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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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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공자를 발레리나·요리사로!

맞춤형 학습 플랫폼으로 교육 불평등 해소하는 타이…

교육혁신가들이 경험 공유하는 박람회 인기 끄는 대만
등록 2017-06-08 20:47 수정 2020-05-03 04:28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


① 학교 안으로, 학교 밖으로
② 공교육을 깨우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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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수판부리주 사하빗스쿨의 수학·과학 수업에선 ‘런에듀 플랫폼’이 학생들을 일대일로 가르치는 교사 역할을 한다. 진명선 기자

타이 수판부리주 사하빗스쿨의 수학·과학 수업에선 ‘런에듀 플랫폼’이 학생들을 일대일로 가르치는 교사 역할을 한다. 진명선 기자

“정부의 교육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국제 학업성취도 성적은 자꾸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사 수급이 충분하지 않고 행정 업무 때문에 학생을 가르칠 시간이 없다는 교사들의 불만이 높다.”(품사란 통리엔낙 박사, 타이 교육부)

“지역별·소득별로 큰 교육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작은 학교에 예산이 적게 배분됨에 따라 교사 수가 줄거나 컴퓨터 등 교육 기자재가 충분치 않은 문제가 나타난다.”(키리다 바오피칫 박사, 타이개발연구원)

지난 5월26일 오전 타이 명문 쭐랄롱꼰대학의 한 건물에서 ‘타이 교육 개혁: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청중 100여 명이 모인 포럼에선 타이의 여러 교육 문제가 논의됐는데, 특히 교원 부족 문제가 주요하게 거론됐다. 정부 관료와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등 타이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해법이 도출되진 않았다.

교사 대신 ‘모니터 선생님’

이날 포럼만 놓고 보면, 타이 정부는 ‘교원 수급’이라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 타이 곳곳에서 문제 해결이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 수도 방콕 서북쪽 100km에 자리한 수판부리주의 사립학교 사하빗스쿨은 만성적인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고3 학생들이 치르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오넷(O-NET) 시험에선 2014년 전국 평균보다 19점이나 높은 성적을 얻어 수판부리주에서 1등을 차지했다. 2010년에 전국 평균보다 13점이나 낮았던 사하빗스쿨에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5월24일 오후 이 사하빗스쿨을 방문하자 이 학교의 셋타폰 크라이쿤낫사이(44) 교장은 특별한 교실 수업을 ‘연출’해주었다. 교실에는 한국의 컴퓨터 실습실처럼 책상마다 컴퓨터 모니터가 놓여 있고, 학생 30여 명은 책상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모니터를 주시했다. 모니터에는 한국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인강)처럼 강사가 등장했다. 한국의 인강과 달리 강의 장면 외에 6~8컷 만화, 애니메이션, 퀴즈 등 어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이 수시로 모니터에 나왔다. ‘연출’인데도 학생들은 모니터를 보며 순식간에 수업에 빠져들었다. 서로 마주 보며 웃거나 기자를 힐끔거리며 웅성대던 학생들은 점차 사라졌고, 10분여가 지나자 일부 학생들은 실제 수업처럼 교과서를 꺼내 필기를 했다.

교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교실에서 수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기이한 현장에 답이 있었다. 사하빗스쿨 학생들은 각자의 ‘모니터 선생님’과 일대일 수업을 했다. 한 교실에 단 1명의 교사가 있는 다른 학교와 달리, 사하빗스쿨의 수학·과학 교실에는 학생 수만큼 교사가 있었다.

이날 만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런에듀 플랫폼’ 때문에 사하빗스쿨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핌나팟 핌푼은 “옛날 방법으로 공부할 때는 친구랑 잡담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어폰을 끼고 기계랑 공부하니까 집중이 잘된다. 초등학교 때는 수학이랑 과학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두 과목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수랏차나 창차이봉 교사는 “타이 학생들은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성향이 있는데, 개별 학습이 되니 질문이 많아져서 오히려 활발한 수업이 된다”고 말했다. 크라이쿤낫사이 교장은 “교실 전체의 수업을 중단하지 않고도 질문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이 학습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농 교육 격차 사라져

