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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올림픽 스타 정호원, 김한수, 이윤리, 홍성만

등록 2012-09-07 20:26 수정 2020-05-03 04:26

휠체어를 탄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깜짝 등장으로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은 개막식부터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겼다. 21살이던 1963년,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돼 온몸이 뒤틀리는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려 길어야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학문 인생은 이후 5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19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 호흡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에 의지해 간신히 말을 하지만, 장애는 결코 그의 도전정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패럴림픽이 장애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전세계 장애인들의 대축제 2012 런던패럴림픽이 역대 최다인 166개 나라에서 7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9월10일(한국시각)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11개 이상을 따 종합 13위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재미와 감동이 동시에 있는 런던패럴림픽에서 눈길을 끄는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보치아 라이벌 정호원과 김한수 보치아는 대표적인 장애인 스포츠다. 주로 뇌병변(뇌성마비) 장애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표적구인 흰색 공을 먼저 던진 뒤 두 선수가 번갈아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 6개씩을 표적구가 되는 흰색 공 가까이에 던져 승패를 결정한다. 특히 장애등급이 가장 높아 마우스 스틱이나 홈통을 사용하는 BC3에선 한국 선수끼리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세계 랭킹 1위 정호원(26·속초시장애인체육회)과 세계 랭킹 2위 김한수(20·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그 주인공. 둘은 똑같이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졌다.
정호원은 17살 때인 2002년 국내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고, 2008 베이징패럴림픽에서 이 종목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4년 주기로 열리는 5개 종합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따내는 ‘퀸튜플’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과 2010년 세계선수권, 2011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그는 이번 런던패럴림픽과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김한수는 2009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동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리더니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정호원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보치아의 ‘샛별’로 떠올랐다. 만약 이 대회에서 정호원이 이겼다면 세계 최초의 ‘퀸튜플’ 달성에 패럴림픽만 남기고 성큼 다가설 수 있었기에 정호원으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둘은 대진표상 결승전에서 만나게 돼 있다.
정호원은 ‘10년 스승’ 권철현(39) 코치와, 김한수는 어머니 윤추자(52) 코치와 호흡을 맞춘다. 한국은 9월4일 단체전에서 금메달 획득이 확실시되고 있고, 9월9일 개인전에서는 정호원·김한수·최예진(21·서울장애인보치아연맹)이 금·은·동메달 싹쓸이를 노린다.

##사격 이윤리 2회 연속 세계기록 금메달 도전 이윤리(38·전남)는 총을 잡은 지 2년 만인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명중시킨 ‘사격 천재’다. 22살 꽃다운 나이였던 1996년 퇴근길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2006년 1월 대전보훈병원에서 처음 총을 잡았다. 그의 스승은 특전사 저격수 출신인 동갑내기 남편 이춘희씨. 이윤리는 군 복무 중 다쳐 보훈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남편의 극진한 정성과 지도로 사격에 입문한 이듬해인 2007년 독일오픈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따내더니 2008 베이징패럴림픽 때 여자 50m 소총 3자세에서 세계기록인 676.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내 장애인 사격 간판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예물로 지난해 이춘희씨와 결혼했다. 9월6일 주 종목인 50m 소총 3자세에서 패럴림픽 2회 연속 세계기록으로 금빛 총성이 울려퍼질지 관심이 쏠린다.

##3회 연속 메달 노리는 장애인 스포츠 스타 홍석만 휠체어육상 홍석만(37·제주도장애인체육회)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가 낳은 최고 스타다. 런던패럴림픽에선 대한장애인체육회 한용외 부회장과 함께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3살 때 소아마비 장애를 입은 그는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대표팀에서 탈락한 게 약이 됐다. 밤마다 400m 트랙을 200바퀴 넘게 달리며 강훈련을 했고, 그 결과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100m와 200m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최초의 장애인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에서도 4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 최초로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쥔 선수로 기록됐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때 시련이 닥쳤다. 휠체어육상 8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따냈지만 대회 의무분과위원회는 그의 장애등급이 T54인데 T53에 출전했다며 금메달을 박탈했다. 간신히 금메달을 되찾았지만 홍석만은 이번 런던패럴림픽에서 T54 등급에 출전해야 한다. 그는 “등급 조정으로 200m에 1.5초, 400m에 3초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사실상 금메달은 힘들다. 하지만 그는 9월4일 1500m와 9월6일 800m에서 한국 장애인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세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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