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살, 6살, 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오전에 아이들 유치원 등원은 내가, 오후 하원은 아내가 책임진다. 원칙은 그러한데 서로 바쁘면 눈치껏 순번을 바꾸면서 버틴다. 그래도 가끔 ‘독박 육아’ 상황이 벌어진다. 다음주는 내가 지방 출장, 그 다음주는 아내가 해외 출장, 그리고 다시 내가 지방 출장을 가야 한다. 당분간 우리 부부는 ‘고난의 행군’을 견뎌내야 한다. 둘째아이 출산 뒤 퇴사했던 아내가 몇 년 만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거라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한다.
큰아이는 또래 친구 4명이 어린이집에서 아주 친했다. 6살이 되면서 한 명은 영어유치원을 택했고, 또 한 명은 국공립 유치원으로 떠나버렸다. 현재 우리 아이와 또 다른 친구 한 명만이 어린이집에 남게 됐다. 공교롭게도 영어유치원에 간 친구가 다니는 유치원은 우리 집 앞에 있고, 그 친구가 사는 집은 현재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바로 앞이다. 왔다 갔다 하루에 1시간씩 엇갈린 길을 다니면서 우린 여전히 종종 만난다. 워낙 친했으니까 가끔 그 4명이 모여 놀이터도 가고, 밥도 먹는다. 자연스럽게 엄마들끼리 유치원 과정 품평회가 열린다.
큰아이가 유치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정확하게 말해 영어유치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엄마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다. 선행학습이 아이들 정신 건강은 물론 장기적으로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심하다고 여긴 나는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기만 하고 보낼 생각은 안 했다.
아이들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대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에선 초등학교 입학 전 영어 과외는 일절 법으로 금지한다. ‘유아 정신병’ 등 아이들이 영어 교육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보이지만 쉬쉬하며 감추고 있을 뿐이다. 영어유치원 3곳이 생기면 유아 정신과 하나 생긴다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다.
영어유치원에 가면 나쁜 점도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는 체육 프로그램이 있다. 좋은 어린이집에선 거의 매일 외부 강사가 방문해 체육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라서 또래 아이들이 받는 체육 교육 혜택을 볼 수 없다. 어차피 유치원 대용으로 가는 거라면, 정부에서 영어유치원을 따로 차별하지 않고 체육이나 음악 교육을 같이 지원하면 좋겠다.
현행법상 보육기관인 어린이집과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겪어보니 결국 좋은 데가 좋은 것이다. 이미 교육과정은 통합돼 있어 같은 것을 배운다. 이상한 유치원보다는 좋은 어린이집이 낫다. 물론 나쁜 어린이집은 정말 나쁘다. 동네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2곳 있는데, 한 곳은 차례가 안 오고 또 다른 곳은 평판이 좋지 않다. 무서워서 못 보내겠다.
어린이집에 아이 둘을 보내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큰돈 들이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다 전학이 되고 심지어 대학도 편입이 된다. 그런데 왜 어린이집만 전학이 안 될까? 국공립끼리라도 ‘일시적 정원 초과’ 같은 것을 유연하게 운영하면 전학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어린이집은 한번 정착하면 죽으나 사나 그곳에 다닐 수밖에 없다. 이건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행정이 조금만 신경 써도 가능한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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