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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제국과 상인> 외

등록 2007-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제국과 상인

이승렬 지음, 역사비평사(02-741-6127) 펴냄, 2만8천원

서울과 인천, 개성 지역 상인 집단을 중심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로 넘어오는 50여 년간 한국 상업부르주아를 추적했다. 이 상인들은 대한제국 금융근대화의 마지막 성공작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도 상당한 공헌을 한다. 상업부르주아는 갑오, 광무 개혁기 국가권력 의존관계에서 일제에 유착해간다. 일제 중기 정치·사회·문화 영역까지 아우르며 산업자본가가 출현하고 점차 식민지 파시즘 체제로 편입된다.

호적

손병규 지음, 휴머니스트(02-335-4422) 펴냄, 1만9천원

호적이라는 국가공문서를 통해 개인과 여러 계층의 일상적 삶에 접근했다. 주요한 분석 대상 호적부는 1999년 데이터베이스화가 시작되어 2006년 학계에 공개된 1606~1923년 경상도 단성의 것. 어떤 서술도 하지 않는 개량 사료에서 저자는 뜻밖의 사실을 건져낸다. 가족 내부에서 부부는 동등하게 기재되며 여성이 혼자 호를 대표하는 경우도 10%에 달한다. 호적에는 양자와 양부의 성씨가 다른 경우가 있어 부계의 계승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이레(031-955-7300) 펴냄, 1만4천원

소설도 수필같이 쓰는 논픽션 대가 알랭 드 보통의 건축에 대한 글.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 아름다운 건물의 힘을 믿지만 그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축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 속의 가치다. 워드성의 앞과 뒤는 왜 다를까, 르코르뷔지에가 지은 빌라 사부아에 가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건물에 얽힌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담을 섞고 그것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며 재담을 펼친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지음,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1900원

공부가 직업인 학자 고미숙이 청소년에게 ‘공부’를 이야기한다. 그는 새로운 공부법으로 소리 내어 암송하라, 사람들 앞에서 구술하라, 책을 읽어라, 앎의 코뮌을 조직하라, 일상에서 공부하라 등을 제시하고 그 핵심이 ‘공부해서 남 주자’라고 말한다. 청소년 대상 ‘세대공감 달인 시리즈’로 (채운 지음), (한경애 지음), (윤세진 지음)와 함께 출간됐다.

26년 1, 2, 3

강풀 글·그림, 문학세계사(02-702-1800) 펴냄, 각권 1만2천원

은 2006년 4월부터 9월까지 미디어다음에 연재된 온라인 만화. 하루 조회 수 2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열광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상만화에서 시작해 순정만화, SF 장르를 다루던 강풀이 이번에 도전한 분야는 팩션, 그것도 5·18이라는 정치적 사건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중 시민군에 참여했던 부모를 잃은 인물들이 학살 책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모인다.

등대

주강현 글·사진, 생각의나무(02-3141-1616) 펴냄, 2만7천원

로 우리 바다의 해양사를 썼던 저자는 이 책에서 40개의 등대를 일일이 답사해 등대에 얽힌 역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바닷가에 세워진 등대는 거개가 1910년을 전후해 세워졌다. ‘제국의 시대’는 ‘등대의 시대’였던 것이다. 등대는 독립적 근대국가와 무관하게 제국의 배를 인도하는 ‘제국의 불빛’이었다. 책의 끝에 등대로 가는 여행길을 안내했다.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손승현 글·사진, 아지북스(02-3141-9902) 펴냄, 2만원

미국 원주민의 연례행사 ‘미래를 향한 말타기’를 찍은 에세이 사진집. 해마다 12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선 수십 명이 말을 타고 평원을 가로지른다.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500km 여정을 보름간 달린다. 1986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미국 원주민들이 조상의 넋을 기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마련했다. 저자는 이 여행에 동행하며 생태학적 메시지를 반추하고 원주민의 지혜를 듣는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글, 김점선 그림, 마음산책(02-362-1451) 펴냄, 1만원

2003년 10월부터 2004년 5월까지 김승희 시인이 에 연재한 산문을 모았다. 김점선의 그림도 그대로 옮겨왔다. 김승희 시인은 생활을 과감 없이 풀어놓은 뒤(“아침에 가스레인지 위에 들통을 올려놓고 가스불을 켜둔 채 나온 것 같은 생각이 엄습”해 소방서에 전화해본다) 이 아웅다웅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해석한다. “항상 ‘손의 부족’을 느끼므로 무언가를 깜박 빠뜨린 것만 같은 실패와 재난의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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