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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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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갖고 싶다”

탄자니아 소년 나프탈의 희망은 좋은 선생님과 함께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등록 2011-03-24 10:52 수정 2020-05-03 04:26

탄자니아 아루샤에 살고 있는 김정미씨가 17살 현지 소년 나프탈 로이쉴예를 인터뷰한 뒤 소년이 말하듯이 정리한 글이다. _편집자

저는 탄자니아 아루샤란 도시의 근교에 살고 있는 17살 소년 나프탈이라고 합니다. 용감한 것으로 유명한 마사이 부족입니다. 초원에 소를 방목하며 조부모님부터 형제까지 같은 마을에 사는 게 우리 부족의 전통입니다.

탄자니아 소년 나프탈

탄자니아 소년 나프탈

18살이 되면 생계를 책임져야…

제가 다니는 학교는 도시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에노티 공립고등학교입니다. 한 반에 74명 정도가 있고, 중·고등학교 합쳐 전체 학생 수는 700명 정도입니다. 현재 저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를 좀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자급자족으로 옥수수 농사나 소를 기르는 일 외에는 특별한 직업을 갖기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지려면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가야 하고, 그래야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기후가 이상해져 우기와 건기의 시기가 정확하지 않고 비가 잘 오지 않아 소에게 먹일 풀이 충분치 않아서 힘든 날이 계속되다 보니 더욱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올해까지는 17살이어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좋지만, 반대로 간섭도 심하고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는 많이 속상합니다. 이성교제에 대해서도 잔소리가 많은데, 저는 자유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이런 문제로 친구들은 부모님과 다투기도 하고 건방져지기도 하지만, 저는 이런 불편한 점이 있어도 아직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좋습니다. 내년에 18살 성년이 되면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고, 결혼하는 친구도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은 무척 만족합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같이 공부하며 내 나이대의 고민을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은 물과 전기가 귀하고 문명 혜택이 적다 보니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교과서와 책이 충분치 않아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늘 불만입니다. 그래서 사회가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합니다. 선생님과 책이 충분히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한다면 대학도 갈 수 있고, 대학에 가면 더 많은 공부를 해 폭넓은 지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물 부족 심각, 우물 파는 일도 하고 싶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어서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여기는 아프면 너무 쉽게 죽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주위 환경도 위생적으로 개선하도록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습니다. 동갑내기 친구 에녹은 대학을 마친 뒤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게 꿈입니다. 뒤떨어진 사회를 도와 지역 개발을 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친구 나프탈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싶다고 합니다. 여기는 사람들이 물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저는 직업과 상관없이 우물을 파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도 되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갖고 싶은 거요? 전기, 컴퓨터, 책, 옷이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거예요.

아루샤(탄자니아)=글·사진 김정미 여행사 와일드홀릭 이사



공통질문

1. 현재의 고민은.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
2. 17살이어서 좋은 것은.
=부모의 보호를 받고 책임이 없다.
3. 17살이어서 싫은 것은.
=간섭이 심하다.
4. 학교 생활에 만족하나.
=놀고 공부하고 고민을 얘기할 수 있어 만족한다.
5. 학교 졸업 뒤 하고 싶은 것은.
=대학에 가고 싶다.
6. 사회에 바라는 것은.
=충분한 교사와 책 제공.
7. 장차 꿈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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