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5천원</font>
고경태 전 편집장(현 편집장)이 ‘자서전’을 썼다. ‘일중독’ 편집장이 어떻게 짬을 냈대? 편집장은 좀 편한 거 아냐, 라는 첫 소감이다. ‘자서전’을 ‘유혹하는 에디터’란 제목으로 편집 기술에 대한 책인 양 꾸며놓은 것이 ‘뻥’은 아니다. 고경태 편집장이 편집을 한 게 어언 20년에 이른다. 이런 ‘선의의 해석’에 고 편집장은 좀더 더한다. 어려서 만화책을 읽던 시절부터 ‘편집자의 삶’을 걸었노란다. 의 만화를 보며 그린 만화가 갱지 10장 분량으로 완성되면 바느질로 제본했다. 표지도 만들려고 했단다. (마지못해) 인정!
책 제목이 스티븐 킹의 아류(‘유혹하는 글쓰기’)임을 빼면 책 전체에 걸친 제목들은 실실 웃음이 난다. ‘잘 빠진 한 줌 언어의 미학’의 제목은 ‘다이어트, 다이어트’이고, 편집적으로 수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창조적인 편집자가 되는 십계명’의 중 하나의 제목은 ‘오! 수정’이다. 마지막 교정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굿바이 캡틴’이다(기사가 디자인돼 프린트된 종이를 ‘대장’이라 부른다). ‘편집 귀신’의 책에 이런 말을 해봤자 감동 없는 상장, 언 발에 오줌 누기. 어쨌든 이 귀신이 헤드라인 때문에 헤드에이크에 시달린다고 고백해주니, 고맙다.
는 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고경태 편집장이 에서 하지 않은 것은 제호 정하기뿐이다. (제호가 정해진 에) 1994년 입사해 창간호부터 2006년 9월까지 630개 표지를 작업했다. 인구에 회자된 광고를 썼고, 베트남 참전용사의 난입극으로 이어진 기사를 써서 대특종을 했다. 사고 좀 쳤고, 히트 좀 쳤다. 이런 연유로, 의 저작물이, 퇴직자의 상업적 책에, 실린 것에 대해서 은 용서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서윤영 지음, 궁리(02-734-6591) 펴냄, 1만2천원</font>
건축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고, 거꾸로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건축은 ‘건축주’의 의도에 따른 메시지대로 지어진다. 사찰·성당·교회는 사후 영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교도소는 인간이 교정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현대에는 욕망의 노예를 길러내는 건축인 백화점이 등장한다. 상품과 축제 공간을 결합하면서 잠재된 소비 욕망을 끌어낸다.
테리 리얼 지음, 안기순 옮김, Y브릭로드(02-3670-1090) 펴냄, 1만5천원 </font>
소년은 울지 않는다. 소년은 자신을 이길 수 있어야 진정한 남자라고 배운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그것을 안으로만 침잠시키는 남자는 우울증을 겪는다. 테리 리얼은 이 우울증을 두 가지로 분리한다. 감춰진 우울증과 표출된 우울증이다. 표출된 우울증은 슬프고 침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나마 낫다. 감춰진 우울증은 일중독·알코올중독·분노중독과 같은 중독이나 가정폭력으로 나타난다.
유명숙 지음, 창비(031-955-3357) 펴냄, 1만8천원</font>
1980년대 영문학에서 제기된 ‘탈문학’을 비판한다. 탈문학 담론은 영문학 연구에서 비평 이론의 대중화를 이끌었는데, ‘낭만적 환멸’을 근대문학 개념의 기원으로 잡는다.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이 낭만주의 담론의 뼈대를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저자는 테리 이글턴을 비롯해 탈문학 담론을 지적한 이들이 ‘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탈문학이 낭만주의를 엘리트적 문학주의와 심미적 유기주의로 한정하면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낭만주의가 근대화를 비판하는 문화비평의 성격을 띠었음을 보여준다.
질 포코니에·마크 터너 지음, 김동환·최영호 옮김, 지호(031-903-9305) 펴냄, 3만8천원</font>
인간 마음의 작동을 설명하는 ‘개념적 혼성 이론’을 제안한다. 개념적 혼성 이론은 ‘블렌딩’이다. 커피 원두나 포도를 섞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듯이 서로 다른 지식들이 합쳐져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개념적 혼성은 은유법과 같은 언어의 창조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철학·심리학·사회학·인류학 등 인간이 상상력을 가지고 축조한 모든 학문에 적용됐다.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 바이러스’다. 생물학 용어는 컴퓨터공학에 적용됐고, ‘바이러스 백신’ 같은 컴퓨터 용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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