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다룬 영화 <더 플랜>의 한 장면. 네이버 무비
7월19일치 에 실린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씨의 칼럼(‘서사과잉: 김어준씨의 경우’)을 읽었습니다. 뜨끔했습니다. 바로 김어준 총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박권일씨 칼럼 읽었어. 제작진, 입장 정리 빨리 해야 해.”
“걱정 마. 출연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어.”
박권일씨는 칼럼에서 영화 사태와 관련해 김 총수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서사과잉은 이미 한계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건 섹시한 ‘서사’가 아니라 담백한 ‘지성’이다. 그 지성의 증거는 학력 따위가 아니라 ‘자기객관화’ 능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와 하고 싶어”김 총수는 에서 기획·제작한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이 담당 PD인 저에게 많은 말을 걸었습니다. 예상대로 다음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 칼럼에 대한 찬반, 그리고 조롱과 증오의 언어가 넘쳤습니다. 제 의견을 묻는 시청자의 요청도 많았습니다.
제18대 대선 결과에 대한 의 주장은 하나의 가설입니다. 현재 김 총수와 제작진은 반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적 통계에 아둔한 사람인지라, 이 주장하는 대선 개표 조작 의혹에 대해선 확고한 의사를 밝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통한 개표 조작이 가능하니, 반드시 선진국처럼 ‘수개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해 편성을 단행했습니다. 모의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 시퀀스는 많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저는 일전에 인터넷 언론 가 에 대한 반론 프로그램을 내보냈을 때, 오히려 고맙다고 했습니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공명선거 관련 의혹 제기를 검증해본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지요. 의 가설은 공론의 장에서 거듭 검증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칼럼은 2005년 황우석 사건을 소환해내 현재의 김 총수를 음모론자로 덧씌운 것입니다. 김 총수가 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음모론자로 지적받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2014년 2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김 총수가 저에게 던진 말을 기억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끝나면 우리 나이 오십이야. 이 정치권력이 이대로 가면 곧 환갑이고. 를 다시 제작할 수 있겠지만, 와 하고 싶어. 도 나를 이용하라고. 그리고 이번에는 출연료 많이 줘!”
저는 김 총수의 그 말을 ‘가 필요해’로 이해했습니다. 역시 ‘김어준’이 필요했습니다. PD 처지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김 총수에게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음모론자’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에서 김 총수는 누구보다 치열했고 긴장했습니다. 아이템 회의부터 공개방송 녹화 현장까지 언제나 그 꼬리표와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김 총수의 데스크 너머에는 마이크를 놓고 청와대 출입기자가 된 김보협 기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총수, 너무 간다. 더 가면 위험해. 제발.”
“(웃음) 씨파, 물론 저의 추론입니다.”
이러한 긴장 어린 ‘토크 라인’을 볼 때마다 저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공개방송이 끝나면 이틀간의 치열한 후반제작(편집)이 시작됩니다. 이때 김 총수와 김보협 기자로부터 쉴 새 없이 연락이 쏟아집니다. “이 PD, 그거 다시 확인해보니 불확실하다. 꼭 편집해줘.” “총수가 말한 그 부분 확인해보니 위험하다. 다시 협의하고 아니면 ‘삐’ 처리하자.”
수구언론이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하고, 공영방송마저 공백이 되었던 박근혜 정권 아래서 는 진보언론이 취재한 파편적 사실을 엮어 합리적 ‘서사’와 당당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합니다.
긴장 어린 ‘토크 라인’끝으로 존경하는 동지의 글을 전합니다. “‘자기객관화’란 내가 나를 얼마나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서 비롯된다기보다, 만인에 대한 이해능력에서 파생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이해해야 타인들이 이해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따라서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의 특징은 ‘쿨함’보다는 ‘따뜻함’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이것이 현재 사태에 대한 저의 잠정적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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