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목표를 수정해야겠다.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 듣기에는 달콤했다. 하지만 2시간을 달려 경기도 포천에 가서, 2시간 경기하고 박살나고, 다시 2시간 운전해서 돌아오는 동안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화를 다스리는 것도 수양일 수 있겠는데, 7연패를 하다 보니 병이 날 것 같다. 타이거즈의 16연패를 지켜볼 때보다 더 비참한 심경이었다.
초반 대량 실점이 문제였다. 사실 9월18일 ‘야구하니’는 감히 첫 승을 노렸다. 우리를 초청한 ‘GF 기든스’가 전날 경기장 부근에서 MT, 즉 멤버십 트레이닝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우리 식대로 한밤에 트레이닝을 한다면? 하하. 다음날 땡볕에 서 있기도 힘들 거다… 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그들은 분명 산삼주를 마셨다. 치는 족족 2루수와 유격수 키를 넘겨 외야로 날아갔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 있기도 괴로운 쪽은 우리였다.
1회초 8점을 내주고도 ‘뭐, 사회인 야구에서 8점쯤이야…’ 했다. 1회말에 절반이라도 따라갔어야 하는데,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2루까지 갔다가 3루를 훔치고 내야 땅볼로 홈을 밟은 내 점수가 전부였다. 8-1. 2회부터라도 따라잡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달팽이처럼 가고 그자들은 토끼처럼 뛰었다. 우리쪽 거포들마저 침묵하면서 간혹 내야를 넘기는 정도였는데, 그자들은 내야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김동훈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야수 대부분을 왼쪽으로 모아놓고 나서야 무너진 댐을 막을 수 있었다. 7회까지 저들은 대략 6타석 이상 섰다. 우리는 4타석을 넘지 못했다. 결국 21-6. 참패였다. 상대팀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도 기본기가 탄탄한 강팀이었다.
사실 첫 승을 넘본 게 꼭 첩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야구하니는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단장, 감독, 수석코치, 타격·수비 코치가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누가 누구를 탓하거나 가르칠 만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기든스와 경기를 앞두고 마련한 창단 이후 첫 회식에서 사달이 벌어졌다. 술이 한 순배, 두 순배 돌자, 처음 자아비판 분위기에서 “주자가 있는데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는 너는 타석에서 보여준 게 뭐 있냐” “수비하면서 알이나 까지 마라” 등 상호 비방에 가까운 비판이 오간 끝에 “위 아 더 월드”로 녹아내렸다. 그런 모습이 생경한 밥집 사장님은 프로야구 2군의 회식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꿈에 그리던 전지훈련, 일본 오키나와도 아니고 비록 하루짜리지만 10월 중순에 두 팀으로 나눠 야간경기를 하고 ‘미드나잇 테크닉’(MT)을 하기로 뜻을 모으기까지 했다. 사실 사회인·직장인 야구 통틀어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할 정도로 팀원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팀은 드물다. 그게 야구하니의 자산이다. 프로야구 동군·서군 기준으로 나눌까 하다가 논란 끝에 마흔을 기준으로 ‘올드 보이’와 ‘영 보이’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로 “그렇게 해서 게임이 되겠어요?” 주장하는 것을 보면 승부가 팽팽할 것 같다. 최고령자 2명 나이를 더하면 100살, 20대는 한 명도 없는 팀만이 가능한 경기다. 이 또한 우리의 자산이다. 그렇게 강철은 서서히 단련되고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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