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인가?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고 면박을 당할지 모르겠다. 우유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터여서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묻고 싶다. 우유는 정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가? 결론부터 보자. 정답은 ‘아니오’다.
물론 이 주장에는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우유라면, 극단적인 환자를 제외하고는, 여간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가 현재 마시고 있는 시중의 일반 우유는 ‘잘못된 우유’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된 이유가 그래서다.
요즘 우유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당장 젖소 사료에 들어 있는 항생물질이나 성장호르몬을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 우유 마시지 않을 권리를 달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도 그런 까닭일 터다. 그럼 알레르기는 사료에 들어 있는 그 물질들 탓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우유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유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열·살균’하고 ‘균질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균질화란 우유의 지방 성분이 잘 섞이도록 강하게 저어주는 것을 말하죠. 이런 과정들은 우유한텐 고통의 시간이라 할 수 있어요. 일단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납니다. 미네랄들은 이용되기 어려운 형태로 변하고, 수많은 효소와 비타민들이 파괴됩니다. 필수지방산들은 산패되기 시작하죠. 이런 우유는 우리 몸에 해로운 짓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백질을 비롯한 각종 성분들의 흡수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면역기능이 왜곡됩니다. 이 난맥의 표출이 알레르기인 것이죠. ‘저온살균’ 우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프라이스협회의 설명이다. 프라이스협회(www.westonaprice.org)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식생활 지침을 알리기 위해 양심적인 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 단체는 ‘살균우유’의 문제를 알레르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골다공증, 관절염 따위의 퇴행성 질환에까지 끈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우유에 그런 문제가 있단 말인가. 우유 하면 ‘완전식품’ 아닌가. 식품점에서 가장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이 우유인데…. 이젠 우유와의 인연도 끊으라는 이야기인가? 그럴 리가 없다. 프라이스협회는 대신 다른 우유를 권하고 있다. 바로 ‘생우유’(Raw Milk)다. 소에서 짜낸 자연 상태의 우유. 가열하지 말고, 균질화도 시키지 말고 그대로 마시자는 것이다. 아니, 생우유를 마시라고? 온갖 잡균들이 득실거릴 그걸 그냥 마시라고?
“물론 아무 우유나 생으로 마실 수는 없습니다. 공장식 축사에서 지저분하게 사육되는 소의 우유는 그냥 마실 수 없죠. 하지만 방목장에서 깨끗하게 생산되는 우유는 생으로 마셔도 됩니다. 오히려 더 안전합니다. 요즘엔 과거에 비해 위생관리가 훨씬 잘되고 있지요. 또 시골구석에까지 냉장설비가 들어가 있고요. 우유의 생산·소비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프라이스협회는 지금 ‘생우유 마시기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FDA는 생우유 마시는 것을 아직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스협회의 충고를 따르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에서 생우유를 공식적으로 사고팔고 한다.
기축년 소의 해가 밝았다. 우유는 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보배로운 선물일 것이다. 우리는 그 선물을 어떻게 받고 쓰는가. ‘옥’을 깨서 ‘자갈’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소한 알레르기 걱정이라도 좀 덜고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영양도 영양이지만 말이다. 프라이스협회 같은 단체가 있는 미국이 부럽다. 이 단체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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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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