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꿈꾼 나라〉
이정우 등 39명 지음, 동녘(031-955-3000) 펴냄, 2만5천원
5년의 재임 기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 지식인은 그가 신자유주의에 투항했다고 공격했고,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그를 반시장적 좌파로 몰아세웠다.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이라는 조롱 속에 갇힌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고독하게 마쳤다. 그리고 2009년 5월의 어느 이른 새벽 그는 담벼락에 난 풀을 뜯고 난 뒤 홀연히 세상을 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그가 마지막 남긴 유서는 간결했다.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줄곧 바라본 곳은 ‘진보의 미래’였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계의 역사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역사는 진보주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노무현 지음)
퇴임 이후 그가 가장 공들여 읽은 책은 두 권이었다. 폴 크루그먼의 와 제러미 리프킨의 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두 권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특히 서거 직전까지 를 읽으며 진보의 미래에 관한 책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화다.
비록 미완의 상태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가 그 첫 번째 저작이라면, 는 그 후속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형식을 띤 와 달리,에는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학자는 물론 참여정부를 비판했던 학자까지 모두 39명이 함께했다. 에서 뽑은 노 전 대통령의 질문에 학자들이 답을 다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이 꿈꾼 ‘진보의 미래’ 시리즈는 제1권 , 2권 에 이어 3권 (가제)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박형규 회고록, 신홍범 정리, 창비(031-955-3357) 펴냄, 2만원
올해 미수를 맞는 박형규 목사의 회고록. 평범한 목회자를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4·19 혁명이었다. 10월 유신 때는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유신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전단을 배포했다. 이 일로 ‘내란예비음모’ 죄목으로 구속됐다. 그 뒤로 수사기관에서 고초를 당하지 않은 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두환 정권은 그가 담당한 교회의 와해작전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길거리 예배에서 길을 찾는다.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김영사(02-3668-3206) 펴냄, 2만3천원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 등은 가능할까? 저자는 공상과학자가 아니라 이론물리학자다. 불가능해 보이는 각 항목을 세 가지로 나눠 가능성을 따진다. 공간이동·텔레파시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타임머신은 물리법칙 위배가 분명치 않은 것으로 수천~수백만 년 이내에 가능하다. 영구기관과 초감각은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 번째 분류에 대해서도 최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02-335-19821) 펴냄, 3만3천원
이슬람과 유럽의 만남인 732년의 푸아티(프랑스 중부 평원) 전투는 역사의 전환점이다. 이 전쟁에서 유럽이 승리함으로써 서유럽은 르네상스의 기반을 다진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일반적 해석과 달리 이 전쟁을 유럽이 이김으로써 이슬람 문명과 단절되고 이로써 문명이 400년 뒤처지게 됐다고 말한다. 중세 유럽 초기까지 소급해볼 때 이슬람 문명이 유럽에 미친 영향력이 막대해서다.
케빈 스미스 지음, 이유진·최수산 옮김, 이매진(02-3141-1917) 펴냄, 1만원
록그룹 콜드플레이는 인도 카르나타카에 망고 나무 1만 그루를 심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러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는 꽤나 유행했다. 그러나 ‘탄소 상쇄’는 죄책감을 덜어줄 뿐 아무런 효력이 없다. 배출 탄소와 나무의 흡수 탄소를 정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탄소 상쇄 중계기업은 의뢰 기업이 탄소를 마음껏 배출하도록 면죄부를 줄 뿐이다. 책은 탄소 배출권 거래가 어떻게 대기를 상품화했는지도 덧붙인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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