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는 2017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출산휴가를 갔다왔다.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이 외국인이라서 특별히 봐준 것일까. 그렇진 않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에릭 해커도 시즌 중 출산휴가를 갔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던 이대호도 출산휴가를 갔다. 이에 견줘 한국 선수는 시즌 중에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출산 모습을 지켜보기 어렵다.
2011년 미국 메이저리그엔 큰 변화가 생겼다. 선수 노조와 사무국이 선수들의 출산휴가 3일 보장에 합의한 것이다. 야구계도 점점 더 출산에 호의적으로 제도를 바꿔가고 있다.
출산휴가는 왜 중요할까. 아이가 태어나면 몇 번의 중요한 순간이 있다. 첫 번째가 퇴원이다. 일반적으로 산모와 아기는 병원에서 3~4일째 되는 날에 나온다. 그러나 10%의 아기는 집중치료실에 들어가 열흘 정도 지나야 나온다. 이 경우 엄마는 퇴원하고, 신생아는 병원에 머문다. 우리 집에선 둘째아이 때 그랬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바로 집중치료실에 갔다. 그리고 퇴원 뒤 며칠 지나 기관지염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할 뻔했다.
두 번째는 삼칠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삼칠일이 지나면 아기 보러 손님이 와도 된다. 그다음이 백일이다. 백일이 되면 아기는 소리도 잘 듣고 눈으로도 잘 본다.
이 시간을 위해 엄마에게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주어진다. 육아휴직으로 1∼2년을 쉬어도 되지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엄마가 공무원이나 공기업, 아니면 정말 인간적인 대기업에 재직하는 경우다. 많은 엄마들이 3개월 출산휴가 외에 추가로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 그나마 정규직이면 3개월이라도 쉬고, 비정규직이면 재계약 불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백일 동안 많은 집에서 모유 수유를 한다. 아기는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젖을 먹고 다시 잔다. 이유식은 100일 이후 시작한다. 아기는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순간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 시기, 엄마의 존재는 아기에게 절대적이다. 또 수유하느라 엄마와 아빠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극한에 달하는 때이기도 하다. 물론 그 뒤에도 아이 키우기는 힘들지만 백일 때처럼 힘들지는 않다. 백일이 가까워지면 많은 직장맘들이 출근 준비를 한다. 출산휴가가 끝나기 때문이다.
연봉이 많은 엄마들은 다를까? 로펌에 있는 변호사나 회계법인에 다니는 회계사의 경우를 알아봤다. 이들은 연봉이 일반 회사원과 비교해 훨씬 높지만 회사 규모는 크지 않다. 전문직이라서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출산휴가 3개월 외에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 중소기업도 일부를 제외하면 육아휴직은 서류상으로만 있는 제도다.
우리 집은 큰아이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백일을 기다렸지만, 둘째아이 때는 아이가 아파서 결국 아내가 백일 무렵 사직서를 냈다. 회사에 변화가 생겨 육아휴직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년 뒤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결국 나도 일을 그만두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엄마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시적으로 출산휴가를 현재 3개월에서 한 달 정도 늘려 4개월로 하면 어떨까. 그래야 최소한 아기 백일은 보고 복직할 수 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육아휴직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엄마들을 위해 출산휴가라도 인간적으로 늘리면 좋겠다. 엄마들에게 백일은 너무 슬픈 날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활짝 웃고 기뻐할 수 있는 백일이 되도록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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