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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나는 반대한다〉외

등록 2010-09-01 22:49 수정 2020-05-03 04:26

〈나는 반대한다〉
김정욱 지음, 느린걸음(02-733-3773) 펴냄, 1만5천원

〈나는 반대한다〉

〈나는 반대한다〉

나는 반대한다, 라니 명쾌하다. 4대강 공사를 왜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명쾌하다. “안 되니까 안 된다.” 40여 년간 환경공학을 연구해온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왜 4대강 공사를 해서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와 등가의 것으로 놓는다. 시시콜콜한 논리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와 환경 운운하며 논리를 앞세우니 그도 과학과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따지기로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에서 일곱 개의 허구를 찾았다. 강바닥이 높아져서 준설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강바닥은 낮아졌으며 무리하게 강을 파헤치면 심각한 부유물이 발생한다. 물을 깨끗하게 한다? 댐에 갇힌 물은 고인 채로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물 부족을 해결한다? 전국의 정수장과 하수장의 반이 놀고 있다. 홍수를 예방한다? 4대강 공사 구역과 홍수 피해 지역은 겹치지 않는다. 34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공사는 사람의 손보다 중장비의 수고를 더 많이 요구하고, 수많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빼앗는다. 생태계를 살린다?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제노사이드다. 자연을 아름답게 한다? 그렇다면 회룡포, 지리산 용유담 등 공사로 인해 사리질지 모르는 천혜의 비경들은? 강바닥을 깊게 파고, 콘크리트 댐을 쌓고, ‘슈퍼 제방’을 쌓아 도로를 만들고, 남는 땅은 개발해 분양하는 토건 공사는 4대강을 ‘살리는’ 과정일 수가 없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는 이미 사양 사업이 돼버린 대운하 사업의 사례와 각종 역사 기록, 과학을 지지대 삼아 정부의 주장을 낱낱이 반박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진짜 힘을 실어주는 것은 책의 맨 앞머리에 있는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한 문장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김순영 옮김,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원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정치적 평등’이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말해왔다. 90살을 훌쩍 넘겨 한 세기 가까이를 살아온 노학자는 다시, 이 시대 민주주의의 기본 ‘평등’을 논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위계적 계층구조 등에 끊임없이 위협을 당하지만 그래도 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이를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달은 정치적 평등이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정치적 평등을 이끄는 힘은 무엇인지, 정치적 평등을 제약하는 한계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컬러 오브 워터〉

〈컬러 오브 워터〉

〈컬러 오브 워터〉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올(02-322-6983) 지음, 1만2천원

재즈 뮤지션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는 백인이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절, 백인 어머니는 12명의 흑인 아이를 낳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차별에 시달렸던 어머니는 성인이 되어서는 흑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흑인과 백인들의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성숙한 삶을 개척한다. 에세이는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의 힘겹고 치열하지만 담담했던 삶을 담았다.

〈정신·자아·사회〉

〈정신·자아·사회〉

〈정신·자아·사회〉
조지 허버트 미드 지음, 나은영 옮김, 한길사(031-955-2016) 펴냄, 3만원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다. 인간은 “다른 자아들과의 분명한 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창시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조지 허버트 미드는 이 책에서 개인의 행위를 사회적 행위 안에서 바라본다. 미드는 끊임없이 “사회는 개인에게 어떠한 방식을, 무엇을 반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개개인이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핀다.


〈한국고전문학전집〉

〈한국고전문학전집〉

〈한국고전문학전집〉
김만중·혜경궁 홍씨·허균 외 지음, 심경효 외 6인 옮김, 문학동네(031-955-2661) 펴냄, 1질(10권) 15만원

끊임없이 변주되며 여러 시대를 굽이 넘어온 이야기의 ‘원천’이 요즘의 언어로 다시 쓰였다. 한국식 상상력과 해학을 품고 10권으로 엮인 한국고전문학접집은 익숙한 이야기 틀을 가졌지만 원전으로 읽으니 새 이야기처럼 신선하다. 두 권으로 엮인 ‘서포만필’, ‘한중록’, ‘원본 한중록’, 조선식 애정소설 ‘숙향전·숙영낭자전’, ‘원본 숙향전·숙영낭자전’, ‘홍길동전·전우치전’, ‘흥보전·흥보가·옹고집전’, 234편의 성 이야기를 모은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가장 많은 필사본을 전하는 조선 최고의 인기소설 ‘창선감의록’ 등이 전집을 구성하는 작품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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