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내 카페에서 손바닥문학상 본심 심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손바닥문학상 진행을 맡은 박수진 기자, 심사위원 전성태 소설가, 김선주 언론인. 김진수 기자
올해는 예년보다 응모 편수가 줄어 92편이 투고됐다. 일상의 무게가 가중되면 글쓰기 현장도 메마르게 마련이다. 손바닥문학상의 특성상 우리 사회가 한 해 삶에 대해 체감한 온도가 반영된 결과인가 묵연해진다.
그러면서도 최근 몇 년간 현장성에 더해 문학성을 갖춘 투고작이 꾸준히 늘어서 올해 역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손바닥문학상이 기다리는 작품은 삶의 짙은 냄새로 충만하고 위안과 공감과 연대의 언어를 새로이 발견한 작품들이다. 올해 투고작들을 읽은 소감은 결론적으로 수준이 고르게 높지는 않았으나 테이블에 남은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의 소망에 값하는 시선 깊고 개성적인 작품이 많았다.
아뜩한 시대의 자화상올해 대상 수상작은 다. 는 청년 세대들의 기울어진 삶에 대한 음울한 보고서다. 이 작품은 기울어진 대지 위에 지어진 방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일명 ‘마루타 알바’로 알려진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로 내몰린 스물여섯 청년 ‘을’과 강남 번화가의 일본식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나’는 이 방에서 동거하며 각자의 꿈이 이미 생의 어느 구석으로 굴러가버린 절망감을 둘의 체온으로 감싸고 있다. 조곤조곤 무리 없이 풀어내는 안쓰러운 두 연인의 이야기가 정서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야기의 막다른 곳에서 우리는 시대의 선명한 자화상을 만난 듯 아뜩해진다.
두 편의 가작에는 과 가 뽑혔다. 은 보다 더 바닥이다. 이 작품은 서울역 인근 달방에 몸을 부린 백인백색의 밑바닥 인생들을 모자이크한다. 여인숙 주인 노파의 죽음에 저마다 자신들이 살인자라고 하는 상황에서 투숙객들이 날것으로 까 보이는 생의 내력들은 그 질감에서 투고작 중 가장 비릿했다. 작품이 새겨내면서 확장시키는 삶의 실감은 둔중한 통증을 남겼다.
다른 한 편의 가작 는 극적 구성을 갖춘 흡인력이 좋다. 수능시험장을 나서는 두 여학생과 가정폭력으로 생의 나락에 내몰린 학부형 정애의 한나절을 담고 있다. 마포대교에서 자살하려는 정애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수험생의 삽화가 무리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부에서 공감이 결여된 이 시대의 가장 독한 장면을 연출해낸 솜씨가 매력적이었다. “저는 아주머니의 죽음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이 얄밉고 당돌한 수재 소녀를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힘은 균형감 있게 유지되는 심리적 거리다.
이 엄혹하고 살벌한 세계를 다루는 수상작들의 발본적인 질문은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이었다. 많은 작품들이 나만이 힘들다고 외치는 형국에서 이 작품들은 끝내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정서적 울림을 내장하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 정국을 각기 다룬 와 는 일상인으로서 타인과 사회를 향해 닫힌 마음과 닫혀가는 마음을 공히 보여준다. 심사위원들이 끝까지 놓지 못한 작품이었던 는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다가 죽은 늙은 원사 K의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깔끔하게 그려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세계는 오해투성이고, 결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전언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나만 힘들다고 할 때이들 작품 외에도 와인 수입 업자를 내세워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와 와인 수입 막후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고발한 , 인생의 ‘좁은 길’들이 사라져가는 몰개성화된 ‘안전빵’ 세태를 그린 , 도시 노인의 고독과 성 문제를 다룬 ,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보험금 수익금 투자 사업이라는 냉혹한 소재를 다룬 등의 작품들을 귀히 읽었다. 우리 시대를 이야기로 탁월하게 새겨낸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모든 투고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선주 최재봉 전성태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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