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경찰 추산이면 좋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짧다.
노동시간은 최상위권. 2015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34곳 가운데 연간 일하는 시간이 두 번째(2113시간)로 길다. 오래 일하고 적게 쉬는데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불면증 등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이는 2011~2015년 193만여 명으로 5년 사이 56% 증가했다. 밥벌이는 밥 버는 벌(罰)인가.
50대 아티스트이자 예술평론가가 불면증을 겪어온 40여 년의 기록인 (RM 본 지음, 루아크 펴냄). 이 책은 현대사회를 장악한 ‘불면의 문화’를 성찰한다. “창조하지 못하는 무능을 더 화려하고 빠른 자극을 저장하는 일로 만회하려 작정한 듯” 정보를 들이붓는 문화에 대하여. 주의를 집중하는 대신 관망하는 자세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문화에 관하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 정보가 쉬지 않으니 뇌도 쉬기 힘들다. 그런데 이상한 점. 피곤하면 졸아야 하는데 사회는 반대로 ‘과잉 각성’돼 보인다. 미국 수면의학 전문가 린 램버그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이 잠을 못 잤을 때 일어나는 기본 반응은 졸음이지만 불면증 환자의 반응은 과잉 각성이다. 책은 불면증과 현대사회의 모습이 매우 닮았다는 전제에서 쓰였다.
미국 출신으로 독일과 캐나다에서 비디오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지은이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불면 문화의 작동을 감지한다.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아이 같은 경향”이다. 귀여움과 부드러움이 유독 강조되고 “서정적이되 복잡하게 서정적이진 않은” 대상이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텅 빈 경향”. 지은이는 대표적으로 뉴미니멀리즘을 지목한다. “부르주아적이라 여겨진 장식적 예술에 대한 혐오로 등장한 첫 번째 미니멀리즘과 달리 1970년대 이후 뉴미니멀리즘은 정치적·사회적 의도도 없고 집단의식을 (담거나) 바꾸려는 욕망도 없다.”
지은이는 현대문화를 ‘회피’의 문화로 본다. 피로사회를 사는 이들은 심각한 천착을 피하려 하고 가벼운 오락을 선호한다. 불면사회의 문화적 산물도 감상자를 잡아끌 전략을 바꾼다.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체력이 드는 길고 복잡한 스토리, 생생한 묘사, 문제 설정과 해결, 주장과 근거 제시 그리고 단정적 표현 등을 피한다는 것. 지은이는 단정적이다. “시시함이 곧 풍요로움이 됐다.”
(뉴)미니멀리즘의 ‘함량 미달’ 설엔 반론도 있을 법. 연주 없는 연주로 유명한 존 케이지의 ‘4분33초’, 오직 한 음을 딱 한 번 울리는 라 몬테 영의 ‘컴포지션 1960 7번’ 같은 음악은 삶의 ‘순수한 지속’을 표현한 양식으로 해석되곤 한다. 자연은 (음표처럼) 단속적이지 않고, (악보 같은) 인위적 상태로 공간화되지 않는다는 뜻. 삶의 본질은 무위나 최소주의 같은 극단적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있다.
야행성과 창의성의 비례설 역시 현대사회의 미신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너는 창조적이야. 밤새 머리를 쥐어짜야 해.’ 노! 노! 예술가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다. 괴테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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