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은 변수가 많은 눈과 얼음 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캐나다의 제러미 워더스푼과 한국의 이규혁이 바로 이변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이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계에서 ‘숟가락’으로 불리는 제러미 워더스푼은 17살 때 캐나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34살이 된 이번 밴쿠버 올림픽까지 4차례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500m와 1천m 합계로 우승 선수 가림) 우승을 차지했고, 월드컵 빙상대회에서는 500m와 1천m를 무려 49번이나 석권했다.
‘언론의 호의 속에 도요타가 너무 들떠 있었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2월5일 일본 나고야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리콜 조처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REUTERS/ KIM KYUNG-HOON
그러나 그는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8 나가노 올림픽 500m에서만 은메달을 땄을 뿐 1천m에서는 6위에 머물렀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500m에서 출발과 함께 넘어졌고, 1천m는 13위에 머물렀다.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500m 9위, 1천m 11위에 그쳤다. 워더스푼은 이후 은퇴했다가 2007년에 복귀하자마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34초03)을 세우며 재기했고, 홈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 대비해 오벌 경기장 근처에 아파트까지 얻어 놓고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500m에서 9위, 1천m에서 1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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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생으로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로는 환갑 나이인 이규혁 선수도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이후 1998 나가노 올림픽,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그리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과 이번 대회까지 5번 연속 출전했지만, 토리노 대회 1천m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이규혁은 지난 1월 일본에서 벌어진 2010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이번 대회 500m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5위에 머물렀고, 1천m에서는 9위에 그치고 말았다. 가히 ‘올림픽 징크스’라 할 만하다.
물론 깨지는 징크스도 있다. 겨울올림픽의 무서운 징크스를 통쾌하게 깨트린 선수는 미국 스피드스케이트의 전설 댄 젠슨이다. 1988 캘거리 겨울올림픽 500m에 참가했던 댄 젠슨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으나, 경기가 있던 날 아침 백혈병을 앓던 여동생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레이스 도중 미끄러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 뒤 월드컵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여러 차례 우승한 젠슨은 1992 알베르빌 올림픽에 도전했다. 이때 역시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외신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4년 전 백혈병으로 사망한 여동생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젠슨은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1천m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따서 징크스를 깨트린 뒤 은퇴했다.
나라가 징크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는 1976 몬트리올 여름올림픽, 1988 캘거리 겨울올림픽을 개최했지만 홈에서 개최된 겨울·여름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밴쿠버대회 스키 모굴 남자 결승전에서 알렉산드르 빌로도가 금메달을 따면서 징크스가 깨졌다. 캐나다는 내친김에 10개 이상의 금메달로 겨울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까지 노리고 있다.
피겨 페어 부문은 그동안 러시아의 독무대였다. 감히 다른 나라는 페어에서 금메달을 딸 염두도 내지 못했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페어 종목에 관한 한 ‘러시아 징크스’에 시달려온 것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이던 1964 인스브루크 올림픽 이후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와 막심 마리닌 커플이 금메달을 딸 때까지 무려 12번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 나라가 12번 연속 금메달을 딴 것은 겨울·여름 올림픽을 통틀어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금메달 행진은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막을 내렸다. 피겨 페어에서 중국의 부부조인 선쉐-자오훙보 조가 금메달, 역시 중국의 팡칭-퉁젠 조가 은메달 그리고 독일의 알리오나 삽첸코-로빈 졸코비 조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러시아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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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사실 피겨 종목 세계 최정상이다. 그러나 페어와 아이스댄싱 남자싱글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수없이 땄지만, 아직까지 여자싱글에서는 단 한 개의 올림픽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러시아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은 1924년 1회 샤모니 대회 이후 1956년 7회 코르티나담페초 대회까지 남자 부문만 거행되다가 1960년 9회 스쿼밸리 대회부터 남녀 경기가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쿼밸리 대회 500m에서 남자부 소련의 그리신(40초02)과 여자부 독일의 하스(45초9)가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2006 토리노 대회까지 한 나라가 남녀부 금메달을 싹쓸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모태범·이상화 선수가 동반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이 그 징크스를 깨트렸다.
피겨 여자싱글에서는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와 미국의 미셸 콴이 대조적인 징크스를 갖고 있다. 1980년대 세계선수권대회를 4번이나 석권하면서 정상권에 올라 있던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는 1984 사라예보 대회와 1988 캘거리 대회에서 잇따라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해 명실공히 1980년대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로망이기도 한 미셸 콴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세계 여자 피겨계를 지배했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미셸 콴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카타리나 비트보다 1번 더 많은 5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같은 나라 미국의 타라 리핀스키에게 박빙의 차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도 미국의 한 수 아래 후배인 세라 휴즈의 금메달 따는 장면을 ‘동메달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김연아는 과연 어떤 징크스를 갖게 될까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대회, 그랑프리파이널 등을 모두 석권한 김연아는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제2의 카타리나 비트가 될까, 아니면 미셸 콴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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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노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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