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대의 카메라가 돕니다. 김어준, 김보협, 초대손님 그리고 그룹·부감 쇼트. 렌즈를 통해 들어온 각각의 이미지와 언어가 조형돼 한겨레TV 프로그램 가 됩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두 진행자와 연출자, 작가의 의도를 뛰어넘는 그로테스크한 ‘포스(?)’의 영향을 받습니다.
포스를 발산하는 주체는 바로 매주 수요일 밤, ‘벙커’라는 공간에 모이는 수백 명의 방청객 시민입니다. 환호와 야유, 애증의 공간인 벙커에서 시민·진행자·초대손님이 어우러진 이미지의 총합이 인 것이죠.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저는 많은 지인과 시민들에게 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어젯밤 152회 공개방송 녹화에서는 김어준 총수에게 “는 어준에게 어떤 의미인겨?”라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왜, 다음에!”였습니다. 물론 김 총수에게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답변을 받아내고 말겠습니다.
오늘은 앞에서 언급한 의 이미지와 공간의 의미에 대해 문화연구가이며 영화평론가이신 이창우 박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그는 공개방송이 진행되는 벙커에 대해 “축제가 벌어지는 지옥, 세상을 빻아서 김어준의 이미지로 조형하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요?벙커입니다. 정의상 대피소인 그곳은 세상의 파국을 가정합니다. 세상이 모두 지옥으로 전락한 가운데 어둡고 지저분한 그곳은 군중이 모여 다음 세상의 탄생을 모의하고 자축하는 지하 동굴입니다. 기이한 ‘거인’ 주변에 낄낄거리는 군중이 따라다녔던 르네상스 시기 라블레 소설과 비슷한 설정의 공간입니다.
군중이 모여 모의와 자축을 하는 공간이라구요. 그 공간은 어떻게 작동하나요?망해가는 세계의 모자이크를 벙커 바닥에 즐겁게 그리는 파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세상을 주유하고 온 패널들이 퍼즐을 맞추는데, 그들이 무엇을 그리든 결과는 항상 김어준 총수의 초상화로 귀결되지요. 가령 이명박의 육성을 채집하고 편집해서 만든 노래는 한 정치 지도자에 대한 벙커의 ‘명명’일 뿐 아니라, 그의 이미지를 김어준의 이미지로 대체한 것이기도 합니다. 발터 베냐민이 말하듯이 “자신을 알리는 행위와 다른 모든 것을 부르는 행위는 하나”입니다. 망해가는 세상은 우스꽝스럽게 해체된 후, 그 조각들은 거인의 형상을 한 민속의 왕 형상(김어준의 이미지)으로 재조합됩니다.
한겨레TV의 이전 프로그램 에서 시작된 () 그리고 다시 태어난 에 대한 의견은요?의 패널들은 축제 장터에 설치된 임시 극장의 캐릭터처럼 분배되었습니다. ‘광대’ 정봉주, ‘악당’ 주진우, ‘바보’ 김용민이죠. 그들은 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우주의 이미지를 끌어모으고 모자이크를 구성했습니다. 자기가 말하는 진리의 무게에 못 이겨 균형을 잃고 마는 ‘광대’(정봉주의 깔때기), 단서를 찾아 괴도 루팡처럼 신출귀몰하는 ‘악한’(디테일), 모든 규범을 저능아의 무례함으로 천연덕스럽게 오염시키는 바보(목사 아들) 삼형제였지요. 는 로 발전하면서 자신감을 획득했습니다. 고정 배우 없이 초청된 인사 누구도 광대, 악한, 바보의 가면을 자유롭게 썼습니다. 김어준 총수의 배가된 역량, 방청객의 견고한 지지 그리고 제작진의 열정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민이 를 시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는 세기말 정서에 흥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왜냐하면 민중적 그로테스크는 항상 지옥의 구름이 세계를 뒤덮을 때 왁자지껄하게 벌어지는 축제의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기까지 는 한국 사회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던 답답하고 어둠침침한 공기를 ‘메이드 인 벙커’에 걸맞은 상쾌한 공기로 정화하여 꾸준히 공급해왔습니다. 우리가 최소한의 기운을 차려서 좌절하지 않고 광장에 결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창우 박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다보니 그만 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시사프로그램을 예술·철학적 관점에서 비평한 의견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현재 ‘출구’를 찾고 있는 의 역기능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취재한 뒤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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