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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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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갇힌 아이들

호흡기 안 좋은 둘째의 잦은 병치레

새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세우려나
등록 2017-05-18 22:47 수정 2020-05-03 04:28
지난해 황사가 많은 계절, 둘째가 폐렴으로 입원했다. 우석훈

지난해 황사가 많은 계절, 둘째가 폐렴으로 입원했다. 우석훈

결혼이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큰아이가 태어난 것은 더 늦었다. 9년 만에 아이가 태어났고, 연거푸 둘째아이가 태어났다. 네 살과 여섯 살, 두 남자아이의 아빠로 살아간다. 그 사이 나도 50살이 되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바로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3개월 출산휴가를 끝낸 아내는 결국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봄 황사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둘째는 폐렴으로 입원했다. 나도 하던 일을 많이 정리하고 아픈 둘째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입원했을 때 일상은 단조롭지만 벅차다. 아침에 일어나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그길로 이것저것 챙겨서 병원에 들른다. 오후, 잠시 쉰다. 그리고 다시 오후 늦게 큰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다. 밥해 먹이고 놀아주다가 씻기고 재운다.

아이가 입원하면 일상은 사라진다. 입원비 자체는 비싸지 않은데 응급실에 가면 검사비가 꽤 많이 나온다. 특히 호흡기 관련 검사비가 비싸다. 싸면 50만원, 많이 나올 땐 100만원이 넘는다. 지난 대선에서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이 있었다.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영·유아 병원비 정도는 수가 조정으로 어떻게 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1년이 지났다. 다시 겨울과 봄 사이 미세먼지철이 왔다. 둘째는 요즘도 어김없이 아프다. 한 달간 감기를 달고 살더니 지난주 결국 중이염이 됐다. 중이염이야 흔한 병이지만 여기서부터 후두염, 폐렴 그렇게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다행히 올해는 입원하지 않고 버틸 것 같다.

둘째는 태어날 때 다리가 젓가락처럼 가늘었다. 그걸 보면서 많이 울었다. 지난해 퇴원할 때도 다시 다리가 젓가락같이 변했다. 신생아 때 몸무게가 백분위에서 하위 5%에 속했다. 그 뒤 1년간 진짜 열심히 먹였다. 내가 해주는 감자튀김이나 구워주는 빵을 아주 잘 먹었다. 지금은 몸무게 백분위의 중간 정도 된다. 그동안 불어난 체중으로 스스로 이겨내기 바랄 뿐이다.

5월이 되면 중국발 황사가 잦아든다. 어린이날쯤이 그 경계다. 어린이날을 무사히 보내면 긴장 상황에서 잠시 한숨 놓게 된다. 나는 미세먼지에 대한 책으로 출판계에 데뷔했다. 폐렴으로 언제 입원할지 모르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될 줄은 몰랐다. 사는 게 그런 거다.

도시의 미세먼지는 경유 자동차, 세탁소 혹은 식당,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황사나 석탄 화력발전소 같은 외부 오염원이 있다. 황사를 제외하면, 중단기 대책 정도는 세울 수 있다. 대책 마련이 가장 쉬운 것은 석탄 화력발전소다. 이건 점오염원이라서 후처리 장치로 잡을 수 있다. 경유 차량 문제는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는 뻔한 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환경 규제 조항과 맞물려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그냥 둘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황사 핑계만 대면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별로 한 게 없다. 동시다발적인 뉴타운 공사가 중단되면서 건설 분야 미세먼지 발생이 일부 완화됐을 뿐이다. 그건 조치를 취한 게 아니라, 경제 침체로 그렇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우리 둘째도 1~2년만 지나면 지금처럼 미세먼지에 민감해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약 4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중이염, 후두염을 시작으로 폐렴에서 폐결핵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신생아 호흡기 질환이 있다. 새 정부는 좀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책이 세워지기까진 우리 둘째처럼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미세먼지철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영·유아 호흡기 질환 치료비라도 좀 깎아주든가….

우석훈 경제학자*경제학자이자 두 아이의 아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으로 살아가는 경제를 희망하는 우석훈씨가 육아 칼럼 ‘경제학자 아빠의 한푼두푼’으로 3주마다 한 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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