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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만보

베이징 오미크론 확산 일기, 확진자 0이라는 불가능한 미션

베이징 오미크론 확산 일기… 사실상 준봉쇄, ‘21세기에 이런 황당한 일이’ 표현 빈발하는 소셜미디어

제1413호
등록 : 2022-05-16 23:56 수정 : 2022-05-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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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12일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2년 4월24일
산책하기 좋은 봄밤이었다. 저녁을 먹은 뒤 동네 주변을 좀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저녁 8시 이후엔 사람도 거의 없고 식료품을 떨이로 팔기에 그 시간대에 자주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텅 빈 매대가 많았고, 장바구니와 카트마다 어디 당장 피란이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식료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2020년 2월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견된 뒤 베이징에서 2년 만에 보는 ‘사재기’ 풍경이었다. 그날은 떨이는커녕 남은 물건을 먼저 손에 넣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나도 덩달아 다급해져서 몇 개 안 남은 달걀과 라면, 국수를 정신없이 집어 담았다.

계산대 앞에서 한 시간 이상 줄을 서는 동안 스마트폰을 켜고 중국 소셜미디어와 뉴스를 들여다봤다. 베이징 코로나19 방역 당국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이 주요 뉴스였다. 4월22일 이후 베이징 각지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했고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25일부터 연달아 사흘 동안 전 시민에게 유전자증폭검사를 하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지역을 부분 긴급 봉쇄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곳이 하필 내가 있는 지역구의 한 중학교다.

비웃음 무릅쓰고 사재기 동참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놀란 베이징 시민들이 상하이처럼 내일이라도 당장 봉쇄될까 두려운 마음에 마트로 쏟아져 나왔다. 중국에서 가장 부자 동네인 상하이가 3월24일 도시 전면 봉쇄를 한 뒤, 식료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사람들이 ‘배고파 죽겠다’며 울부짖는 모습을 본 터라 믿을 건 자기 집 ‘곳간의 양식’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날 밤새도록 중국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는 베이징 사람들의 사재기 소식이 온갖 풍자와 우스개로 도배됐다. 난징에 사는 지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베이징 사람들은 자진 봉쇄를 준비한다’고 비웃었고, 상하이에 사는 친구는 ‘저렇게 사재기하는 걸 보니 며칠 내로 베이징을 봉쇄하지 않으면 (음식 낭비로) 오미크론이 폭발하기도 전에 민심이 분노하겠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사재기 행렬에 동참한 나 자신이 조금 창피했지만, 어쩌랴. 상하이 사람들처럼 무대책으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4월28일 밤 9시 넘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이들 학교 담임선생의 긴급연락이다. 내일부터 모든 학교가 전면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한다는 통지다. 이틀 뒤면 바로 나흘간 노동절 연휴인데, 한밤중에 일일이 학부모에게 전화해 ‘긴급공지’를 하는 걸 보면 베이징시 방역정책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신나서 입이 찢어졌다. 내 머릿속은 아득해졌다. 다시 삼시세끼 집콕 생활로 돌아가는 건가. 그래도 상하이처럼 당장 전면 봉쇄를 안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며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했는데, 정작 내 집 앞마당까지 불똥이 튀니 ‘봉쇄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니!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은 없다.

상하이 봉쇄 이후 중국에서도 오미크론 방역 논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중국 정부가 고수하는 ‘제로(0) 코로나’ 정책과 ‘도시 봉쇄’ 정책은 더는 오미크론 방역정책으로 합당하지 않고 이러다간 영원히 국경 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쇄국정책’일 뿐이라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경 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다른 나라의 방역정책을 나 몰라라 포기하는 탕핑(躺平) 정책이라고 일갈하며, 중국은 절대로 그 나라처럼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탕핑식 방역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프로파간다’(선전)를 하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했다가는 의료체계 부하와 고령자의 낮은 백신접종률 등에 따라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이라는 공포성 통계와 분석도 매일 언론을 통해 ‘주입’하고 있다.

“한 달간 목욕 못했다” 학생들 폭로
그러나 지린성과 상하이 등의 봉쇄 경험을 지켜본 중국인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권과 존엄, 재산권, 자유 등을 짓밟으며 봉쇄해도 오미크론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음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사회면 칭링’(社会面 清零·확진자와 밀접접촉자는 격리해놓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인구 중 확진자가 제로여야 한다는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마구잡이로 ‘비인간적인’ 격리를 하는 상황도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한 달 넘게 봉쇄됐던 지린의 한 대학에서 감금되다시피 기숙사 방에 있던 일부 학생이 드디어 ‘풀려나’ 고향으로 가게 됐는데, 그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 충격적이었다. 한 달 동안 목욕을 한 번도 못했고 화장실도 번호표를 받아서 허가받은 뒤 가야 했다고. 특히 여학생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나’라는 표현은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상하이에 사는 중국 유명 문학평론가 쉬쯔둥은 며칠 전, 하얀 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냉장고와 옷장은 물론 집 안의 모든 물건에 소독약을 뿌리는 걸 보고는 웨이보에 이렇게 적었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의 가택수색보다 더 황당하다!’고.

