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홀대’받거나 지나치게 ‘관리’받고 있는 손톱, 알고 보면 ‘건강 신호등’
▣ 채윤정 자유기고가 lizard25@naver.com
“손톱을 생각할 겨를이 손톱만큼도 없다.” 손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10년차 직장인이자 결혼생활 5년차인 김은성(36·서울 휘경동)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직장에서는 컴퓨터 자판을 종일 쳐대고 집에 와서는 살림과 육아로 물에 손 담글 일도 많은데, 정작 흔한 핸드 로션도 바르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한편 매니큐어 바르기를 즐기고 네일숍에 한 달에 한두 번씩 들르는 김은영(33·경기 성남)씨의 생각은 다르다. “목걸이나 귀고리로 치장하는 것과는 다른 만족감이 있다”며 “한껏 다른 곳에 신경을 썼어도 다듬지 않은 맨 손톱이 보이면 허술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도한 큐티클 제거에 세균 감염 우려
손톱은 지나치게 ‘홀대’받거나 혹은 지나치게 ‘관리’받고 있다. 건강의 지표이자 미의 완성 지점이라는 손톱, 어떻게 해야 제대로 대접하고 건강하게 돌볼 수 있을까.
김은영씨는 네일숍에서 손 마사지를 받으면 손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라면서도, 늘 매니큐어를 바르다 보니 손톱이 약해진 듯하다고 말한다. 손 관리를 받으면 거친 손이 부드러워지고 손톱 주변도 말끔해진다. 하지만 과도하게 손톱 뿌리 부분의 각질(큐티클)을 제거하거나 리무버로 매니큐어를 닦아내다 보면 손톱이 오히려 손상될 수 있다.
네일숍에서의 ‘케어’는 보통 4단계이다. ‘거스러미’라고도 부르는 큐티클을 샅샅이 제거한 뒤, 착색을 막아주고 밑화장 역할을 하는 베이스코트(손톱보호제)를 바른다. 그 위에 색깔을 내는 매니큐어를 칠하고 매니큐어가 마르면 벗겨지지 않도록 톱코트를 덧칠한다. 손호찬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큐티클은 손톱 밑 부분과 손톱을 연결해주는 완충지대인데, 큐티클이 지나치게 없어 틈이 생기면 세균 감염이 쉽고 손톱 밑 부분인 손톱 생성세포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크다”면서 “큐티클을 정리해주는 정도로 잘라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손 쉬게 할 수 없다면 장갑·골무 활용
손톱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피부의 각질층이 변화된 형태로, 마지막 피부인 셈이다. 피부에 유수분 조화가 중요하듯 손톱에도 적절한 양의 유분과 수분이 공급돼야 한다. 손톱이 약해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매니큐어도 수분을 빼앗는 데 한몫하지만 매니큐어를 지우는 리무버가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아세톤 농도가 짙은 리무버일수록 손톱 건강에는 적이다. 자주 사용하면 손톱이 쉽게 갈라지고 부스러진다. 손 원장은 “한 달에 많아야 두 번 정도로 리무버 사용 횟수를 줄이는 게 좋다”며 “오래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자주 지워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주 지우지 않으려면 자주 바르지 않는 길밖에 없다. 매니큐어를 너무 오래 바르고 있으면 손톱이 숨을 쉴 수 없다.
잦은 ‘관리’도 문제지만 지나친 무신경도 좋을 리 없다. 세월은 목과 손에 온다는데, 손톱이야말로 지속적인 손상에 가장 많이 노출돼 노화의 지표가 되는 부분이다. 물에 손을 자주 담그는 일, 반복적으로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 화학약품이나 의약품을 다루는 일, 손을 과하게 이용하는 스포츠 등에 종사하는 이들은 손이 건조해지기 쉽고 손톱 손상의 위험도 커진다. 손톱을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손톱 반달 부분의 색깔이 분홍빛에서 푸르스름해졌다면 손과 손톱을 되도록 쉬게 해줘야 한다. 통증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손톱에 변성과 변형이 일어나기 쉽고, 손톱이 빠지거나 조갑진균증 같은 세균 감염이 일어날 위험도 커진다. 손은 굳은살이 박혀 단단해지지만, 손톱은 우리 생각과 달리 강하지 않다. 손을 쉬게 할 수 없다면 장갑이나 골무를 끼고, 도구를 사용해 물건을 집는 습관을 들인다.
건강한 손톱은 탄력과 윤기가 있고 단단하며 약간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색깔은 고르게 분홍빛을 띤다. 손톱은 손가락 끝과 손톱이 일치하는 정도에서 잘라주는 것이 적당하며, 가운데는 둥근 모양이 되도록 하되 양옆에 직선 부분이 남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손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평소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도 손톱 관리의 기본이다. 손과 손톱 전용 크림을 바르는 습관도 중요하다. 특히 피부와 마찬가지로 손톱도 밤에 재생된다. 자기 전 유수분 전용 크림을 바르고 손끝까지 주물러 마사지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이미 너무 많이 손상됐다면 손을 씻은 뒤 팩을 하거나 영양크림을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달에 두번 정도 해주면 효과가 있다. 손톱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역, 다시마 같은 미네랄이 풍부한 해조류를 비롯해 케라틴 세포 생성에 이로운 비타민 A나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얇거나 잘 부러지는 손톱은 철분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흰색은 빈혈, 청백색은 심장·폐 이상
손톱은 색깔이나 모양을 통해 몸의 다른 질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건강 신호등’이기도 하다. 유난히 하얀색이라면 빈혈이나 말초혈액 장애를, 청백색일 때에는 심장이나 폐 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오랫동안 손톱 색깔이 짙은 녹색이거나 검정색을 띤다면, 또 손톱 색깔이 손가락마다 제각각이라면 병원을 찾아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 김상석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김미순 한국프로네일협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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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강화제 필요할까
매니큐어를 자주 바르거나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을 위해 손톱강화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손톱강화제의 효과에 대해 아직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다고 말한다. 단지 덧발라놓으면 물리적인 충격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 중에는 손톱강화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손톱강화제를 사용하려면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는 톨루엔이나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없는 것을 고른다. 손톱강화제도 매니큐어처럼 2주 이상 지나면 지워야 하는데, 지울 때 아세톤을 사용하므로 굳이 손톱이 약해진 게 아니라면 쓰지 않는 편이 낫다.
손발톱 설탕 마사지
설탕의 작은 입자가 피부를 자극해 피로 회복은 물론 피부 탄력과 혈액순환, 보습 효과까지도 볼 수 있다. 설탕에 약간의 물과 베이비오일 등을 섞어 잘 갠 다음 적당량을 덜어 손에 바른다. 가볍게 비벼주는 식으로 손의 체온에 설탕이 녹을 정도까지만 마사지해준다. 발톱에도 적용하면 좋다. 키친 타월 등을 이용해 설탕과 오일을 제거한 뒤 로션으로 다시 마사지를 해준다. 마지막에 스팀 타월을 이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큐티클 부분이나 손톱 위의 찌꺼기는 면봉을 이용해 깨끗이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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