사하빗스쿨의 새로운 ‘교사’를 개발한 것은 타이의 사회적기업 런에듀케이션(Learn Education·이하 런에듀)이다. 사하빗스쿨을 방문하기 전 방콕 사무실에서 만난 런에듀 대표 타닌 팀통(41)은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인강’을 넘어서는 ‘교육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교사와 기술을 결합했다. 기존 기술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교실의 교사를 지원하고 교사의 더 좋은 수업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교수법을 전공한 대학교수 2명을 포함한 런에듀 직원 40여 명은 타이 국가 교육과정에 기반해 교육 내용을 구성한다. 공모로 우수한 강사를 선발하는데 최근 공모에선 300명 넘게 지원했다.

맞춤형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런에듀 플랫폼은 타이 교육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이러닝(e-Learning) 사업 ‘이디엘티브이(e-Dictance Learning Television) 프로젝트’가 이루지 못한 혁신이다. 이 사업은 인터넷 또는 위성으로 강의를 제공하지만, 학생의 개별 학습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디엘티브이 적용 학교에선 한국 고등학교에서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를 단체로 시청하는 것처럼, 모니터가 교사를 ‘대체’할 뿐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팀통 대표와의 친분으로 처음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한 크라이쿤낫사이 교장이 말했다. “수판부리주의 학급당 학생 수는 30~50명이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똑같은 속도로 진도를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학생은 특별하다. 학생 35명이 있는 교실에는 35개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경영자 처지에서 학급 규모를 줄이려면 비용이 드는데, 이 문제를 런에듀 플랫폼이 해결해줬다.”

이디엘티브이 프로젝트가 타이 벽지의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을 정도로 타이의 교원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타이의 교육 불평등은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라 ‘지역 격차’에서 비롯된다. 팀통 대표는 현재 타이에서 부족한 교원 수가 7만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전했다. 고교 취학률, 학생 중도 탈락률 등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좁혀지지 않는 지역 격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OECD 통계를 보면 타이의 고등학교 취학률(OECD 평균 89%, 한국 92%)은 2015년 71%로, 10년 전인 2006년 72%에서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OECD 실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에서 타이의 성적은 70개국 가운데 50위권에 머문다.

사하빗스쿨의 성공을 토대로 팀통 대표는 2014년 플랫폼 교사를 타이 북부의 오지 학교에 ‘파견’했다. 치앙마이 공항에서 80km 떨어져 있지만, 산악지역이라 차로 4시간30분이 소요되는 곳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컴퓨터를 가동하기 위해 발전기를 따로 돌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년이 지난 지난해, 이 학교 역시 타이 북부 8개 주 학교들 가운데 ‘오넷’ 시험에서 1등을 했다. “해당 학교에는 초등학교에만 교사가 있고, 중·고등학교에는 교사가 없었다.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초등학교 교사도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다. 전국적으로 교육의 질이 동일해지고, 도시와 지방 사이에 격차가 없어진다. 이게 진짜 기술이고, 진짜 교사다.” 현재 런에듀 플랫폼은 101개 중·고교, 학생 2만5천여 명에게 적용되고 있다. 팀통 대표는 “2020년까지 대상 학생을 10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진로 교육? 진로 그림자 체험!
타이의 사회적기업 ‘어치브’가 제공하는 ‘잡섀도’에 참여 중인 고등학생. 길게는 2주가량 관련 직장을 밀착 체험하도록 구성된 어치브의 잡섀도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치브 제공

타이의 사회적기업 ‘어치브’가 제공하는 ‘잡섀도’에 참여 중인 고등학생. 길게는 2주가량 관련 직장을 밀착 체험하도록 구성된 어치브의 잡섀도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치브 제공

5월25일 방콕에서 만난 품싯 시랏수파로엑차이(31)도 타이 공교육을 지지하는 청년 혁신가다. 그는 7년 전인 2010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사회적경제 동아리 활동을 같이한 친구 2명과 함께 고등학생에게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어치브’(A-chieve)를 설립했다. 공동설립자 3명이 24살 때였다. “한 친구가 우연히 자기 동생이 대학 전공과 향후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고등학교 때 그것을 경험했다. 타이에는 진로 문제에 전문적 지원을 해주는 조직이 없어 우리가 하기로 했다.”

