달고 나타납니다.
‘트러블 메이커’ 비난 감수하는 출연자시즌4 156회를 편집하는 이 밤에도 휴대전화 단체대화방에선 다음회 게스트 섭외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8월19일 토요일 아침 7시45분 “똑똑!” 문자 도착 알림 소리.
김어준 “박작, 최일구 앵커 섭외해보자.”
송채경화 “오늘은 라됴도 없는 날인데 아침부터 ㅎㅎ.”
김어준 “버릇 돼서. 깬 지 벌써 3시간.”
송채경화 “ㅋㅋ”
김보협 “총수가 좋은갑다. 송채 기자 와서. 토욜 새벽부터 섭외야. ^^”
박연신 “(최일구 앵커) 오시기로.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야 한대서 입장 시간 조절. 오후 8시.”
PD “어제 업로드하고 새벽에… 잠 좀 자자. ^^”
박연신 “○○○씨는 이번엔 도저히 일정이 안 된다고 하시네요. ㅜㅜ”
김어준 “아, 씨파 이번주 졸라 힘들다.”
PD “김 기자가 ○○○씨에게 전화 걸어주소. 부탁. ^^”
이렇게 섭외는 일상의 전투이지요.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말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출연한 738명의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출연자가 ‘문제’를 들고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날 무대에서 최일구 앵커는 반짝거리는 ‘무대의상’을 입고 멋들어지게 라는 트로트를 불러 방청객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 내내 쌓인 울분과 서러움으로 몇몇 후배 언론인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에 이른 공영방송 MBC ‘문제’를 제기하면서 말입니다.
김영창 인하대 교수는 자신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로 비난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생산과 제공, 안전에 대한 계획과 시스템에 당당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문제를 일으키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이며 야당과 보수언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큰 문제’인 탈원전. 장다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연출자인 저마저 탈원전에 대한 무지와 의구심을 탈핵에 대한 확신으로 이동하게 하는 원자력에너지의 재앙적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문명과 역사의 거창한 관점을 넘어, 개인적인 일상은 어쩌면 저마다 ‘문제’를 자각하고 설정하며 해결하는 과정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분주한 일상 속에서, 우리의 사적 문제의 틀을 얽어매는 거대한 공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바로 저널리즘의 의무임을 깨달았습니다.
질문은 계속된다에 출연한 738명의 사람들은 738개의 ‘문제’였습니다. ‘문제’를 제시하고(일으키고),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선동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정치와 자본 권력에 복무하는 공영방송 MBC의 어용언론인과 원자력 마피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문제 출제는 우리의 고유 권한이다. 너희는 우리가 출제한 문제에 대해 네 항목 가운데 정답을 골라라.”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에서 최승호 MBC 해직 PD가 내던진 대사가 가슴에 떨어집니다. 최 PD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을 환송하는 군중에 섞여 이렇게 말합니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가장 공적인 방식은 그 문제에 책임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그 질문이 억압되는 시대라면,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자유’의 척도가 됩니다. 는 그동안 738명의 출연자를 통해 738개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자부합니다. 그 질문에 아직까지 답하지 않은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즐겁게 시작한 글이 그만 우울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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