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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전쟁이 시작됐다

4월7일 개막, 박찬호·김병현·이승엽·김태균 등 해외파 ‘빅4’ 성적과 시즌 판세 점치며 구장을 채운 팬들의 함성
등록 2012-04-14 11:00 수정 2020-05-03 04:26
올 시즌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기록을 달성할까. 2011년 6월2일 관중으로 가득 찬 서울 잠실구장. <한겨레21> 박승화

올 시즌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기록을 달성할까. 2011년 6월2일 관중으로 가득 찬 서울 잠실구장. <한겨레21> 박승화

야구팬들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4월7일 막을 올린 2012 프로야구는 어느 해보다 흥미 만점이다.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평정했던 박찬호(39·한화)와 김병현(33·넥센)이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이고, 홈런왕 이승엽(36·삼성)과 김태균(30·한화)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빅4’의 등장으로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부터 대박이 났다. 8경기에서 35만8481명(경기당 평균 7468명)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고였던 지난해 25만402명(경기당 평균 5110명)을 46%나 웃돌았다. 시범경기 첫날이던 3월17일, 충북 청주 경기가 비로 취소돼 3경기만 열렸는데도 4만3843명으로, 역대 시범경기 개막전 최다 관중(종전 3만4101명) 기록을 1만 명 가까이 웃돌며 가볍게 경신했다. 다음날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넥센 경기에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국내 데뷔전을 보려고 7500석이 꽉 찼다. 시범경기 첫 만원 관중이었다. 이날 4개 구장 관중은 무려 5만7508명. 시범경기 하루 최다 관중 기록이다.

1강-4중-3약 또는 2강-4중-2약

지난 4월3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도 올 시즌 관중 대박을 예감케 했다. 700만 관중 돌파를 염원하며 야구팬 700명을 초대한 이날 행사에서 8개 구단 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한마디 할 때마다 괴성과 함성이 터졌다. 4월7~8일 개막 2연전 입장권을 구하려는 야구팬들은 ‘티켓 전쟁’을 벌였다. 롯데와 한화가 맞붙은 4월7일 부산 사직경기는 예매 27분 만에 2만2천 장이 모두 동났다.

야구팬들의 관심은 올 시즌 판세와 스타 선수들의 예상 성적이다. 우선 판세는 1강(삼성)-4중(기아·SK·두산·롯데)-3약(한화·LG· 넥센), 또는 2강(삼성·기아)-4중(SK·두산·롯데·한화)-2약(LG·넥센)이다. 가 프로야구 해설위원 10명에게 4강 예상팀을 물은 결과, 삼성은 10명이 모두 꼽았고, 기아 6명, SK와 두산 5명, 롯데 3명, 한화 1명이었다. LG와 넥센을 4강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삼성은 최고 마무리 오승환에다, 3·4번에 배치되는 이승엽·최형우가 위력적이다. 이용철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삼성은 지난해 우승 전력에다 이승엽까지 가세해 타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며 “올해는 삼성의 독주 속에 중위권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변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삼성과 기아의 ‘2강’을 예상하며 “두 팀 모두 독주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이 가세한 한화의 돌풍을 전망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반면 투타의 핵 장원준(군 입대)과 이대호(일본 진출)가 빠진 롯데를 5위로 예상하는 이가 많다. 이효봉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호와 장원준의 공백뿐 아니라 정대현과 손아섭의 부상, 이승호의 컨디션 난조 등 전력 손실이 크다”고 했다.

LG는 10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리지만 힘겨워 보인다. 안방마님 조인성과 마무리 송신영, 거포 이택근이 팀을 떠났고, 지난해 선발투수 2명(박현준·김성현)이 경기조작 파문으로 유니폼을 벗는 등 핵심 전력 5명의 공백이 너무 커 보인다.

국내 무대로 돌아온 해외파 ‘빅4’의 성적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마운드에선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김병현에게 쏠린다.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 8과 3분의 1이닝 16피안타(2홈런) 12실점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병훈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직구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지 못하면 5승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쯤 제 페이스를 찾고 10승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현은 애초 5월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3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구위를 회복하고 있어 등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김병현은 박찬호·이승엽·김태균보다 훨씬 상징적인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똑같이 “10승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둘은 4월27~29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 넥센의 첫 3연전 때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기대되는 구위 혹은 홈런포 대결

이승엽과 김태균의 홈런포 대결에도 군침이 돈다. 이승엽은 통산 5회 홈런왕(1997·1999·2001~2003년)과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2003년)을 기록했다. 8년이라는 국내 무대 공백이 있는데도 홈런 28개를 보태면 통산 최다 홈런 기록(351개·양준혁)을 갈아치운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승엽이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30개까지 홈런포를 가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홈런왕(31개)을 차지했던 김태균은 지금이 전성기라 이승엽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이승엽은 강팀 효과와 4번 타자 최형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삼성은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할 것이고 5회 이후 상대의 약한 투수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3번 이승엽을 내보내면 4번 최형우와 만나기 때문에 상대 투수는 이승엽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4월20~22일 청주에서 첫 대결을 펼친다.

두산 김진욱, 기아 선동열, 삼성 류중일 감독 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사령탑 대결, 팀당 2명씩 16명 모두 투수로 채워진 외국인 선수 대결도 볼거리다. 새내기 중에선 특이한 투구 폼과 콧수염 덕분에 시범경기에서 ‘산체스’라는 별명을 얻은 대졸 신인 롯데 김성호(23)가 눈길을 끈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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