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뒷모습을 보았네 -⑫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앞사람의 그림자를 밟고 가는 길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156만 명이 둘레길을 다녀갔다. 한 해 2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수다. 둘레길이 열리기 전에도 그랬다. “이러다 저 산이 무너질라.” 주말이면 인수봉, 백운대로 오르는 사람 행렬에 탄식이...2011-10-12 17:08
누구나 길을 걷는 이유가 있다 -⑪ 강화 나들길(인천)먼저 연꽃이 행인을 맞았다. 인천 강화군의 강화터미널을 출발해 외포리로 가는 강화 나들길 제5코스 ‘고비고개길’ 들머리, 국화저수지에 손바닥만 한 연꽃이 피어 있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쳐진 국화마을 앞에 소담하게 앉은 저수지는 포근했다. 9월20일 화요일, 평일 오...2011-09-28 16:12
초가을 산촌의 숲에 취하다-⑩ 함양 상림(경남 함양)심오한뜻이담긴이름은아니었다.‘위에있는숲’이라서상림(上林)이었다.국내에서가장오래된인공숲,경남함양상림을찾은것은추석을일주일앞둔9월5일이었다.평일오후라서였을까.관광온외지인들만어쩌다눈에띌뿐한적한숲은새소리와물소리만가득했다.함양사람들의애착으로키운숲윗숲이있는데,아랫숲은없었을까.동행한...2011-09-21 17:29
인문학으로 가는 길-⑨ 정약용 유배길(전남 강진·영암)길은 산을 가로지른 뒤 마을을 만난다. 소담스러운 돌담을 지나면 다시 산이 나오고 다른 마을과 풍경을 이어준다. 그 안에는 역사의 숨결과 한이 서려 있다. 전남 강진과 영암을 잇는 ‘다산’은 가는 곳곳에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 품고 있다. 이야기에는 유배에서 알 수 있듯...2011-09-08 10:54
네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⑧ 분주령 야생화길(강원 태백)강원도 태백시는 젊은 도시다. 젊다 못해 어린 도시다. 태백산맥의 거대한 산줄기에 몰래 숨어 있던 화전민 마을은 1930년대 들어서야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태백시 누리집을 보면, 일본의 전력업체가 당시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1933년 삼척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11-09-01 16:46
산길과 물길이 사이좋은 길-⑦ 내변산길(전북 부안) 내변산에 파도가 쳤다. 물은 급하게 쏟아졌고 길은 사라졌다. 길을 통째로 막은 ‘입산 금지’ 간판을 건너뛰어 올라간 산길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와야 했다. 8월9일 전북 부안은 폭우로 물에 잠겼다. 내변산은 산길, 물길을 가리지 않고 물을 토해...2011-08-24 16:20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⑥ 퇴계 오솔길(경북 안동)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烟巒簇簇水溶溶)/ 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曙色初分日欲紅)/ 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溪上待君君不至)/ 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擧鞭先入畵圖中).”퇴계 이황이 친구인 이문량에게 써서 건넨 시다. 봉긋...2011-08-18 12:09
이 숲을 걸을 자격이 있을까-⑤ 사려니숲길(제주도)2009년 방송담당 기자를 할 때였다. 그해 유난히 드라마의 제주 현지 촬영이 많았다. 취재가 끝나면 부지런을 떨어 ‘올레’(‘집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말)에 한 걸음을 더했다. 올레가 트렌드였으니까, 새 길이 생길 때마다 완주를 다짐했다...2011-08-10 18:12
불편함으로 아름다움을 즐기다-④ 왕피천길(경북 울진) 윤대녕 때문이다. 맥주, 빌리 홀리데이, 호피인디언 같은 단어는 천구백구십몇년 스무 살 언저리의 감성을 전율시켰다. “세계는 이쪽과 저쪽으로 나누어져 있지. 자넨 지금 저쪽으로 와버린 거야”라든가, “정말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아주 낯선 곳에서...2011-08-03 17:07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숲길을 걷다-③오대산 옛길 오대산은 육산이다. 산은 높고 골은 깊되, 등성이가 완만하고 몸피는 풍성하다. 북쪽으로 마주한 설악산이 남성적이라면 오대산은 여성성이 두드러진 산이다. 예로부터 오대산을 백두·지리·묘향·덕유산과 더불어 한반도의 ‘5대 덕산’으로 꼽아온 것도 이 산의 후덕한 자태와 무...2011-07-27 18:20
노루, 고라니 기척과 함께 걷다-②진안고원 마실길 도시인들이 시골 마실길의 정취를 알지는 모르겠다. 고개를 넘어가면 한 마을이 나오고 또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마을이 나오는…. 전북 진안의 고원 마실길은 어린 시절 내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잃어가는 고향, 우리 농촌의 삶이 오롯이 보인다. 시속 110km로 달리...2011-07-27 17:58
신발코를 보며 옛길을 걷다-①소백산 자락길전날 늦게까지 여자월드컵 결승전을 봤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공이 두세 차례 골대를 맞고 나온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승부차기에서도 실축하는 장면을 본 게 불과 밤 10시께 아니냔 말이다. 게다가 새벽 공기는 시원하고 달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한 모텔에서 7시...2011-07-27 16:55
걷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걷고 싶은 길 12선걷기(Ambulo)가 사유(Cogito)에 선행했다. 2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선 원시인류에게 걷기는 숙명이자 축복이었다. 먹기 위해, 먹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이동해야 했던 그들이 동물계 피라미드의 최상층에 올라서기까지는 두 발로 걷는 능력이 결정적 ...2011-07-26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