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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위험한 ‘메인’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마케팅 ‘비법’ ② 작은 출판사를 살리는 개인 중심의 메인 개편 어떤가
등록 2009-05-16 01:49 수정 2020-05-02 19:25
인터넷 서점의 위험한 ‘메인’

인터넷 서점의 위험한 ‘메인’

757호에 이어 두 출판 마케터의 말을 종합해 정리한다.

“한 인터넷 서점에는 500만원, 1천만원 홍보 패키지가 있다. 메인 노출 기본에 배너 광고, 키워드 광고, 검색 광고 등이 따라온다. 이 인터넷 서점의 경우는 메인이 철저하게 광고 여부와 관련이 있다. 광고 없인 메인 없다. 서점 북마스터의 역할도 점점 이런 상품을 유치하는 것으로 바뀌어간다. 판매량 압력이 심하고 분야별로 비교하기 때문에 북마스터의 압박감이 커졌다. 이 서점의 경우 판매량에서 사재기를 걸러내는 기본인 ‘건당’(권당이 아닌) 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사재기가 의심되어 책 한 권을 타깃으로 판매량을 조사하는 경우, 그 분야의 북마스터가 와서 왜 그 책을 조사하냐고 항의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보통 인터넷 서점은 책을 메인에 띄우면서 공급률(출판사가 인터넷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조절한다. 보통 60~65%인 공급률을 5% 정도 더 싸게 해달라고 한다. 판매량의 목표도 높게 잡아 제시한다. 그렇게 유치된 책은 안 팔면 안 되게 된다. 노출의 형평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메인 노출은 다 돈이고 광고다.

인터넷 서점이 책 판매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신문 서평, 신문 광고가 효과가 없다는 말은 오래되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의 광고 가격이 부쩍 올랐다. 그들의 기술도 점점 세련돼가고 있다.

이런 메인 다툼을 하는 책들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터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과학·환경·미술·문학 등 분야의 책을 내는 출판사가 제일 많은 피해를 입는다. 이들은 광고를 하지도 않고, 마케팅비도 거의 책정하지 않는다. 예전엔 이런 책들도 가끔 메인에 뜨고 사람들도 끌 수 있었다. 노출이 광고와 연계되면서부터는 이런 종류의 책들은 검색을 통해 뜨는 게 다가 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베스트셀러감이 있어도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빈익빈 부익부다. 이런 인터넷 서점도 큰 출판사에는 큰소리를 못 친다. 대형 출판사는 자회사(임프린트)를 포함해 워낙 많은 책을 쏟아낸다. 삐끗하면 인터넷 서점이 도리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직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도매상에서 사야 하는데, 그러면 매입가가 높아 할인을 전혀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못 팔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유리한 점을 대형 출판사들이 잘 이용해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출판사 책들의 보호에 안주할 게 아니라 함께 목소리를 내서 작은 출판사들에 불리한 관행도 폭로하고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율(1년 반 이내 신간이 10% 이내이고, 그 외 경품이나 마일리지 제공 등이 구매가의 10%까지 가능하다)은 당연히 책값을 높인다. 할인될 것을 예상하고 그만큼 더 책값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번에 낸 환경 관련 책의 경우 400쪽 넘는 책에 적정가인 1만6천원을 매겼는데 손익분기점이 7천~8천 부가 된다. 다른 출판사와 책값을 비교해보니 너무 싸게 매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은 출판사는 외국의 저명한 철학자의 책을 내면서 500부를 손익분기점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만큼 책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닷컴의 경우 이용자의 구매 패턴과 검색 패턴을 파악해 그에 맞는 메인 화면을 구성한다. 최근 네이버도 개인이 메인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포털이 신문 뉴스를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메인에서 보고 싶은 신문을 정한다. 대부분 인터넷 서점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북마스터 선정형 메인은 불평등하다. 개인을 지향하는 새로운 ‘평등한 메인’이 필요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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