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별로 선수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유럽 축구 이적시장이 9월1일(현지 시간)로 마감했다. 올여름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무색할 만큼 대규모 이적이 이뤄졌다.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호날두와 카카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고, 새롭게 부자 구단 대열에 합류한 맨체스터 시티는 테베스·아데바요르 등을 영입하며 프리미어리그 ‘빅4’(첼시·아스널·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0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가나 대표팀의 에시엔(맨 왼쪽). 사진 서민지
유럽 축구팀들의 선수진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아데바요르나 콜로 투레도 그렇고, 첼시의 드로그바·에시엔·칼루·존 미켈 역시 아프리카 출신이다. 그렇다면 유럽 축구팀들은 어떤 방법으로 아프리카 선수를 발굴하는 걸까?
유럽 축구팀들 아프리카 선수 약진 뚜렷아프리카의 가나 여행 중에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나 축구리그에는 ‘페예노르트’라는 팀이 있다. 한국의 송종국이 뛰었던 네덜란드 축구팀 이름과 같다. 알고보니 이 구단은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가 선수 육성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팀이었다. 네덜란드의 아약스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남아공의 클럽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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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유럽 클럽들은 직접 축구아카테미를 세우거나 아프리카 축구학교와 상호협정을 맺고 우수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고를 수 있는 협상권을 부여받는다. 7년째 아프리카 축구를 취재하고 있는 의 호아킴 기자는 “현재 잉글랜드 2부에 있는 클럽인 찰턴의 경우, 1년에 단 몇백만원의 지원만으로 코트디부아르 최고의 클럽인 아젝 아비잔의 선수 한두 명을 데려오고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은 먹고살기 힘든 아프리카팀이나 영세한 유럽팀에 ‘윈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잉글랜드·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의 영세한 클럽들은 막대한 이적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어린 선수들을 직접 발견하고 육성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살로몽 칼루(페예노르트→첼시), 디디에 드로그바(마르세유→첼시 FC), 마이클 에시엔(리옹→첼시 FC), 은완코 카누(아약스→포츠머스), 프레데리크 카누테(리옹→세비야), 마하마두 디아라(리옹→레알 마드리드), 알렉상드르 송(바스티아→아스널) 같은 선수들을 보면 모두 이런 나라들을 거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적은 상당 부분 우연히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첼시의 존 미켈은 원래 나이지리아의 펩시 아카데미 소속이었다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친구와 함께 남아공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남아공 클럽들은 그가 아직 빅리그에 진출할 만한 실력은 아니라고 판단해 노르웨이의 린으로 보냈다. 이후 미켈은 기량을 인정받아 1600만파운드(약 25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첼시로 옮겼고, 그의 친구인 오바시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에서 활약하고 있다.
첼시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에시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999년 17살 이하 월드컵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모나코에 머물고 있는 에이전트와 함께 며칠간 기다려야만 했다. 그가 가나로 돌아가기 직전, 에시엔의 에이전트는 프랑스 바스티아에 또 다른 제의를 건넸고 그는 결국 바스티아에서 뛸 수 있었다. 당시 에시엔의 에이전트였던 파비앙 피베토는 현재 에시엔의 가나 클럽팀이던 리버티 프로페셔널에서 공식 중개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거의 독점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가나 선수들을 유럽에 내보내고 있는데, 제2의 에시엔이 되려는 선수들은 지금도 그를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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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럽 클럽팀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검증된 선수가 출전하는 17살 이하 월드컵이나 네이션스컵을 눈여겨본다. 지난해 네이션스컵 참관차 가나를 방문한 인테르밀란의 모리뉴 감독은 가나 출신의 문타리를 자신의 팀으로 데려갔다. 모리뉴 감독은 “현대 축구는 빠르고 체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선수들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와 폭발력이 필요하다”며 “거기에 정신력까지 갖춘 아프리카 선수들은 앞으로 세계 축구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팀들은 아프리카의 어린 선수들을 찾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대신 아프리카팀들에 기부금 형태로 자금을 대면서 싼값에 선수들을 데려온다. 한국의 K리그 또한 유럽팀들처럼 아프리카에 주목하면 어떨까. 실제 가나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만났던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국행을 바라는 눈치였다. 이들 중에는 유럽팀들의 관심을 받는 선수들도 있었다.
뛰어난 실력에 ‘헝그리 정신’까지 갖춰K리그의 용병들을 살펴보면 브라질 같은 남미나 동유럽 출신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선수는 실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헝그리 정신’ 덕에 정신력도 높다. 이러한 아프리카 선수의 장점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용병 상한제를 유지하는 K리그에 아프리카의 축구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적인 투자를 권한다면 너무 이른 일일까.
“K리그에서는 한국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외국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경쟁력 있는 리그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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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뷰에서 첼시의 램파드가 한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선수들의 상호 교류가 제한적인 우리로선 한번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서민지 축구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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