어치브가 제공하는 진로 탐색 및 직업 체험 프로그램은 한국 공교육이 제공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보다 장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 밀착력이 좋다. 자유학기제 등을 실시하는 한국 학교의 직업 체험은 길어야 서너 시간 현장을 ‘견학’하는 수준이다. 어치브 프로그램은 짧게는 사흘부터 길게는 2주 동안 직접 현장에 투입돼 일을 한다. 물론 업무 수행이 가능한 ‘인턴’보다 업무 관여도가 낮고 급여도 받지 못한다. 시랏수파로엑차이 대표는 “인턴십보다는 ‘잡섀도’(그림자 체험)라 부른다”고 했다.

같은 날 만난 대학생 폰푸르엑사 알사이쌈쿨(19)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어치브를 통해 광고기획사에서 잡섀도를 한 뒤 매스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알던 것보다 광고의 범주가 넓었다. 상품 광고 외에 사회적 캠페인을 광고기획사에서 다룬다는 게 신선했다. 그때 회사가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 광고를 만들었다.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최근 대학 입시를 치렀다는 수맛사 삿사납램신(18)도 “어업·사회복지·홍보에 관심 있었는데, 2주 동안 잡섀도를 한 뒤 홍보 쪽으로 전공을 정했다”고 했다.

청년 혁신가들은 심층적 직업 체험이 필요하다는 이론을 ‘현실’로 만들었다. 어치브는 잡섀도를 받아주는 기업 50여 곳을 확보했다. 대학 동문, 선배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동원했다. 이들 가운데 10여 곳은 어치브 같은 사회적기업이다. 고등학생들이 장기간 직업 체험을 하도록 프로그램은 1년에 두 차례, 여름방학·겨울방학 기간에 개설한다. 특히 잡섀도 전후에 효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잡섀도를 체험하기 전 사흘간의 워크숍을 통해 적성과 직업의 이해를 높이고, 이후 이틀 동안 어치브 대표들과 상담해 잡섀도 경험을 진로 결정과 연계한다.

왕조국가 타이에선 계층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어치브가 제공하는 ‘잡섀도’는 유명 사립학교도 따라올 수 없는 우수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의 손꼽히는 사립학교 ‘마타데이’에 다니는 알사이쌈쿨이 어치브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적성에 따라 그룹을 지어 실제 직업 현장에 가봤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공립학교 출신 삿사납램신은 학교에서 아예 진로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1년 학비가 7만밧(약 230만원)에 달하는 사립이든, 8천밧(약 26만원)인 공립이든 공교육이 만족시키지 못한 학생들의 진로 탐색 욕구를 어치브가 해소한 것이다. 어치브의 잡섀도 과정은 5천밧(약 16만4천원) 정도다.

시랏수파로엑차이 대표는 어치브의 진로 교육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 중이라고 했다. “지사는 아직 없지만,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같은 타이 동북부 지역 10개 주에 우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프로젝트 후원 회사도 생기고 있다. 후원금으로 지방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워크숍도 열었다.”

교육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OECD 실시 피사(PISA) 결과, 2015년 대만은 과학 과목에서 70여 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1위였다. 대만은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과 함께 전통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다. 그만큼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 폐해가 한국 못지않게 크다.

관람객 2만 명 몰리는 ‘교육혁신’ 박람회
대만 교육혁신가들이 박람회처럼 개최한 제1회 자셰어의 주제는 ‘말 잘 듣지 마’였다. 가운데 안경 쓰고 수염 기른 이가 행사를 기획한 ‘오지그룹’의 오지 수(38) 대표다. 오지그룹 제공

대만 교육혁신가들이 박람회처럼 개최한 제1회 자셰어의 주제는 ‘말 잘 듣지 마’였다. 가운데 안경 쓰고 수염 기른 이가 행사를 기획한 ‘오지그룹’의 오지 수(38) 대표다. 오지그룹 제공

