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둘째아이가 슬슬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말도 늦고 기저귀도 늦게 뗀 6살 첫째아이랑 비교하면 6개월 이상 빠르다. 첫째아이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둘째아이는 국공립 중에서도 꽤 크고 괜찮은 어린이집에서 기저귀 떼는 시간을 보냈다. 작은 민간 어린이집에선 특별히 배변 훈련을 하지 않았다. 부모가 하루 종일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서, 낮에는 기저귀를 차고 저녁에만 배변 훈련을 하니 시기가 좀 늦어졌다.
둘째아이는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 안에 마련된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 또래 남자아이들끼리 ‘팬티 입자’는 이상한 경쟁이 시작됐다. 둘째는 아직 기저귀를 떼지도 않았는데 “팬티를 입겠다”고 떼를 썼다. 자기들끼리 맹훈련을 하더니, 어느덧 기저귀의 시대가 끝나간다. 그 때문에 매달 30만원 정도 가계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백화점 같은 공공시설에는 수유실이 있다.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안쪽에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작은 방이 있고, 밖에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수유실에서 종종 능숙하게 아기 기저귀를 가는 젊은 아빠들을 만난다. 정말 맵시 있고 꼼꼼하게 기저귀 밴드를 마무리한다. 대충 붙이면 아파하고, 심하면 아기 살이 빨개진다. 언론에서 여성에게 인기 있는 남성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온다. 여성과 인터뷰해보면 기저귀를 잘 가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나쁜 남자’가 이상적 남자로 떠오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기저귀남’이 대세가 되는 모양이다.
중년 이상 남성 중에 기저귀를 갈아본 사람이 있을까? 아직 못 봤다. 은퇴한 최고경영자(CEO), 현역 국회의원,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등 할아버지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보는데 아직 기저귀 갈아본 이는 만나지 못했다. 그들이 산 시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젊은 아빠들이 살아갈 시대는 다르다.
에 실린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씨의 칼럼 <font color="#C21A1A">‘이효리라는 별자리’</font>를 읽고 가슴이 순간 찡했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이효리는 이제 스타가 아니라 누군가 그걸 보고 길을 찾는 별자리라는 얘기다. 서울 청담동 사모님의 시대에서 이효리의 시대가 됐다. 그의 남편 이상순씨도 나중에 기저귀를 잘 갈 것 같다. 자기에게 카드를 주는 남자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결국 남편에게 카드를 주게 되었다는 이효리씨의 얘기를 듣고 배꼽 잡으며 웃었다. 기저귀 가는 남자의 등장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얼마 전 아직은 시범사업 단계인 저소득층을 위한 기저귀 바우처 제도 얘기를 들었다. 중위소득 40% 이하(4인 기준으로 월 178만원) 가정의 아이들에게 생후 24개월까지 지원되는 제도다.
24개월 만에 기저귀를 떼면 ‘기저귀 영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저소득층 아이는 기저귀도 빨리 떼나? 지원 시기도 좀 늘리고, 사업 대상도 중위소득까지 높이면 좋겠다. 신혼부부가 첫아이를 낳아 3인 가구가 되면 지원 기준은 360만원이 된다. 월세 내고 아이 키우려면 빡빡할 소득이다. 기저귀 잘 갈 것 같은 남자의 시대가 오는 중이다. 정부가 중위소득 미만 부모들에게 기저귓값 정도는 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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