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은 자기 팀 감독의 별명이 뭔지 몰랐던 게 틀림없다.
류현진은 4월3일(한국시각)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지역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몸값 6천만달러가 넘는 대형 루키의 피칭은 미국 언론에서도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았지만 4사구 없이 1자책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문제는 상대 타자들을 1루로 걸려보내진 않았지만, 그 자신이 걸었다는 점이었다.
0-1로 뒤진 6회말 타석에 선 류현진은 느린 3루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 질주하지 않았다. ‘느린 달리기’보다는 ‘빠른 걸음’ 쪽에 가까웠다.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져나왔고,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이 플레이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류현진이 전력 질주를 포기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날 경기는 그의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대투수지만 표정과 동작에서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6회까지 류현진의 투구 수는 69개. 선발 투수는 대개 100개 정도의 공을 던지므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투구 수를 관리하면서 던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씨는 “투구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7회 투구 폼이 무너졌다. 그만큼 몸에 힘이 들어갔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이날 류현진은 변화구 제구가 좋지 않았고, 한국 시절 보여줬던 우타자 몸 쪽 승부가 거의 없었다. 거의 바깥쪽 직구와 체인지업으로만 타자를 상대했다. 류현진 같은 투수에게도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타석보다는 피칭에 집중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홈팬들의 야유에서 보듯 이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감독이 돈 매팅리라면 더욱 그렇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4월1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야당은 그가 창조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땅투기 등 각종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왼쪽).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핵심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의 개념과 추진 전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청와대에서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력 질주’는 빅리거의 의무
매팅리는 동부의 야구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1982년 데뷔해 1997년 은퇴한 선수다. 당시 양키스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매팅리는 뉴욕 명문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사랑받았다. 현역 시절 별명도 ‘도니 베이스볼’(Doonie Baseball). 별명에 ‘야구’(Baseball)가 들어가는 선수라면 기량 외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역 시절 어떤 선수보다 직업윤리가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았다. 야구의 직업윤리 항목에는 ‘전력 질주’가 포함된다. 그는 홈런을 친 뒤에도 홈플레이트까지 성실하게 뛴 선수였다.
그의 야구관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1995년 양키스 구단은 시즌 도중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강타자 루벤 시에라를 영입했다. 그해 양키스는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이적하고 얼마 뒤 경기에서 시에라는 큼지막한 홈런을 쳤다. 그는 오클랜드 시절 늘 그랬듯이 타구를 감상한 뒤 느릿느릿 1루로 향했다. 이런 ‘홈런 세리머니’는 투수들이 좋아하지 않는 행위다. 매팅리는 시에라를 따로 불러 “양키스 선수라면 그런 식으로 뛰지 않는다. 화가 난 상대 투수가 동료 타자를 (공으로 맞혀)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물론 류현진은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이다. 비슷한 실수를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구대성도 한 적이 있다. 뉴욕 메츠 시절이던 2005년 5월17일 신시내티 레즈 전에서 구대성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타석에 들어섰다. 구대성은 아예 칠 의사가 없다는 듯 홈플레이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공을 구경했다. 이때도 메츠 팬 일부는 구대성에게 야유를 보냈다.
메이저리그는 ‘루키’에게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신인 투수나 타자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하 곤 한다. 심판뿐 아니라 선수와 팬들도 신인 선수가 메이 저리거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지켜본다. 실제 의도와는 무관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씌워진 선 수라면 ‘자격’을 인정받는 데 시간이 좀더 걸린다. 한국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셰인 유먼은 2000년 대 중반 메이저리그에서 꽤 유망하다는 평을 받은 투수 였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이던 2007년 마이너리그로 강 등된 뒤 ‘태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먼은 2008년 이후 미국 정규 프로야구에서 버림을 받은 채 독립리그 와 대만 프로야구 등을 전전해야 했다.
“문화 차이” 변명 안 한 건 현명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다. 바깥쪽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위력을 자랑하는 공이다. 낮은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 는 제구력도 갖췄다. 이후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도 몸 쪽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다저스는 투자 이상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선 ‘루키’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데뷔 전에서의 긴장과 피안타 10개, 그리고 관중의 야유는 류 현진에게 많은 걸 느끼게 했을 것이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신인왕과 MVP를 동시 에 수상한 선수였다. 이후 어린 나이에 구단과 한국 프 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 았다. 역대 어떤 한국 선수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메이저 리그에 진출했다. 이 점이 오히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적응에 장애가 될지 모른다. 류현진은 데뷔전을 치른 뒤 기자회견에서 무성의한 주루 플레이에 대해 솔직하게 사 과했다. “한국과 미국의 야구 문화 차이”라는 변명도 하 지 않았다. 현명한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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