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빅팬이다. 이 말은 이 글이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에 대한 애호를 숨긴 채 그를 품평할 자신이 내겐 없다. 사실 그의 팬이라는 말은 마치 비틀스의 팬이라는 말처럼 별다른 취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데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가 다수인 할리우드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화당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로 출발해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작가주의 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83)다.
영화 같은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삶그에 대한 지지는 동종 업계에서도 차고 넘친다. 배우들은 “그가 부르면 시나리오가 전화번호부라도 달려가겠다”고 고백하고, 평론가들은 “미국 내에서 장르영화의 제한된 시간과 조건으로 이와 같은 완성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라고 평한다.
대중과 평단의 고른 애호가 드문 영화계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이런 헌사들은 그가 이뤄놓은 성취를 가늠하게 해준다. 여기에는 (1971)로 할리우드 최초의 배우 출신 감독이 된 이래, 40여 년 동안 일관되게 영화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이 현역 감독에 대한 오마주도 담겨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감독 시절이 마냥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대기만성형에 가까웠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준 ‘마카로니 웨스턴’에 대한 성찰을 담은 (1992)로 진갑의 나이에 오스카를 거머쥐기 전까지, 그를 작가로 대접하는 평론가는 거의 없었다. 그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그는 흥행과 호평에 무심한 듯 이후에도 나이를 거슬러 쉼없이 영화를 찍어왔다.
아내를 잃고 자식과 불화하며 살아가는 완고한 퇴역군인과 어린 소년의 우정을 그린 (2008)가 나왔을 때, 그 결말로 인해 대다수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이 ‘노우’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자신이 주연을 맡은 를 통해, 감독뿐만이 아니라 배우로서도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현재진행형인 ‘젊은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삶과 영화 인생을 분석한 책 두 권이 같은 시기에 출간됐다. 마크 엘리엇의 전기 (민음인 펴냄)와 로버트 E. 카프시스, 캐시 코블렌츠가 엮은 인터뷰집 (마음산책 펴냄)가 그것. 유명인의 사망 때 쏟아져나오는 평전 등의 전기류를 제외하고 특별한 계기 없이 동일 인물을 다룬 비슷한 분량의 책이 동시에 출간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먼저 엘리엇의 책은 마초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감독,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역할 모델로 추앙받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평전 격이다. 50여 년간 출연하고 만들어온 영화와 뒷이야기는 물론,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과 불륜, 각종 소송에 얽힌 비화, 그리고 아이스크림콘을 거리에서 먹지 못하게 하는 시 당국의 조례 제정에 분노해 카멜의 시장에 선출되는 의외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용직을 전전하던 목표 없는 청년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난 80년간의 일대기’를 담았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영화사(史) 학자인 엘리엇이 수많은 자료와 다양한 취재원을 동원해 한 편의 영화 같은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그의 삶을 전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가난한 떠돌이 부부에게서 태어난 5.15kg의 우량아, 군 복무 시절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행운아, 혼외정사로 4명의 아이를 낳은 바람둥이 할리우드 스타. 이 모두가 대스타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양한 모습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사생활과 그가 찍어온 영화들로 대표되는 공적 생활이 어떻게 조응해가는지 추적한다. 기존 평전들이 놓친 최근 10년간의 황금기를 상세히 밝힐 뿐 아니라, 찬양과 비판 사이에서 시종일관 객관적 거리를 견지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대한 스타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철학, 연출 스타일, 배우와 감독으로서 다다른 성숙함, 자기 관리 능력,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인 그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일이다.
지난 시절 고난을 자신의 육성으로카프시스와 코블렌츠의 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첫 연출작을 내놓은 1971년부터 최근 연출작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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