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데 인공지능이 무슨 의미겠나“책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 앤드루 페테그리는 ‘전쟁과 책’(아르테 펴냄, 2025년)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흔히 책을 평화의 상징이라 여기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처럼 증오에 찬 이데올로기를 확산...2025-12-09 17:49
새벽배송이 당연한 사회, 상시적인 야간노동은 ‘느린 재난’이다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프롤레타리아의 밤’(문학동네 펴냄, 2021년)에서 “이 제목에서는 그 어떤 메타포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의 ‘밤’은 비유가 아니라,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이 실제로 겪어낸 밤이다. 낮에는 마루를 까는 노동자로...2025-11-10 17:09
‘국정자원 화재’, 돌봄노동 업신여긴 나비효과“현재 정부의 긴급 시스템 점검으로 인해 일부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요즘 금융 앱의 시작 화면에 들어가면 이런 안내 메시지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2025년 9월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온라인 행정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2025-10-14 13:27
상호 무시·경멸로 치달은 ‘스피박 스캔들’, 문제는 관계다2025년 7월, 세계적인 인문학자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제주에서 열리는 ‘비판적섬연구 국제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초청됐고, 서울에서는 공개 강연도 진행했다. 문제는 강연에서 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2025-09-17 17:08
정해진 가사노동만 하는 남편과 수시로 필요한 일을 생각하는 아내오랫동안 만나온 연인과 2025년 결혼했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가장 큰 변화는 사랑과 함께 따라온 ‘돌봄’이었다. 1인분의 삶만 챙기던 때는 느끼지 못했던 돌봄 노동의 무게를 매일같이 체감하고 있다.어느 주말의 일이다. 특별한 일정 없이...2025-08-07 07:21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대화, 실패에서 시작되는 가능성돌아가신 아버지와는 늘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정치’라는 주제가 나오기만 하면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어느 날인가 말싸움처럼 대화가 끝났을 때 나는 홧김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조용히 반문했다. “그럼, 문맹인 내 친구는 ...2025-07-10 14:12
극우를 지지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법“극우 지지자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때로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대체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다. 여기에는 선긋기의 태도가 담겨 있다.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정치적 판단도 있고, 그들을 설득...2025-06-11 07:50
노동자가 철학 하는 밤, 혁명을 기도하는 시간“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을 가장 존경하라.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그런 이들을. 다른 누구보다도.”이 문장은 어느 철학자가 한 말일까? 어떤 철학책에 나오는 구절일까? 아니다. 이 말은 ‘교정의 요정’이라는 일기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한 교정공의 문장이다. 그는...2025-05-14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