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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판불변법칙’을 깨는 법

등록 2008-05-09 00:00 수정 2020-05-03 04:25

증명사진 찍는 일 많은 때, 얼굴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우고 번쩍이는 옷을 피해라

▣ 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게 뭐야?”

눈은 게슴츠레하게 풀렸고, 콧대는 왜 이렇게 낮은지.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은 어정쩡하기 그지없다.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는 사흘은 안 감은 듯. 평소 ‘라인’이 살아 있(다고 생각했)던 턱선은 굴곡 하나 보이지 않고, 눈썹은 군데군데 쥐 파먹은 듯 어색하다.

성에 안 차는 증명사진을 보며 한숨 쉬지 않아본 이가 어디 있으랴. 이 와중에 친구의 한마디가 가슴을 더욱 후벼판다. “원판 불변의 법칙, 기계는 거짓말 안 해!”

‘썩소’ 극복법: 거울 보고 자주 웃기

5월은 증명사진의 계절이다. 싱그러운 하늘과 짙어진 녹음 속에서 초·중·고·대학 할 것 없이 졸업반 학생들은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이에 발맞춰 대학 졸업반은 한창 입사지원서용 증명사진을 찍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받아든 사진 속 ‘그대’는 누구?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하면 증명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을까?

증명사진은 일반 사진과 달리 배경이 없다. 시선이 인물에만 집중되는 이유다. 더욱이 촬영은 실내에서 진행된다. 조명, 배경색, 표정, 머리 모양, 화장 스타일 등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조명과 배경 따위의 기계적 요소가 사진사 몫이라면, 카메라 앞에 선 자의 몫 가운데 사진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표정이다. 옷, 머리 모양, 화장 등은 잘못되면 고칠 수 있지만, 표정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증명사진 찍을 때 치아가 보이지 않도록 무표정하게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소 띤 얼굴이 대세다. 사진관에 증명사진 찍으러 가면 “웃으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웃다 보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된다. 당연히 찍은 사진 대부분은 표정이 어색하게 나온다. 근육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태의 미소는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입은 웃는데 눈초리는 그렇지 않다. 입과 눈 주위의 근육들이 ‘따로 노는’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 민트스튜디오의 사진전문가 이제성(39)씨는 말한다.

“사람들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미소가 있다. 무표정한 상태에서 거울 보고 점점 미소를 크게 짓다 보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미소를 찾을 수 있다. 그 표정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 자주 웃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이다. 얼굴 근육이 풀리면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온다. 이에 더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요령이다.

많은 여성들은 증명사진 찍을 때 화장을 하얗고 진하게 한다. 요즘 초등학교 여자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뽀샤시’하게 찍고 싶어서다. 그런데 이런 화장법은 자연광 아래에서는 괜찮아도, 증명사진 찍을 때만큼은 추천할 바가 못 된다. 하얗게 화장한 부분에 빛이 닿으면 반사되어 이목구비와 얼굴형 전체가 또렷하게 나오지 않는다. 입체감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반짝거리는 립글로스와 반짝이가 묻어나는 펄 화장도 금물이다. 안경을 끼고 찍을 때처럼 립글로스 묻은 입술과 반짝이 묻은 얼굴에 빛이 반사돼 하얗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지 컨설턴트인 우영미 플러스이미지랩 대표는 피부톤에 맞는 자연스런 ‘내추럴 메이크업’을 추천한다. 눈썹과 눈동자, 입술 라인만 명확히 표현하라는 이야기다.

화장, 여자는 지우고 남자는 하고

“전체적으로 진한 화장을 해서 포인트가 없는 것보다 눈 화장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 좋다. 눈동자가 선명해 보이면 강한 인상을 주고, 인물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단, 검은 눈동자를 더욱 크고 진하게 보이려고 서클렌즈를 착용하는 것은 피하라고 우 대표는 말한다. 어색하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남성들은 어떨까? 플러스이미지랩의 김은영 강사는 “남성들도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화장은 잡티를 가리고, 면도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화장이 부담스럽다면, 찍기 전날 마사지용 마스크시트를 붙여 피부결을 정돈하고 피부에 물기를 준 뒤 촬영 당일 비비크림이나 컬러로션을 발라주는 것도 방법이다. 눈썹이 흐리거나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은 눈썹 연필로 눈썹이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는 느낌으로 그리면 좋다. 더욱 신념에 찬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반짝이는 립글로스보다 립밤을 입술에 조금 발라주면 사진이 훨씬 잘 나온다고 한다. 입술이 건조해 보이지 않아 얼굴 전체에 생기가 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얼굴 잡티나 점은 컴퓨터로 수정할 수 있지만 머리 모양은 자연스럽게 고치기가 쉽지 않다. 긴 머리의 여성들은 웨이브를 줘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앞으로 내리는 것이 좋다. 이화여대 앞 ㅎ미용실 직원 이영미(27)씨는 “웨이브를 주면 머릿결에 얼굴 일부가 자연스럽게 가려지면서 얼굴을 작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곧은 생머리는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웨이브 머리는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고 했다. 단, 얼굴이 크다는 것을 의식해 머리카락으로 지나치게 가리면 병약하거나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남자들은 여자보다 머리 모양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왁스나 젤을 발라 과도하게 ‘삐죽삐죽’ 세우거나 ‘반짝반짝’ 광택을 낸 머리는 경박스럽고 ‘떡져’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옷은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피해야 할 종류가 있다. 형광색과 주황색 등 원색 계열의 옷이나 반짝이는 소재의 정장, 어깨나 가슴 쪽 노출이 심한 옷들은 얼굴보다 옷에 주목하게 만든다. 목선을 감추는 터틀넥 스웨터도 마찬가지다. 목선이 드러나지 않으면 인물에 안정감과 균형감각이 없고 답답하게 보인다. 경기 김포에서 ‘이주노 사진’을 운영 중인 이주노(42)씨는 “목선이 안 나온 인물사진은 절대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다”며 “남녀 각각 검은색 정장에 흰색 드레스셔츠, 검은색 외투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입는 게 가장 무난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세도 영향을 미친다. 척추를 곧게 펴면 가슴이 열리면서 당당한 인상을 준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볼 때는 턱을 가슴 쪽으로 조금 당겨주는 것이 눈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렌즈를 보는 눈에 살짝 힘이 들어가면서 눈꺼풀이 처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판과 사진에 대한 예의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는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바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편리함만큼 쉽게 찍고 쉽게 지워버리는 탓에 사진의 존재감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반면 현상되어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증명사진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이 엄연한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과도한 주문으로 사진사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눈은 김태희, 코는 전지현, 입술은 송혜교처럼 만들어달라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제성씨의 말이다. 예쁘게 사진 찍기의 마지막은 사진을 다 찍고 난 뒤의 태도가 가름짓는다. 과도한 ‘뽀샵질’을 요구하지 않는 것. ‘원판’과 사진사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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