5월1일 나흘간의 노동절 연휴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어디 놀러 갈 수 없다. 식당도 사람들이 몰려들면 집단 확산이 될까봐 배달만 허용하고 매장 영업은 전면 중지했다. 선전에서 식당을 하는 지인은 전화로 울먹이면서 하소연했다. 한때 직영분점을 25개까지 늘릴 정도로 잘나가던 식당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봉쇄를 반복하다보니 분점이 6개로 줄었고, 2022년 초부터 오미크론이 유행하자 그마저도 망하기 직전이란다. 그 많던 노동자도 공장이 자주 봉쇄되자 견디지 못하고 선전을 줄줄이 떠나고 있다며, 이러다간 다들 파산자가 되어 절망해 죽거나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이 생길 거 같다고 했다.

확진보다 팡창에 끌려가는 게 더 무서워
중국 정부는 곳곳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이토록 고집하는 것일까. 난징에 사는 지인은 위챗 타임라인에 능청맞게 적었다. “다들 알면서 왜 그래? 곧 10월이 오잖아. 그분이 또 연임해야 하는 시기라고!”

노동절 연휴와 함께 베이징 샤오탕산에 대규모 팡창(方舱·임시격리시설) 병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샤오탕산 병원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만들어진 임시격리병원이다. 오랫동안 폐쇄됐던 샤오탕산 병원이 다시 문 여는 것을 보고 베이징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상하이에서 팡창에 ‘끌려간’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코로나19 확진이 무서운 게 아니라 팡창으로 끌려가는 게 더 무섭다고. 상하이에서는 수백~수천 명을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구별 없이 마구잡이로 격리하고 위생시설도 엉망이다보니, 나치 시절 유대인 집단수용소보다 더 열악하다는 비판이 난무하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 등은 호텔처럼 쾌적하고 안락한 시설을 가진 팡창 시설을 보여주지만 그걸 믿는 이는 거의 없다.

5월4일 연휴 마지막 날이다. 연휴 내내 동네 주변 공원을 돌아다니고 삼시세끼 집밥을 하며 지냈다. 공원이나 마트 등을 가려면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한다는 방역정책이 내려와, 이틀에 한 번 검사해야 했다. 그런데 5일째부터는 매일 전 주민이 검사받아야 한다. 예상은 했지만 아이들 등교도 5월11일까지 미뤄졌다. 물론 11일 이후에 등교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여름방학 전까지 계속 온라인수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지역인 차오양구가 베이징에서 연일 가장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봉쇄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5일부터는 차오양구의 모든 직장이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는 정책이 발표됐다. 주변 아파트도 하나둘 봉쇄됐다. 사람들은 여전히 상하이 봉쇄 같은 혼란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한 채, 주변에서 확진자가 조금만 더 늘어도 마트로 달려가 생필품을 왕창 사들고 온다.

허용된 범위까지 쌩쌩 달려보다
5월10일 베이징에선 매일 50명 이상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등교와 재택근무가 무기한으로 연장됐다. 다른 지역구로의 이동이 금지되고, 모든 공원이 무기한으로 문을 닫았다. 이제는 동네 공원 산책도 할 수 없다. 직장인이 사라지고, 식당 영업이 중지되고, 극장·미술관·공원 등 모든 공공시설이 봉쇄되자 거리가 텅 비었다. 오로지 매일 유전자증폭검사를 받는 사람들의 행렬만 보인다. 사실상 준봉쇄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봉쇄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빈 거리를 나 홀로 터벅터벅 걷거나 공용자전거를 타고 허용된 범위까지 쌩쌩 달리다가 다시 밥하러 집에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단 한 명이라도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생기면 나도 당장 봉쇄당해야 하고, 또 언제 ‘양 한 마리’ 신세가 될지 알 수 없다. 최근 중국에선 상하이를 중심으로 확진된 양성자를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발생…’으로 표현하는 것이 유행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양성자’의 ‘양’과 발음이 같은 동물 ‘양’(羊)으로 지칭해 부르는 것이다. 사람들을 ‘양떼’로 몰아가는 비인간적인 방역정책의 산물이다. 나는 ‘양 한 마리’가 되기 싫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양’이 아니라 웃음과 눈물, 심장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얼마 전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인터내셔널가> 부르기가 유행했다. 당국의 검열과 통제로 대부분의 비판 목소리가 삭제당하자 급기야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명색이 사회주의국가니 설마 그 노래를 부른다고 삭제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마저 삭제당하고 있다.) 봉쇄 불안이 극심해진 요즘, 나도 문득 그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일어나라! 굶주린 노예들이여…. 애초부터 구세주는 없었고 신선이나 황제에게 기대서도 안 된다. 인류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의지해야 한다네!” 5월은 또 어떻게 지나갈까.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북경만보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씨가 중국의 숨은 또는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사고를 읽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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