좡양홍은 자신의 17살을 “미쳤다”고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미친놈’이라고. 조금 더 덧붙이자면 꼬인 새끼줄처럼 이리저리 얽히고설켜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 잡을 수 없는 나이가 지금 자신의 나이, 17살이란다.
가짜 ‘용’을 버리고 얻은 자유
말주변이 없어 항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가만히 듣고 보면 꽤나 근사한(?) 말을 많이 한다. 새끼줄처럼 꼬인 나이라고 17살의 정체성을 꿰뚫어볼 줄 아는 명쾌함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그만 학교가 ‘질려서’ 과감히 때려치웠다. 아무런 흥미도 느껴지지 않는 공부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것에 질렸다고 한다. 가장 끔찍했던 기억은 뜻밖에도 ‘학교 식당’이다. “다 쓰레기예요. 그걸 우리보고 먹고 빨리 죽어버리라는 건지, 아니면 쓰레기 청소를 하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암튼 음식들이 구역질 났어요.” 그러면서 대다수 학교 식당이 그런 건 아니고 자기가 다닌 학교가 워낙 뒤떨어져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란다.
자신을 낳기 위해 위로 줄줄이 누나 셋을 낳은- 아무리 농촌이라고 해도 다자녀 출산은 중국에서 엄연히 불법이다- 부모님은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이 ‘미친’ 아들을 보면서 한동안 넋이 나갔다. 모피 도매상을 하는 부모님은 흔히 그렇듯 아들 하나만은 번듯하게 공부시켜 ‘용’을 만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좡군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가짜 용이 되는 대신 자유를 택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중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평생 ‘다공’(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해야 할지 모르는데 자신의 미래가 겁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뭐든) 하면 되지 겁나긴 뭐가 겁나냐”고 반문한다.
아직 인생의 ‘쓴맛’을 알 길 없는 그는 사회 최하층을 형성하는 ‘다공족’이 될지 모르는 자신의 미래가 두렵기보다는 학교를 때려치운 뒤 당장 넘쳐나는 자유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더 고민이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낮 시간 동안 집에서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고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는 오후 4~5시께 슬슬 일어나 ‘마실을 나간다’. 애송이 악당 친구들과 저녁 늦게까지 ‘통쾌하게’ 놀다 집에 와서 다시 새벽녘까지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을 하다 잠드는 게 자유로운 일상의 전부다.
“어차피 학교에 다녔어도 내게 관심을 갖거나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중학교 때 선생님들도 내게 단 한 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학교를 다녀서 뭐하나요?”
“돈 많이 벌어 실컷 음악할 수 있다면…”
좡군은 꿈이 없다. 없는 게 아니라 너무 황당한 꿈을 갖고 있어서 감히 말을 못하겠단다. 도무지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황당한 꿈이라고 한다. 힌트라도 달라고 하자, 머뭇거리던 그는 “음악”이라고 대답한다. 태어나 유일하게 좋아하고 몰입하는 게 바로 음악이라며. “혹시 모르죠. 돈이 많으면 이룰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니 돈만 있음 무슨 꿈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돈이나 많이 벌어야겠어요.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베이징(중국)=박현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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