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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4-09-24 00:00 수정 2020-05-03 04:23

조망권은 어디까지 법적인 보호대상이 될 수 있나… 재산가치 하락 등 구체적 기준 있어야 보상 판결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앞집에 갑자기 아파트가 들어서 햇빛이 안 들어오고 산도 안 보입니다.” “3m 앞에 5층 건물이 들어섰는데, 그 건물에서 저희 집이 모두 보여 생활이 불편합니다.”

최근 한강 조망권 침해에 대한 법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져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망권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네인즈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아파트 중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산이나 강, 공원 등 조망권으로 인해 시세가 1억원 이상 차이나는 곳은 152개 단지(4만9천가구)에 달했다.

조망권 여부 따라 수억원 시세 차이

네인즈 조인숙 리서치팀장은 “요즘에는 애초부터 분양가 자체에 조망 프리미엄이 붙고 있지만, 아파트를 추첨 분양했던 옛날 아파트일수록 조망권에 따른 시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조망권 가운데 가장 각광받는 것은 역시 한강 조망권이다. 그렇다면 강·산·공원 등 조망권 요소별로 조망권에 따른 프리미엄은 얼마나 형성돼 있을까?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지난 2월에 수도권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강·산·공원·호수 등의 조망권을 확보한 단지의 평당 매매가는 1172만원으로 그렇지 못한 단지(770만원)보다 402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의 평당 평균 매매가가 125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공원·호수를 볼 수 있는 단지의 평당 평균가격은 1166만원, 산을 바라볼 수 있는 단지는 790만원으로 조사됐다.

조망권에 따라 분양가를 달리 책정한 서초구 방배동 LG황실자이는 인근 서리풀공원 조망권을 감안해 층별로 최고 2천여만원의 차이를 뒀고, 경기도 안양시 현대홈타운2차는 수리산 조망권을 분양가에 반영해 24.8평형의 경우 한층 올라갈수록 최고 400만원 더 비싸다. 서리풀공원의 조망권 가치는 평당 최고 119만원, 수리산의 조망권 가치는 평당 68만원 정도 반영된 것이다.

사실 조망권은 일조권과 달리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조권은 건축법에 규정돼 있지만 조망권은 어떤 법률에도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조권의 부수적 개념으로만 인식돼왔다. 건축법은 ‘주거지역 안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의 높이는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하여 정북 방향의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높이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 조항은 건축허가 요건을 규정한 것일 뿐 일조권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건축법 규정을 모두 지켜서 건축한 건물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조망권은 어디까지 법적인 보호대상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조망권 판결은 한강 주변 고층 아파트의 조망권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 아파트 주민들이 “앞에 LG아파트가 세워져 한강 조망권이 침해됐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아파트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최근, 서울 고척동 주민 31명이 “집 앞에 대우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주)대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망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조망권에 대한 판단기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일조권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 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 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인한도(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수준)를 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일조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동지를 기준으로 원고 일부 세대의 일조시간이 LG아파트 신축에 따라 127.5∼131.7분에서 15.0∼71.7분으로 감소해 거의 하루 종일 햇볕을 볼 수 없는 세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조권 피해는 어느 정도 근거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망권 또는 프라이버시권은 피해 여부를 규명하기 쉽지 않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햇볕을 볼 수 있는가

조망권의 인정 범위와 관련해 대법원은 “조망 이익은 특정 장소가 외부를 조망하는 데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런 조망 이익의 향유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건물이 건축된 경우 조망 이익이 독자적 이익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일반적으로 조망은 주변 객관적 상황의 변화에 의해 저절로 변용되는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법적 보호 대상으로서 조망 이익이 존재하려면 조망 향수자가 단지 주관적으로 조망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망 가치가 있는 경관이 존재하고 건물(아파트)의 가치가 그 경관을 조망한다는 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강변에 위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조망으로 인한 이익을 신규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가 합리적으로 나누어 갖는 것이 타당하다”며 “리바뷰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 이익은 법적 보호 가치가 있는 생활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리바뷰아파트 입주자들은 조망권을 인정받고, 고척동 주민들은 인정받지 못한 것일까? 리바뷰아파트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LG아파트는 한강 조망을 최대한 누리게 된 반면 원고들의 피해는 확대된 점, LG아파트 입주민들은 (한강 조망권에 따라) 높은 프리미엄을 얻게 된 반면 원고들의 세대는 조망 침해 등으로 재산적 가치가 하락하게 된 점”을 강조했다. 반면 대법원은 고척동 주민 소송사건의 경우 “원고들의 주택 주위에 특별히 경관으로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고, 아파트 건축으로 인해 조망이 종전보다 나쁘게 되었지만 아파트가 건축되기 전부터 남쪽으로의 조망이 양호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주택이 경관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단순히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 뒤 전망이 종전보다 나쁘게 되었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망 이익을 법적 보호의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망권 분쟁과 관련해 법무법인 TLBS 김형률 변호사는 “무조건 조망권이 인정된다면 허허벌판에 맨 처음에 5층짜리 집을 지어놓은 사람이 나중에 건축되는 모든 건물에 대해 단지 옆 집보다 먼저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조망권 침해를 주장할 것이고, 또 누구나 집을 살 때부터 조망권을 고려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양쪽 당사자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판례가 집적되거나 학술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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