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이 시작된다. 요즘은 학교 입학 연령이 유연해져 한 살 늦게 보내도 되고, 한 살 일찍 보내도 된다. 내년 3월부터 6살 큰애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낼지 고민했다. 나는 생일이 연초라서, 또래보다 한 살 먼저 학교에 들어갔다. 중3 때 본격적으로 키가 자랐고, 대학 졸업 후에도 약간 더 컸다. 당연히 초등학교 때는 덩치가 작았고, 힘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학교를 일찍 들어간 게 즐거운 기억은 아니었다. 나에 비하면, 큰애는 제법 크다. 학교에 일찍 보낼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한 해 더 놀게 해주자는 쪽으로 결론 냈다.
학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해인데 유치원에 보내볼까 생각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유치원이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과 교재비까지 계산해보니 한 달 들어가는 돈이 100만원 조금 넘었다. 돈도 문제지만 오후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뺑뺑이를 돌린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둘째아이가 호흡기 질환을 앓는 탓에 나는 외부 활동을 거의 접었고, 아내도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기에 어린이집이라도 가까운 데로 옮기자고 생각했다.
그때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합창대회 준비가 시작됐다. 마음이 다시 흔들렸다. 다음주 토요일, 합창대회가 열린다. 내년에는 어린이집에서 축구 팀도 운영한다. 해마다 유년부 대회에 나가는데 성적이 괜찮다고 한다. 조금 먼 지금의 어린이집과 집 앞 어린이집을 놓고 한 달간 고민하다, 내가 더 고생하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하, 내년에도 저 먼 곳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의 프로그램이 워낙 좋으니 어쩔 수 없다.
큰애 또래의 6살 어린이는 뭘 배워야 할까. 지금 있는 어린이집에선 연말 학예회를 하고, 가끔 합창대회나 동시 발표회를 한다. 이런 행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데서나 할 수 있다. 친구들과 뭔가를 같이 준비하고 공동의 성과를 내는 경험을 어릴 때 만들어주긴 쉽지 않다. 혼자 하는 일은 그냥 배우면 된다. 돈을 내고 배워도 되고, 부모한테 배워도 된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경험은 쉽게 돈 내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가 잘났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이 우수할까, 공교육이 우수할까. 6살 아이를 위한 교육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친구와 교감하고 공감하는 법, 그리고 적절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협력하는 법.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이것이 진짜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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