2015년 처음 열린 ‘자셰어’(雜學敎·Za-share)는 경쟁으로 교육의 본래 목적이 뒤틀린 대만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학교’다. 2012년 설립된 디자인회사 오지아트컨설턴트그룹(Ozzie Art Consultants Group·이하 오지그룹)이 기획한 자셰어는 포스터에 발레복, 우주복 등을 입힌 공자를 등장시켜 대만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월30일 오후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사무실에서 만난 오지그룹 브랜드매니저 리타 리가 말했다. “아시아에서 학자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공자다. 어쩌면 공자도 학자라는 직업을 어머니로부터 강요받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자가 발레리나나 운동선수, 의사, 드러머가 되는 게 왜 이상한가.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의 핵심은 다원성, 다양성이다.”

2016년 2회 자셰어의 마스코트인 ‘삼두신’도 그 정신을 반영한다. 대만의 절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삼두신에겐 머리가 셋, 손이 6개 달렸다. 오지그룹은 삼두신에게 라켓, 드럼채, 노트북을 들게 했다. 삼두신이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우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접은 손 모양은 마치 알파벳 ‘브이’처럼 대회 공식 포즈가 됐다.

리타 리 매니저는 “삼두신을 마스코트로 정하고 보니, 삼두신의 손 모양이 록 음악을 하는 로커들의 손짓과 똑같더라. 우리끼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삼두신과 로커들의 정신이 비슷하다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자셰어는 일종의 박람회처럼 운영된다. 전국에서 160여 개인과 단체가 참여한다. 각자 자기 삶의 현장에서 시도하는 ‘혁신 모델’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혁신가를 위한 학교’라고 부를 만하다. “학교 교육은 재미없다”며 자기가 생각하는 교육 내용을 제안하는 초등학생, 자기만의 독특한 교수법을 공유하려 나온 지구과학 교사, 노인들에게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극단 등이 부스를 열고 혁신을 위한 용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을 나눈다.

자셰어는 혁신가들이 협력해 새로운 혁신가를 교육하는 ‘혁신가에 의한, 혁신가를 위한 학교’이기도 하다. 기존 성공 방정식을 벗어난 직업인 10여 명을 초빙한 강연 프로그램엔 사실상 대만의 내로라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명 금융회사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퇴사한 뒤 교사 부족에 시달리는 대만의 농촌 지역에 교사를 파견하는 일을 하는 ‘티치포타이완’, 기성 언론은 제 역할을 못한다며 국회 입법 활동을 직접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 ‘와치아웃’, 짧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역사 콘텐츠를 전달하는 동영상 서비스로 인기를 끄는 ‘타이완바’ 등을 창립 또는 창업한 대표들이 지난해 이 행사의 강사로 나섰다.

이를 통해 자셰어는 순식간에 대만 교육 혁신의 여러 움직임을 연결하는 ‘허브’ 구실을 떠맡게 되었다. 2015년 입장료 없이 무료로 진행된 첫 번째 행사에는 2만여 명, 지난해에는 하루 250위안(약 1만원)의 입장료를 받았는데도 1만7천여 명이 참여했다. 자셰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한 이는 2016년에만 2200만 명에 달했다. 대만 인구 2300만여 명에 맞먹는 수다.

“아시아의 교육혁신 플랫폼 되길”

대안교육이나 교육혁신에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도 이처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교육혁신 포럼은 없다. 리타 리 매니저가 말했다. “일반적인 학교 말고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다른 교육기관이 없나 모색 중인 30~40대 학부모, 다양한 교육 방법을 시도하고 싶은데 학교 허가를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주로 참여한다. 직업과 연령을 초월해서 학교나 언론이 알려주는 가짜 정보 말고 진짜 교육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도 많다.”

오지그룹은 자셰어를 “대만에서 최초, 아시아에서 최초”라고 소개한다. 리타 리 매니저는 아시아의 연대를 강조했다. “첫해에는 대만에 집중했는데 지난해부터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참여했다. 우리는 아시아의 교육혁신 플랫폼이 되기를 원한다. 아시아의 교육 문제가 서로 비슷하고,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데다 지리적으로 가깝다.” 교육혁신을 위한 아시아의 공동 작업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방콕(타이)·타이베이(대만)=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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